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빈 다쏘시스템코리아 지사장 인터뷰
"한국은 실패 경험 없어…가상 실패로 현실 성공 이끌어야"
단기 성과주의도 혁신 걸림돌

"한국은 제조업 혁신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어렵다. 외국은 9가지가 잘못됐더라도 단 하나만 제대로 된 이유가 있으면 추진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9가지가 잘됐어도 하나만 잘못되면 안한다. 실패가 없었기 때문이다. 실패해야 한다. 실패 경험을 디지털 데이터로 쌓고 이를 반영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조영빈 다쏘시스템코리아 지사장이 인터뷰하고 있다. / IT조선
조영빈 다쏘시스템코리아 지사장이 인터뷰하고 있다. / IT조선
조영빈 다쏘시스템코리아 지사장은 19일(현지시각) 중국 상하이 스카이뱅큇에서 ‘경험의 시대에서의 제조업 2019’를 주제로 열린 행사에서 IT조선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다쏘시스템은 프랑스에 본사를 둔 3D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이다. 특히 다쏘시스템은 현실을 가상공간에 그대로 구현한 디지털 트윈 기술을 강점으로 한다. 다쏘시스템의 이러한 솔루션은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 행사는 매년 중국에서 열린다. 4번째다. 중국이 제조분야에서는 세계에서 손 꼽히는 강국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는 이유다.

조 지사장은 "중국은 그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며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했다. 안전만 추구하다보니 실패한 경험을 쌓지 못했다"고 한국 제조업 현실을 지적했다. 한 단계를 넘기 위한 주변환경이 뒷받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 일본 토요타의 경우 3D 자체 제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자신들의 일이 아니라 생각해 다쏘시스템 솔루션을 도입했다"며 "이는 시스템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은 시스템을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20년 전 프로세스와 달라진게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문화가 아닌 업무 프로세스에만 치중한 결과다.

그는 "한국은 편한 시스템을 원하지 혁신을 위한 시스템이 없다"며 "이는 결정권자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진단했다. 혁신을 이루기 위해선 과감한 투자와 결정이 필요한데, 이는 오너가 아니라면 쉽게 결정할 수 없다. 대기업은 오너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전문경영인이나 담당 임원이 나서기 어려운 현실을 지적한 셈이다. 특히 디지털 혁신에 투자하는 것을 단기적인 수익으로만 보기 때문에 비용으로만 바라보는 시각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는 "결정권자들은 디지털 가치를 통해 회사가 변화할 수 있다거나 새롭게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많이 듣긴 했지만 실제로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우리나라 제조업 혁신이 쉽지 않은 이유다"라고 말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을 보지 않은채 내수 시장만을 목매다는 편협적 사고방식도 문제다. 국내 제조업체들은 대부분 글로벌 진출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의 하청으로서 역할만 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또 실무진에서의 반대로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는 걸림돌이다. 경력이 높은 기술자들은 디지털 혁신에 두려움을 갖고 있는 모양새다. 조영빈 지사장은 "경력이 있는 기술자들은 자신의 가치가 없어진다는 두려움에 빠지거나 가상세계에 대한 믿음이 없는 듯 하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17년 설문조사에서 경영과 기획 부문은 진보적인데 반해 생산이나 개발 부문은 보수적으로 나타났다. 서중해 KDI 경제정보센터소장은 "지금이 제조사들의 구조를 바꿔야 할 때다"라며 "데이터 수집을 위해 대중소 구분없이 모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조 지사장 역시 국내 제조업이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예로 ABB오토매틱과 사츠(SATS)를 들었다. 산업용 로봇생산 업체인 ABB 로보틱스와 싱가포르 기내식 공급업체인 사츠(SATS)는 다쏘시스템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도입해 혁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또 변화를 위해 다쏘시스템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가상세계에서 다양한 실패를 경험해 현실세계에서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성빈 지사장은 "휴대전화 낙하 테스트를 실제로 많이 하기에는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며 "하지만 가상세계에서는 수십, 수백만번을 해더라도 제약이 없다"며 "현실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가상으로 구현해 디지털 데이터로 쌓고 이를 자산으로 삼아 현실 세계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