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종혁 스템모어 대표 겸 연세대 약대 교수 인터뷰
연세대 약학대학, 탈모 치료 목표로 ‘스템모어’ 설립
줄기세포와 모발 관련 특허 30여개 보유
모낭 구성 핵심 ‘모유두세포’ 활용 탈모치료제 개발
지방줄기세포를 모낭세포와 유사 분화 성공…글로벌 시장서 주목

탈모 치료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점차 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탈모 치료 병원에 드나드는 환자 연령대는 대폭 낮아졌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만의 이야기가 아닌지 오래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탈모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2018년 22만4000명이다. 이는 4년 전과 비교해 2만명 쯤 증가한 셈이다. 특히 20대 환자가 크게 늘었다. 인구 10만명 당 탈모 진료 인원 현황을 보면 20대 후반이 732.9명으로 가장 높았다. 그 뒤를 이은 30대 초반과 후반은 각각 730명과 672.5명을 기록했다.

문제는 탈모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수요는 높아가지만 제대로 된 공급은 원활치 않다는 점이다. 임상을 거친 탈모 치료제와 관련 연구를 하는 국내 연구진 부재가 배경이다. 같은 이유로 탈모 샴푸와 영양제, 경구투여약 등 ‘도움’을 줄 수 있는 제품은 시중에 널렸지만 ‘치료’를 위한 의약품은 부족하기만 하다.

성종혁 스템모어 대표 겸 연세대학교 약학대학 교수./스템모어 제공
성종혁 스템모어 대표 겸 연세대학교 약학대학 교수./스템모어 제공
연세대학교 약학대학에서 탈모 치료를 목표로 한 기술지주사 ‘스템모어’를 설립한 배경이다. 스템모어는 줄기세포와 모발 관련 특허만 30여개 보유한 바이오 혁신 중소벤처다. 모낭을 구성하는 핵심세포인 ‘모유두세포’를 활용한 탈모치료제 개발과 더불어 지방줄기세포를 모낭세포와 유사하게 분화시키는 데 성공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 받았다. 현재는 이러한 기술을 기반으로 한 탈모 치료 의약품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27일 오전 연세대학교 약학대학 기술지주사 ‘스템모어’에서 성종혁 대표를 만났다. 내년 임상을 앞두고 있는 만큼 어깨에 짐이 많을만도 했지만 그는 인터뷰 내내 연구에 대한 열정과 기대감을 숨기지 못했다.

다음은 성 대표와 일문일답.

―국내에는 탈모 전문 연구진이 매우 드물다

"맞다. 그렇기에 블루오션인 셈이다. 우리 연구진은 연세대학교에서 오랜 기간 줄기세포를 연구해 왔다. 그러다 기존 탈모 치료법으로 꼽히는 모낭 이식에 줄기세포 연구가 더해지면 조직재생에 도움이 돼 탈모치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 이후부터 탈모 치료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 모유두세포를 활용한 탈모치료제 진행 결과는

"현재 독성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안으로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식약처 승인을 받는대로 내년께 임상1상에 돌입하는 것이 현재 계획이다. 이후 최소 5년에 걸쳐 임상2상, 3상, 시판까지 이어지는 방향을 기대한다."

― 두피에 모유두세포를 이식하면 세포 활성화가 더딘 고령 환자도 효과 볼 수 있나

"다양한 연령대 모발을 배양 실험한 결과, 나이가 있는 어르신과 젊은이 결과는 비슷했다. 모두 건강한 모낭이 자랐다. 물론 젊은이 세포 소스가 더 좋다. 다만 기능 차이가 크진 않다. 모발 생성 속도가 살짝 느려지는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현재 자가 이식과 타가 이식 두 가지 치료제를 두고 고민한다. 생산성 측면에서는 건강한 젊은이 모낭을 일부 얻어 대량 배양하고 모든 연령대를 상대로 적용하는 것이 결과는 좋다. 젊은 세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약처 허가 및 규제 측면에는 자가 세포를 활용하는 것이 더욱 안전하고 허가에도 유리하다. 때문에 당장은 자가 이식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물론 건강한 세포를 활용하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 직장인의 고민인 ‘뱃살’로부터 ‘모유두 유사 세포’ 추출이 가능하다는 개념을 제시해 화제를 모았다

"(웃음) 그렇다. 머리숱이 적은 사람에게서 두피 조직을 떼어 모낭을 대량 배양한다는 게 사실 쉽지 않다. 그 누구도 두피에 손상을 입으면서 탈모 치료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모유두세포 대안으로 지방줄기세포로부터 추출한 ‘모유두 유사 세포’를 연구하는 이유다. 성공하면 대량으로 세포를 배양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탈모 치료가 가능한 세상이 열린다.

그러나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하다. 여러 실험을 거친 결과 모유두 유사 세포 모낭 재생율은 90% 이상이지만 가장 중요한 ‘머리털’이 올라오지 않았다. 기능 측면에서는 아직 기존 모유두세포보다 효능이 떨어지는 셈이다. 꾸준히 연구해 효능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스템모어 연구진이 세포 배양 실험을 진행 중이다./스템모어 제공
스템모어 연구진이 세포 배양 실험을 진행 중이다./스템모어 제공
― 연구 인력은 충분히 확보됐나

"약 15명으로 구성된 스템모어 연구진은 10년 이상 연세대학교에서 지방줄기세포 등을 연구해온 베테랑이다. 현재 개발 관련해 우려는 없다.

다만 먼 미래를 생각하면 아득하다. 한국 교육이 힘을 잃어가면서 국가 경쟁력이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학 교육은 인재를 양성하기에는 투자와 교육 환경이 한참 모자르다. 일부 우수한 학생들은 여유롭지 못한 연구개발 환경을 이유로 연구를 그만두고 기업으로 간다. 안타까운 실정이다. 정부와 사회가 지속적으로 투자해 교육과 연구가 모두 활성화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래야만 국내서도 창의적인 인재 확보가 가능해진다."

― 국내 바이오 기업의 잇따른 임상 실패 소식으로 침울한 분위기다. 내년 예정된 임상1상 우려 없나

"소비자 기대와 현실 차이에서 우려가 있다. 소비자는 임상을 통해 어떤 확률로 어떤 후보물질이 가능성을 보였는지에는 관심이 없다. 성공이냐 실패냐에 무게를 둔다.

사실 어느 바이오기업이나 마찬가지지만 10개 파이프라인이 임상1상에 들어가면 평균 성공률은 10%쯤에 불과하다. 한, 두 개만 성공하는 셈이다. 이후 2상, 3상에 들어가면 성공률은 점차 높아진다. 점진적인 과정을 지켜봐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물론 자신은 있다. 타 바이오기업과 달리 스템모어는 탈모 한 분야에서 세포와 단백질, 스몰 몰레큘(Small Molecule·저분자화합물) 등 여러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적인 파이프라인이 많으면 많을수록 성공률은 높아진다."

― 치료제 제형은 어떻게 나누나

"세포 치료제는 주사 약물을 생각하고 있다. 피하주사해서 치료하는 시술 개념이다. 스템모어는 현재 탈모치료 효과가 좋은 단백질 성장인자도 연구 중이다. 이 역시 시술 개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외 ‘스몰 몰레큘’은 미녹시딜처럼 뿌리는 형태와 바르는 연고제형도 개발할 예정이다."

― 탈모 홈케어를 위해 조언을 해달라

"탈모 샴푸와 두피 에센스 활용, 경구약 복용 등 방법은 다양하다. 관리 개념에서는 좋은 방법이다.

치료를 목적으로 한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탈모 치료를 위해서는 약이 두피에 오래 머무르는 것이 효과 측면에서 중요하다. 예를 들어 탈모 샴푸는 나쁜 미생물 등을 걸러내는 데에 좋지만, 약 성분이 결국 물에 씻겨 내려가기 때문에 치료제로는 적절치 못하다.

두피 에센스의 경우, 두피에 머무르는 시간은 샴푸 대비 길지만 임상 효과가 증명되지 않았다. 증상에 따라 도움이 되는 정도다. 그나마 경구약과 스프레이 형태 약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치료를 위해서는 개인이 판단하기 보다는 전문가와 상담해 증상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