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서나 볼 법한 트램이 연구개발(R&D) 캠퍼스 곳곳을 누빈다. 진짜 스위스에서 공수해 온 트램이다. 트램이 오갈 수 있는 캠퍼스 내 철로 길이만 8.7㎞에 달한다. 드넓은 캠퍼스의 면적만큼 건물의 규모도 남다르다. 거대한 성같은 위용에 중국이 아닌 유럽에 온 듯한 착각마저 든다.

20일(현지시각) 중국 광둥성 둥관시 화웨이 옥스 혼 캠퍼스에 다다르자 창밖 풍경에 얕은 탄식이 절로 나온다. 버스에 내려서 캠퍼스에 도착하자 마치 서울 상경한 시골쥐마냥 커진 눈으로 한참을 두리번댔다.

옥스혼 캠퍼스 전경./ 류은주 기자
옥스혼 캠퍼스 전경./ 류은주 기자
옥스혼(Ox horn)은 캠퍼스가 위치한 송산호수 지형이 황소의 뿔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은 화웨이 연구개발(R&D)의 핵심기지다. 2019년 말 준공이 완료되면 최대 2만5000명의 개발인력이 이곳을 채운다. 전체 면적은 180만㎥(54만5000평)로 여의도 면적의 60% 수준이다. 공사비에만 100억위안(1조7000억원)이상을 투입했다. 2014년 착공에 들어갔고, 2019년 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옥스혼 캠퍼스는 총 12개 블록으로 구성했다. 각 블록은 유럽의 유명 지역 이름을 따서 파리, 베로나, 버건디, 룩셈부르크, 옥스퍼드, 브뤼헤, 윈더미어, 볼로냐, 그레나다, 하이델베르크, 프라이부르크, 체로키크롬로프 등으로 부른다.

왜 유럽처럼 꾸민 것이냐는 질문에 화웨이 관계자는 "(런정페이) 회장님이 건축학도이기도 하셨고, 유럽(건축물)을 좋아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12개 블록은 업무 기능으로 구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파리의 경우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들이 일을 한다. 한 블록의 크기가 워낙 크다보니 편의점 음식점 등이 플랫폼마다 자리한다. 각 블록의 건물은 외국 건축가에게 직접 디자인을 의뢰해 지었을 만큼 외관에 신경을 썼다.

옥스혼 캠퍼스 내에서 운영하는 트램 열차. / 류은주 기자
옥스혼 캠퍼스 내에서 운영하는 트램 열차. / 류은주 기자
첫 트램을 파리 플랫폼에서 탔다. 출근 시간대를 비껴간 트램은 한적한 모습이다. 트램을 타며 바라보는 바깥 풍경은 다시 봐도 중국이 아닌 유럽의 풍경이다. 유럽의 한 마을을 통째로 옮긴 듯하다. 버건디 블록에 잠시 정차해 캠퍼스를 거닐었다.

잘 꾸며진 조경과 곳곳에 세워진 대리석상, 마치 유럽의 대학캠퍼스를 거니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아쉽게도 화웨이 캠퍼스의 명물로 불리는 흑조를 발견하진 못했다. 흑조는 화웨이 창업주인 런정페이 회장이 한 마리에 120만호주달러(10억원)을 들여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흑조는 보지 못한 대신 드문드문 돌아다니는 직원들의 모습을 살폈다. 햇볕이 뜨거운 날이다보니 여성 직원들 경우 대부분 양산을 쓰고 거니는 모습이었다. 정작 직원들은 매일 보는 풍경에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듯 무표정으로 캠퍼스를 오갔다.

옥스혼 캠퍼스 전경./ 류은주 기자
옥스혼 캠퍼스 전경./ 류은주 기자
이곳은 외부인에게는 개방하지 않는다. 화웨이 직원 가족들이나 업계 관계자, 언론 등에게만 공개한다. 일반인에게 개방하면 직원들의 업무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정치인과 재계 주요 인사들도 이곳을 다녀갔다고 한다. 유리건물만 가득한 한국의 R&D 캠퍼스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대단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옥스혼을 둘러보며 "대단하다"는 느낌도 있지만 "부럽고 두렵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었다. 직원들에게 쾌적한 R&D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하는 총수의 의지, 대형 캠퍼스를 뚝딱 만들어내는 중국의 값싼 인프라와 자본력이 부러웠으며, 이런 과감한 투자가 향후 화웨이를 어디까지 성장시킬 지 한국의 기업들을 추월하는 것은 아닐 지에 대한 두려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