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8일 페이스북은 "세계에서 통용할 수 있는 간편한 형태 화폐를 발행하겠다"며 리브라(디지털 화폐) 프로젝트 백서(white paper)를 공개했다. 2020년 상반기 출시가 목표다.

페이스북 발표 직후 세계 금융기관과 정부는 엇갈린 반응을 쏟아낸다. 7월 16~17일 미국 상·하원은 관련 청문회를 연달아 진행했다. 우리나라 금융위원회도 이례적으로 분석보고서를 냈다.

이미 지난 몇 년간 리플, 테더, JPM 등 상당수 디지털화폐가 등장했다. 하지만 이토록 격렬한 반응은 없었다. 과연 리브라가 가져올 변화가 무엇이기에 전 세계가 이토록 뜨겁게 반응할까. 이에 리브라 주요 특징과 향후 전망을 3회에 걸쳐 알아보고자 한다.

[최화인의 디지털경제] ① 페이스북 리브라가 가져올 변화

앞서 리브라 발생 목적은 ‘금융민주주의’ 제고와 ‘화폐인터넷’을 통한 플랫폼 산업 선점이라고 분석했다. 그럼 리브라 운영방식은 어떨까.

리브라는 크게 ▲법정통화와 같은 역할을 하는 리브라 ▲리브라의 예치자산이 되는 리저브 ▲입출금 지갑 칼리브라 등 3가지 축으로 나눠 이해할 수 있다.

리브라, 자체환율을 가진 디지털 통화

암호화폐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받는 것은 지불교환 수단으로서 가치안정성이 없다는 점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달러나 유로화와 1:1로 가격을 묶은 스테이블코인(stable coin)이 등장했다. 2014년 등장한 테더(USDT)를 비롯해 작년 연이어 출시된 트러스트토큰(TUSD), 팍소스 스탠다드(PAX), 서클코인(USDC), 제미니 달러(GUSD)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두 미 달러와 1:1 가치를 가진다. 물론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는 1달러를 기준으로 오르내림의 가격변동이 있지만 이는 이종통화 간 발생하는 환율변동과 같다. 발행처에서는 연동된 법정통화와 동일가치로 교환된다.

리브라도 이 같은 스테이블코인 일종이다. 일반적인 화폐처럼 소비 영역에서 안정된 가치교환 수단이 된다. 다만 리브라는 기존에 출시된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단일통화가 아니라 외환바스켓에 의한 자체 환율을 갖는다. 예를 들어 1달러에 0.90 유로(EUR), 1190.2원(KRW)로 교환되듯 1달러당 1.2리브라(LIBRA)나 0.87 리브라로 변동성을 가지며 교환될 수 있다.

또한 블록체인의 스마트 컨트랙트 기술과 결합한다면 리브라 자체가 프로그래밍 가능한 돈이 된다. 때문에 계약 체결 및 다양한 금융상품의 결제·청산· 매매에도 이용 가능해 활용성과 확장성이 상당히 높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리저브, 리브라 금융주권을 보장

리저브는 리브라 환율을 결정하는 예치자산이자 담보금에 해당한다. 주요국가의 법정통화와 단기채 등에 투자한 글로벌 자산배분형 펀드와 유사하게 운용된다.

리저브 수익률이 달라지면 리저브에 연동된 리브라 가치도 변동하겠지만 분산투자를 통해 가격급락 리스크를 회피한다. 이에 페이스북은 기준가격을 중심으로 리브라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펀드의 디지털 유가증권에 해당하는 리저브는 투자수익 배당도 주어진다는 데 아직 구체적인 운영방식은 알려지지 않았다. 리저브의 투자항목으로 발표된 외환과 단기채 이외에도 향후 비트코인이 포함될 지 지켜볼 일이다.

리저브가 갖는 또 다른 특징은 법정통화 발행처인 각국 중앙은행과 동일한 기능을 담당하는 데 있다. 중앙은행은 통화의 발행처이기도 하지만 최종 매수자로 기능하다. 가격유지의 안정적인 기저가 된 이유다.

리저브가 바로 이 역할을 한다. 최종매수자인 리저브 존재로, 리브라는 비트코인을 포함한 대부분의 암호화폐가 가진 (갑작스러운 급락으로 가치가 0원이 될 수 있다는) 최대약점을 상쇄한다. 또 특정 국가의 화폐공간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장점을 그대로 누릴 수 있다.

리저브가 독자적인 환율을 제공해줌으로써, 리브라는 특정국가의 경제위가나 환율변동의 영향력으로부터 안정적이면서도 자유로운 금융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요컨대 리브라가 진정한 세계통화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가장 든든한 기반이자, 기존 스테이블코인과 가장 큰 차이점을 만들어내는 요인이 바로 리저브다.

칼리브라, 전방위 프라이빗 뱅킹 서비스

암호화폐 지갑은 핫월렛과 콜드월렛으로 구분된다. 접속을 통해 웹과 앱으로 연결하는 온라인 지갑이 핫월렛이다. USB나 외장하드처럼 물리적 장치를 통해 오프라인으로 저장하는 방식은 콜드월렛이다.

사용 편의성은 핫월렛에, 보관 안전성은 콜드월렛에 있다. 우리가 거래소를 통해 암호화폐를 입출금할 때 사용하는 지갑은 핫월렛이다. 칼리브라는 바로 리브라의 온라인지갑(핫월렛)인 셈이다.

칼리브라는 일반적인 암호화폐 지갑보다 더 큰 기능이 있다. 칼리브라 안에서 리브라를 비트코인이나 다른 암호화폐로 교환할 수도 있고, 일반 통화로 바꿔 입출금할 수도 있다. 물론 송금과 결제에도 칼리브라가 쓰이게 될 전망이다. 보관, 환전, 송금 등 은행을 통했던 금융서비스가 칼리브라로 대부분 충족된다. 개인에게는 개별 은행 겸 프라이빗금고가 생기는 셈이다.

향후 대출서비스까지 제공한다면 개인에게는 아주 저렴한 비용에 더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금융서비스 편의성이 더없이 커질 전망이다. 다만 대출로 수익을 내던 시중은행으로서는 리브라가 던진 금융패러다임 전환의 충격이 더 크고 과격해질 수 있다.

※ ③편에 계속됩니다.

※ 최화인 한국블록체인협회 블록체인캠퍼스 전(前) 학장은 연세대에서 학사와 문학 석사를, 성균관대에서 행정학 박사를 받았다. 한국블록체인협회에서 블록체인캠퍼스 학장·자율규제위원회 규제위원·자문위원을 맡아 거래소 자격심사,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에 관한 정책대응 및 교육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현재는 금융감독원 블록체인 발전포럼 자문위원,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