美·英 연구진, 스마트 기기 사용자 트래픽 정보 유출 확인
글로벌 콘텐츠·기술 업체와 광고주, 맞춤 광고에 활용 의심
개인정보 범위 및 트래픽 정보 활용 관련 공론화 요구 일어

스마트 기기가 사용자의 트래픽 정보를 유출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IP주소, 위치정보와 같은 정보가 글로벌 콘텐츠 및 기술업체, 광고주에 전달됐다. 이 정보는 주로 맞춤 광고에 활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17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는 노스이스턴 대학교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이 ‘소비자용 사물인터넷(IoT) 기기의 정보 유출’에 관해 연구한 결과를 보도했다. 연구는 미국과 영국의 연구소에서 스마트 기기 81개를 정밀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3만 4586건의 실험이 이뤄졌다.

소비자용 사물인터넷(IoT) 기기의 정보 유출 연구를 진행한 연구소 모습. / 연구진 제공
소비자용 사물인터넷(IoT) 기기의 정보 유출 연구를 진행한 연구소 모습. / 연구진 제공
가전회사의 스마트TV, 로쿠(Roku)와 아마존파이어티비(Amazon Fire TV)가 사용자의 IP주소와 위치 정보 같은 데이터를 수집해 넷플릭스와 광고주에 전달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사용자가 넷플릭스 계정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정보를 수집하고 전달했다.

연구진은 스피커와 카메라 등 다른 기기도 사용자 정보를 스포티파이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수십 개 기업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했다.

데이비드 초핀스(David Choffnes) 노스이스턴대 컴퓨터 과학자는 "네트워크 트래픽을 분석한 결과 이용자의 위치, 기기 정보 등 개인정보가 제3자에 전달됐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스마트 기기는) 당신이 집에 있을 때와 없을 때를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개인정보 유출을 확인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정보가 오고가는지 조사하지 않았다고 했다. 스마트 기기가 전송하는 정보의 대부분은 암호화된 상태라고도 덧붙였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미국 가정의 68%가 스마트TV 및 연결 기기를 보유했다. 이같은 장치의 대부분이 콘텐츠 인식 기술을 사용해 시청 기록을 추적한 뒤 맞춤 광고를 설정한다고 업계 관계자는 말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 기기 보급이 확대되는 만큼 개인정보의 범위와 수집 및 공유에 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AI(인공지능) 스피커가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일자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4일 AI 스피커를 통한 개인정보 수집 전 사용자 동의를 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내놨다.

박 의원은 "개인정보는 기업이 아닌 이용자 개인의 것"이라며 "정보통신 서비스 이용자들은 적극적으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