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코리아는 19일, 서울 대치동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구글플레이 인디게임 페스티벌 2019 TOP3 개발자와의 대화’ 행사를 열었다. 인디게임 페스티벌은 대한민국 게임 산업을 이끌 인디게임 개발사를 발굴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돕는 행사다.

이형원 구글플레이 사업개발팀 수석부장은 "인디게임 페스티벌의 취지는 양질의 인디게임 개발사가 시장에 뛰어들고, 유저와 접촉할 수 있도록 소통의 장 마련하는 것이다"며 "우리는 국내 게임사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인디게임사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수의 인디게임 개발사가 글로벌 진출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 이를 도울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을 마련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구글코리아는 2019년 6월 ‘구글플레이 인디게임 페스티벌 2019 결승전’에서 ‘서울 2033 후원자’, ‘카툰 크래프트’, ‘룸즈: 장난감 장인의 저택’을 TOP 3 게임으로 선정했다.

이번 행사에는 각각의 게임을 제작한 이유원 반지하소프트 대표, 박성필 스튜디오냅 공동대표, 김종화 핸드메이드게임 대표가 참여해 인디 게임 개발 노하우를 공유했다.

(왼쪽부터) 이유원 반지하게임즈 대표, 박성필 스튜디오냅 대표, 김종화 핸드메이드게임 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시영 기자
(왼쪽부터) 이유원 반지하게임즈 대표, 박성필 스튜디오냅 대표, 김종화 핸드메이드게임 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시영 기자
이유원 대표를 대표하는 단어는 ‘투잡’이다. 로스쿨 학생인 동시에 게임 개발자다. 그가 이끄는 반지하게임즈 구성원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나만의 게임 작품을 만드는 것에 흥미가 있어서 게임 개발을 시작했다"며 "서로 관계가 깊지 않은 두 가지 일을 한 번에 하느라 힘들 때도 있지만 모두 '내 일'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반지하게임즈의 대표작 ‘서울 2033 후원자’는 텍스트 기반 어드벤처 게임이다. 핵전쟁 이후 폐허가 된 서울에서 살아남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게임은 마치 책을 읽는 듯한 게임 경험을 제공한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음성 해설도 지원한다.

이유원 대표는 "글 중심 게임 시스템 탓에 서비스 초기에는 '불편하다', '이게 게임 맞나' 같은 이야기를 들을 때도 있었다"며 "이후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하기 위해 오히려 활자체를 도입하는 등 책 같은 느낌을 강조하는 전략으로 이를 극복했다"고 설명했다.

박성필 공동대표를 상징하는 단어는 '육아'다. 스튜디오 냅의 구성원은 다름아닌 개발자인 박 대표와 아티스트인 아내다. 아이를 기르며 게임을 개발한다.

냅(Nap, 낮잠)이라는 이름은 아이가 잘 때 짬을 내 게임을 개발하자는 의미다. 박 대표는 "아티스트인 아내와 원활하게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내가 '납작' 엎드렸다"며 "의견이 엇갈릴 경우 대부분 양보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스튜디오 냅의 대표작은 전략시뮬레이션(RTS) 게임인 카툰크래프트다. 일반적으로 대부분 PC게임으로 출시하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카툰풍 모바일 게임으로 옮긴 것이 특징이다.

박 대표는 "나와 아내가 즐겁게 플레이했던 '워크래프트2'의 감성을 모바일에 담고 싶어서 개발했다"며 "장르 특징인 손을 바쁘게 만드는 컨트롤 요소를 모바일에서 구현하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박성필 대표가 ‘인디게임 페스티벌 2019’ 톱3에 선정된 경험을 전하고 있다. /오시영 기자
박성필 대표가 ‘인디게임 페스티벌 2019’ 톱3에 선정된 경험을 전하고 있다. /오시영 기자
김종화 대표를 상징하는 말은 '15년 장기개발'이다. 필요에 따라 협업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는 오랜 기간 혼자 게임을 개발했다. 학업을 거쳐 군대, 아르바이트, 정규직 등과 병행해 '룸즈' 시리즈를 만들었다.

김 대표는 "미국 유학 시절에는 바다 건너에 있는 한국 회사와 합작해 '룸즈2'를 만들기도 했다"며 다른 일을 하면서도 게임 개발을 계속했다"며 "룸즈는 스테디셀러가 될 수 있는 게임이라고 확신했기에 계속 개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핸드메이드게임의 대표작 '룸즈 장난감 장인의 저택'은 방을 움직여 저택을 탈출하는 퍼즐게임으로, 룸즈 2의 리마스터 버전이다.

김 대표는 "대학교 시절 '익사이팅 러브스토리'라는 유고슬라비아 애니메이션에서 화면을 격자로 나눠 캐릭터 공간을 넘나드는 것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며 "동화 풍의 분위기와 스토리, 아트, 음악이 어우러져 이용자가 게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인디게임 개발자를 꿈꾸는 사람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3명의 대표는 인디 게임 개발이 정말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보람찬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성필 대표는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 이를 자랑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은 인디게임 개발자에 어울리는 사람이다"며 "어릴 적 작곡가를 꿈꿨던 나도 비슷하다. 게임 속 음악을 내가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김종화 대표는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다. 그는 "만약 먹고 사는 문제를 게임으로 해결해야만 할 만큼 절박하다면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유원 대표도 "반지하게임즈는 '아류로 성공하느니 오리지널로 망한다'라는 정신으로, 망할 각오로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김홍근 구글코리아 매니저, 인디개발사 대표 3인, 이형원 구글코리아 수석부장. /구글코리아 제공
(왼쪽부터) 김홍근 구글코리아 매니저, 인디개발사 대표 3인, 이형원 구글코리아 수석부장. /구글코리아 제공
이들은 구글플레이 패스나 애플 아케이드 같은 모바일게임 구독 서비스가 유료게임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모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김종화 대표는 "가장 궁금한 것은 구독 서비스에 입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익 규모다"며 "모바일 유료게임 시장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구독 모델은 이용자 거부감 낮추는 방식이라 게임 생태계 전체에 좋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박성필 대표는 "다수의 게임과 서비스가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는 상황이라 이를 모니터링 하는 중이다"며 "만약 게임 내에서 구독 모델로 이용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면 채택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유원 대표 또한 "우리 게임에서도 구독형 모델에 적합한 부분이 있어 관심 있게 지켜보는 중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