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 서비스는 고객에게 지속해서 가치를 제공해야 하는 사업모델이다. 이를 야구에 빗대어 설명하면, 한국시리즈처럼 단기간에 승패를 가르는 것이 아니라 정규시즌 144경기를 거쳐 우승자를 가리는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박소령 퍼블리 대표는 18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개최한 ‘스마트클라우드2019’ 콘퍼런스에 참여해 글(text) 기반 지식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 ‘퍼블리’가 구독 모델을 적용한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박소령 퍼블리 대표가 ‘스마트클라우드2019’에서 강연하고 있다. /오시영 기자
박소령 퍼블리 대표가 ‘스마트클라우드2019’에서 강연하고 있다. /오시영 기자
퍼블리는 2015년 4월 크라우드 펀딩 모델로 출발했다. 각기 다른 콘텐츠 기획안을 게시하고 모금에 성공하면 그 돈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식이다.

퍼블리는 밀레니얼 세대(1981년생부터 1995년생까지) 이용자 취향의 지식 콘텐츠를 제공한다. 실제로 전체 이용자의 85%와 함께 콘텐츠를 생산하는 팀원도 전부 밀레니얼 세대다.

2017년 여름에는 구독 서비스 베타 테스트를 시작했다. 박 대표는 월 2만1900원에 퍼블리의 모든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판단했다. 이후 그는 한 외신에 실린 넷플릭스 최고 상업 책임자(CCO) 기사를 접했다.

박 대표는 넷플릭스 CCO의 "많은 콘텐츠는 더 많은 시청을, 더 많은 시청은 더 많은 구독을, 더 많은 구독은 더 많은 매출을, 더 많은 매출은 더 많은 콘텐츠를 불러온다"는 말에 공감해 이를 벤치마킹하기로 결정했다.

박 대표는 "넷플릭스·스포티파이가 각각 영상·음악 콘텐츠로 B2C 구독 서비스 시장에서 성공했으므로, 글 콘텐츠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퍼블리는 다수의 콘텐츠를 확보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오리지널 콘텐츠는 물론 외부 콘텐츠도 게시해 누적 콘텐츠 숫자를 부지런히 늘렸다. 하지만, 서비스 도중 고객 행동 데이터(Behavioral data)를 분석한 결과, 다수 콘텐츠를 확보했다고 해서 고객이 더 오랜 기간 서비스에 머무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박 대표는 구독 서비스 도입 초기에 넷플릭스를 벤치마킹했다. /오시영 기자
박 대표는 구독 서비스 도입 초기에 넷플릭스를 벤치마킹했다. /오시영 기자
박 대표는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서비스 이용자와 면담을 진행했다. 이들은 ‘보고 싶은 콘텐츠는 이미 다 봤다’, ‘관심 분야 콘텐츠가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을 공통적으로 제기했다. 박 대표는 "이용자 면담을 통해 이들은 오직 자신이 보고 싶은 콘텐츠만을 보기 때문에 양만 늘리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제공하는 넷플릭스와 지식정보 콘텐츠를 제공하는 퍼블리는 다른 전략을 적용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는 대중에게 쉽게 접근(Mass Targeting)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지식정보는 같은 콘텐츠라 할지라도 이용자의 지식 수준, 직업, 경력, 환경에 따라 이해도와 만족도가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콘텐츠를 원하는 소규모 집단에 개인화해 제공(Micro Targeting)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퍼블리는 콘텐츠 기획 단계부터 목표 이용자층을 확보하고 들어간다. 이를테면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고 싶어 하는 젊은세대를 노린 ‘7년 차 선배의 4인 4색 인터뷰’라는 콘텐츠를 기획한다고 가정하면, 해당 콘텐츠를 원하는 서비스 이용자에게 ‘알림 신청’을 받는다. 목표 알림 신청 수에 도달하지 못하면 콘텐츠를 시작하지 않을 가능성이 현저히 높아진다.

알림 서비스를 신청한 이용자 수가 너무 적으면, 해당 콘텐츠를 기획 단계에서 중단한다. /퍼블리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알림 서비스를 신청한 이용자 수가 너무 적으면, 해당 콘텐츠를 기획 단계에서 중단한다. /퍼블리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고객 분류 면에서도 넷플릭스와 다르다. 넷플릭스는 고객 취향을 파악하기 위해 오직 행동 정보만을 사용한다. 퍼블리는 행동 정보에 더해 나이, 성별은 물론 커리어에 대한 상세한 요소인 개인 정보(Demographic Data), 취향, 성격 등을 담은 심리학적 정보(Psychographic Data)를 활용한다.

개인정보와 심리학적 정보는 고객이 서비스 이용 중 직접 입력한다. 박 대표에 따르면 개인화 전략을 도입한 이후, 재결제, 재방문 등을 나타내는 지표인 ‘잔존율(Retention)’이 85%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박 대표는 "사업에 성공적으로 구독 서비스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결국 자신이 무엇을 파는지, 이용자가 누구인지, 이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지를 명확히 정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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