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데스크톱 PC 시장의 화제는 ‘AMD 라이젠(RYZEN) 프로세서’다. AMD는 2년 전 1세대 라이젠 프로세서를 통해 오랜 침묵을 깨고 재기에 성공했다. 지난해 2세대에 이어 올해 7나노미터(㎚) 공정을 적용한 3세대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세를 불리고 있다.
물론 PC 시장의 대세인 노트북 시장에서는 아직 데스크톱만큼 세를 불리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2세대 라이젠 모바일 프로세서 ‘피카소(Picasso)’를 탑재한 최신 ‘라이젠 노트북’의 수와 종류가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소비자들이 직접 접해볼 기회도 늘고 있다. 레노버가 선보인 ‘아이디어패드 S340-14API 피카소 R5’도 그중 하나다.
AMD 라이젠 프로세서를 탑재한 레노버 아이디어패드 S340-14API 피카소 R5. / 최용석 기자
레노버의 아이디어패드 시리즈는 주로 가격 대비 성능을 고려한 제품군이다. 적당한 가격에 합리적인 사양과 구성을 제공해 학생들의 입문용이나 학업용, 사회 초년생의 업무용 노트북으로 적합하다. 디자인도 딱히 튀는 부분이 없는 무난한 수준이다.
아이디어패드 S340-14API 피카소 R5에 탑재된 모바일 라이젠 5 3500U 프로세서의 정보. / 최용석 기자
레노버 아이디어패드 S340-14API 피카소 R5는 AMD의 2세대 모바일 라이젠 5 3500U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1세대가 14㎚ 기반이었다면 이번 제품은 12㎚ 공정을 적용했다. 소비전력은 그대로지만 작동속도(클럭)가 기본 2.1㎓로, 부스트 시 3.7㎓로 각각 향상됐다.
TDP(열설계전력) 15W의 저전력 프로세서지만 4코어 8스레드 구성으로 일반 문서작업이나 인터넷 검색 등은 물론, 다수의 프로그램을 동시에 구동하는 다중작업이나 멀티코어 성능이 중요한 영상 편집 등의 작업에도 충분한 성능을 제공한다.
아이디어패드 S340-14API 피카소 R5의 무게는 1.5㎏, 두께는 2㎝내외 수준으로 무난한 휴대성을 제공한다. / 최용석 기자
실속형 노트북 제품군인 만큼 무게나 두께 등에서는 초슬림·초경량 제품보다는 조금 떨어진다. 아이디어패드 S340-14API 피카소 R5의 경우 무게 1.5㎏(본체 기준)에 2㎝가 조금 안 되는 두께(가장 두꺼운 부분, 고무 받침 제외)로, 휴대성은 준수한 수준이다.
풀HD(1920x1080) 해상도를 지원하는 14인치 IPS 디스플레이는 좌우 테두리 폭이 5㎜가 채 안 되는 ‘슈퍼 슬림 베젤’을 적용했다. 이는 화면을 더욱 돋보이게 하면서 노트북의 물리적인 크기를 줄이는 두 가지 효과를 제공한다. 광시야각 패널로 옆에서 보더라도 색상 왜곡이 없고, 저반사 코팅으로 주변 광원이 눈으로 직접 반사하는 것을 최소화했다.
4코어 8스레드 구성의 라이젠 5 3500U 프로세서는 노트북용 저전력 프로세서 기준으로 처리 성능이 준수하다. 시네벤치 20 성능 테스트 결과. / 최용석 기자
라이젠 5 3500U 프로세서의 성능은 비슷한 등급인 인텔 8세대 코어 i5 U시리즈 프로세서(4코어 8스레드)와 비교해도 손색없다. 멀티코어 CPU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시네벤치 R20’ 테스트에서도 노트북용 저전력 프로세서 기준으로 괜찮은 점수를 보여준다.
모바일 라이젠 5 3500U에 탑재된 ‘라데온 베가 8’ GPU의 세부 정보. / 최용석 기자
이 제품의 최대 장점은 ‘라데온 베가 8(Vega 8)’ 내장 그래픽이다. 문서작업과 인터넷 검색, 멀티미디어 재생은 물론 캐주얼한 온라인 게임까지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타사 대비 한 수 위의 내장 그래픽 성능을 제공한다.
영화를 비롯해 각종 영상 콘텐츠를 재생할 때 화면 프레임을 늘려(보간) 더욱 부드러운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AMD 특유의 ‘플루이드 모션’을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 기능 때문에 라데온 그래픽카드를 구매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다. 영상 콘텐츠를 즐기는 이들에게 인기 있는 기능이다.
‘플루이드 모션’ 기능으로 24프레임 영상을 60프레임으로 재생하는 모습. / 최용석 기자
다만 게임의 경우, 실제로 구동하려면 메모리 업그레이드는 필수다. 아이디어패드 S340-14API 피카소 R5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 기본 메모리 용량이 4기가바이트(GB)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라이젠 내장 라데온 베가 GPU는 기본 메모리의 성능과 용량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4GB 메모리에서는 나누어 쓰는 비디오 메모리가 512MB(메가바이트)에 불과해 게임에서 그래픽 성능을 제대로 낼 수 없다.
4코어 8스레드 구성의 CPU 특성을 최대한 살려 고화질 사진, 영상 편집 작업까지 고려한다면 메모리 업그레이드는 더더욱 필수다. 노트북 바닥 면 나사를 풀어 하단 커버를 열고, 정전기와 노이즈, 이물질 유입을 막는 알루미늄 커버를 들어내면 추가 메모리를 장착할 수 있는 1개의 DDR4 SODIMM 메모리 슬롯이 나온다.
나사를 풀고 하판 커버를 열면 메모리(빨간 표시 부분)와 M.2 SSD(노란 표시 부분), 2.5인치 SATA 포트(녹색 표시 부분)가 보인다. / 최용석 기자
여기에 최소 4GB 이상 메모리 모듈을 추가해 8GB 이상으로 만들어야만 CPU와 내장 그래픽 모두 제대로 된 성능을 낼 수 있다. 4GB의 기본 메모리는 노트북 메인보드에 내장(온보드)되어 제거 및 교체가 불가능하다. 추가 메모리 슬롯은 최대 16GB 모듈을 장착해 최대 20GB(4GB+16GB)까지 용량을 늘릴 수 있다.
실제로 기본 4GB 메모리 상태에서 게임을 실행하면 ‘디아블로 3’의 경우 1280x720(720p) 해상도와 그래픽 품질 ‘낮음’에서 40프레임 내외를 유지하는게 고작이다. 하지만 16GB 메모리를 추가(총 메모리 20GB)해 비디오 메모리를 2GB까지 늘리니 풀HD(1920x1080) 해상도와 그래픽품질 ‘낮음’에서 50프레임~60프레임까지 성능이 올라간다.
‘오버워치’에서도 꽤 괜찮은 성능을 보여준다. 풀HD 해상도, 그래픽품질 ‘높음’, ‘훈련장’ 기준으로 기본 4GB 메모리에서는 평균 30프레임 전후 수준의 성능밖에 나오지 않지만, 메모리를 추가한 상태에서서는 같은 상황에서 평균 60프레임 전후의 성능이 나온다. 그래픽 옵션을 좀 더 낮추면 실제 플레이도 가능한 수준이다.
물론, 배터리가 아닌 전원 어댑터를 연결한 상황에서의 결과다. 또 게임이 된다 해서 ‘배틀그라운드’나 고사양 패키지 게임까지는 무리다. 그래도 이정도면 여가 시간에 PC방에서 많이 즐기는 온라인 게임, 즉 ‘리그 오브 레전드’, ‘피파온라인’, ‘스타크래프트’ 등의 게임 정도는 맘껏 즐길 수 있다.
52.5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해 실외에서도 꽤 오래 사용할 수 있다. / 최용석 기자
저장장치로는 NVMe 방식의 128GB SSD가 기본으로 제공된다. 용량을 더 큰 것으로 교체할 수 있지만, 레노버의 봉인씰이 불어 있어 사용자가 직접 교체하기가 까다롭다. 기본 SSD 용량을 늘리거나 교체하려면 구매처에 요청하거나, 레노버 서비스 센터에서 교체를 요청해야 한다.
다행히 아이디어패드 S340-14API 피카소 R5의 내부에는 HDD나 SSD를 자유롭게 추가할 수 있는 2.5인치 SATA 슬롯을 1개 제공한다. 10만원 이하에 구매할 수 있는 1테라바이트(TB) HDD나 500GB SSD 하나만 추가해도 저장공간이 부족할 일이 없다.
52.5Wh(와트시)의 넉넉한 배터리는 외부 전원이 없어도 충분한 작업을 가능케 한다. CPU나 GPU를 많이 쓰는 작업이 아닌 일반적인 문서작업, 인터넷 검색 작업이라면 한 번 충전해 8시간 가량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외부 입출력단자는 꼭 필요한 것만 빠짐없이 제공한다. / 최용석 기자
외부 입출력 단자도 충실하다. 오른쪽에는 A타입 USB 3.0(3.1 Gen1) 포트 2개, 왼쪽에는 C타입 USB 3.0 포트 1개가 달려있어 마우스나 키보드, 외장하드 등의 주변기기를 자유롭게 연결할 수 있다. 다만 타입C 포트는 상위 규격인 USB 3.1(3.1 Gen2)이나 썬더볼트 등에서 지원하는 충전, 영상 출력 등의 기능은 지원하지 않고 단순 USB 기능만 제공한다.
지문인식 같은 고급 보안 기능은 없지만, 물리적으로 웹캠을 차단하는 ‘트루블록 프라이버시 셔터’는 인상적이다. 해킹을 당하거나, 본의 아니게 웹캠이 켜져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을 물리적인 셔터로 원천적인 차단이 가능하다.
웹캠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트루블록 프라이버시 셔터’를 제공, 개인의 불필요한 사생활이 유출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 최용석 기자
기본 메모리와 저장장치 용량을 제외하면 레노버 아이디어패드 S340-14API 피카소 R5는 가격 대비 성능이 매우 높은 쓸만한 노트북이다. 9월 중순 현재 54만원 선(운영체제 제외)에 구매할 수 있다. 동급 아이디어패드 S340 인텔 모델보다 약 10만원 가량 더 저렴하다. 최근 메모리와 저장장치를 추가로 장착해주는 프로모션도 진행하고 있어 부족한 ‘용량’도 추가비용 없이 해결할 수 있다.
레노버 아이디어패드 S340-14API 피카소 R5의 가격은 54만원대로, 같은 라인업의 인텔 CPU 제품보다 10만원가량 더 저렴하다. / 최용석 기자
AMD 라이젠 프로세서가 등장한 것도 벌써 3년째다. 1세대 라이젠 때만 하더라도 호환성, 최적화 등 이런저런 이슈가 있었지만, 3세대(데스크톱 기준)에 이르러서는 일반적인 용도에서의 이슈는 거의 해결된 상황이다.
여전히 노트북 시장의 대부분은 여전히 인텔 제품들이 대세다. 주요 PC 제조사들의 최상급 노트북 라인업에서는 아직 AMD 라이젠 제품을 찾기 힘들다. 아이디어패드 S340-14API 피카소 R5같은 ‘라이젠 노트북’이 더욱 다양하게 출시되고, 사용자가 늘어나 인지도가 더욱 높아져야 하는 이유다.
레노버 아이디어패드 S340-14API 피카소 R5에 부착된 라이젠 로고와 라데온 베가 그래픽 로고. / 최용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