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어디야” 물으면 “니 마음 속"… 달달한 AI 여친 만든다

입력 2019.09.25 09:00

김진욱·김용우 마인드로직 공동대표 인터뷰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AI가 목표

2013년 개봉한 영화 ‘그녀(Her)’의 주인공 테오도르는 AI 운영체제인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다. 단순 챗봇 수준이었던 사만다는 매일 학습을 거듭해 그 누구보다도 테오도르를 잘 이해하는 진짜 연인으로 ‘업그레이드' 된다. 심지어 사만다는 스스로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는 존재로 진화한다.

‘사만다'를 실제 개발하는 한국 스타트업이 있어 눈길을 끈다. 올해 1월 창업한 신생 스타트업 마인드로직이다. 마인드로직은 김진욱·김용우 공동대표가 이끈다. 이 회사는 음성을 통해 AI가 감성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 IT조선은 두 공동대표를 24일 오후 서울 남산랩에서 만났다.

왼쪽부터 김진욱·김용우 마인드로직 공동대표./ 페이스북코리아 제공
마인드로직은 현재 구글 AI 비서 서비스인 구글 어시스턴트와 페이스북 메신저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 구글 어시스턴트에서 "가상 남친(여친) 불러줘"라고 호출하면 음성으로 대화할 수 있다. 페이스북 메신저에서는 음성 대신 챗봇형 서비스로 제공된다.

이 회사는 9월 현재까지 초기 스타트업 투자전문 액셀러레이터인 프라이머를 포함해 스트롱벤처스, 텍톤벤처스, 파르텍 파트너스 등 미국과 유럽 기반 벤처캐피탈(VC)로부터 시드 투자를 받았다.

마인드로직은 중소벤처기업부 초기 단계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팁스에도 선정됐다. 또 페이스북코리아와 아산나눔재단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남산랩 코리아 2기에도 뽑혔다. 남산랩 코리아는 페이스북 본사 엔지니어와 분야별 전문가 멘토링, 네트워킹 기회 등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다. 남산랩 코리아는 2018년 9월 개소 후 올해까지 총 16개 유망 스타트업을 지원했다.

"AI로 즐거움 줄 수 있는 아이템 창업하자" 의기투합

마인드로직이 가상연인 AI 개발에 나선 계기는 영화 ‘그녀'가 아니었다. 평소 두 대표가 AI로 현대인의 외로움을 달래주자는 데 뜻을 같이 한 것이 배경이다.

김용우 대표는 "김진욱 대표와 AI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아이템으로 창업하자는 이야기를 평소에 많이 했다"며 "현대인의 외로움을 달래줄 연인같은 AI를 만들어보자고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AI로 외로움을 달래주자고 한 배경에는 구글과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IT기업들이 자연어 처리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사람같은’ AI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용자 욕구를 풀어주지 못한 것도 이유다.

예를 들어 구글 듀플렉스나 네이버 AI콜 등이 대표적이다. 두 서비스 모두 AI가 가게에 전화를 걸어주거나 받아주는 비서 역할을 맡는다. 감정이 없다. 사람같은 언어를 구현하는 서비스는 여전히 대형 IT기업에게도 큰 숙제다.

하지만 마인드로직이 구현한 AI는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 연인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분명하다. 마인드로직이 창업 1년도 안돼 유명 초기투자사 눈길을 사로 잡은 비결도 여기에 있다.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AI 서비스 수요도 늘어나고 시장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용자 배경에 맞춘 새로운 문장 생성이 핵심

대화형 AI는 일반적으로 세 단계의 언어 처리 과정을 거친다. ▲이용자가 말하는 발화를 문자로 변환하는 과정 ▲발화 맥락을 인식하는 과정 ▲맥락에 맞는 답변을 문장으로 만들어내는 과정 등이다.

현재 구글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가장 잘 구현하는 지점은 첫 번째다. 주변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오케이 구글'이라고 부르면 구글 어시스턴트는 바로 인식한다. 마인드로직이 구글 어시스턴트 환경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김용우 대표는 "두 번째, 세 번째 단계에 딥러닝을 적용해 AI가 스스로 학습하도록 한 곳은 없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서비스는 2단계 이후 과정에서 사람이 직접 개입하거나 정해진 답변만을 내놓는데 그친다는 것이다.

그는 "마인드로직 AI는 정해진 대화가 아닌, 이용자 이야기에 맞춰 새롭게 생성된 답변을 문장으로 내놓는다"며 "한 가지 질문에 내놓는 답변은 모두 다르다"고 강조했다.

김진욱 대표는 "진짜 연인처럼 말하려면 각 상황에 맞춰 정해진 답을 내놓기 보다는 맥락을 스스로 이해하고 최대한 자연스러운 언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며 "마인드로직은 AI가 데이터를 학습하고 진화해 이용자에게 보다 친근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연인 사이의 대화라는 점을 감안해 딱딱한 표현은 지양하도록 설계했다고 부연했다.

구글 어시스턴트로 실행한 마인드로직의 가상남친. 아직은 맥락에 벗어나는 발화가 있지만, 매번 같은 대답을 하지는 않는다.
각종 커뮤니티 통해 데이터 학습…"대화할 상대가 목표, 성인용 AI 아니다"

마인드로직 AI 성장 기반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용자들이 직접 올린 글이다. 이미 인터넷에는 수 많은 한국어 데이터가 있어 AI를 학습시키는데에 큰 어려움은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무분별하게 데이터를 가져와 학습할 순 없다. 사람같은 AI를 만든다고 욕을 하거나 음란한 말을 뱉는 AI가 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마인드로직 AI가 마냥 자유로운 진화를 하지 못하는 이유다. 예를 들어 마인드로직 AI에 ‘19금’ 질문을 던지면 이를 우회한 답변이 나온다.

김진욱 대표는 "우리는 대화할 상대를 만드는게 목표이지 성인용 AI를 추구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AI가 사람 수준의 ‘교양’을 갖추려면 데이터 전처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김진욱 대표는 전처리가 되지 않은 데이터를 쌀에 비유했다. 그는 "사람이 쌀을 가공없이 바로 먹을 수 없는 것처럼, 데이터도 AI가 소화할 수 있도록 가공해 밥으로 만들어줘야 한다"며 "AI가 학습하기 적절하지 않은 말뭉치는 일일이 살펴보고 학습하지 않도록 걸러내는 전처리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향후 5년 내 AI가 사람 대체 자산

두 공동대표는 향후 5년 내 AI가 사람을 대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용우 대표는 "아직은 AI가 사람을 대신하거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데 불편한 시각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라면서도 "AI와 사람이 서로 보완하며 공존할 수 있는 길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같이 있으면 행복해지는 AI를 만드는게 마인드로직이 추구하는 방향이다"라고 덧붙였다.

마인드로직은 현재 정식 서비스 출시를 향해 달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남산랩 입주는 그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 6개월 동안 페이스북이 인수한 자연어처리 리서치 랩인 위트AI 관계자를 만나 기술 개발에 큰 도움을 얻었기 때문이다.

마인드로직은 구글이나 페이스북 환경을 벗어나 독립 앱을 내놓는 것이 장기 목표 중 하나다. 또 일본어와 영어를 구현하는 서비스를 내놓고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김진욱 대표는 "마인드로직 AI를 더욱 발전시켜 가상남친·여친을 똑똑하고 재미있는 친구로 만들겠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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