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토종 어트랙션으로 유럽 뚫고 로봇 바리스타로 입맛 훔친 상화 정범준 대표

입력 2019.09.29 16:15

고소한 빵 향기가 코를 간지럽힌다. 전문 바리스타 로봇이 커피를 제조하는 덕분에 부가가치 아이템으로 빵을 만들 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대부분의 커피숍에서 직원은 주문을 받고 나면 고객과는 대화가 단절된다. 등을 돌리고 커피를 만든다. 바리스타 로봇이 커피를 만드는 과정을 대신해 매장 직원은 고객 서비스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고객과 대화를 늘리고, 노동의 질을 높이고 창의적인 일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바리스타 로봇이 커피를 내어주는 삼성동 모처의 카페 ‘커피드 메소드(coffeed method)'에서 정범준 상화 대표를 만났다. 정 대표는 홍콩 상하이 은행, 제일기획, HP 등을 거쳐 2007년 상화를 설립했다. 회사는 설립한 이듬해 대한민국 광고 대상을 수상하는 등 미디어 전문회사로 순조롭게 출발했다. 2019년의 상화는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로보틱스와 미디어 융복합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 곳의 바리스타 로봇도 상화가 기술 개발에 집중해 내놓은 다양한 솔루션 중의 하나다.

정범준 대표. / 상화 제공
커피드 메소드에서는 고객이 매장 직원에게 주문을 하면 로봇이 전문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직접 커피를 제조한다. 기존에 전자동 커피머신에서 커피를 제공하는 로봇과도 다르다. 바리스타 실력에 따라 맛의 차이가 있겠지만 이 곳 로봇 바리스타는 그런 우려가 없다. 전문 바리스타가 만든 커피와 비교해도 맛에 손색이 없다고 상화는 자부한다.

정범준 상화 대표는 "로봇 바리스타 솔루션으로 2번의 전시회에 나갔는데, 매장을 운영할 사업주도, 바리스타들도 좋은 솔루션이라고 평가했다"며 "이 곳 매장을 시작으로 로봇 바리스타 솔루션을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으로 판매할 것이다"라고 계획을 밝힌다. 그는 커피 제조에서 나아가 이 로봇 솔루션의 적용 분야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다음 타깃은 화장품이다. 소량 다품종 생산 시대에 스마트 팩토리 분야의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삼성동에 위치한 커피드 메소드. 로봇 바리스타가 전문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커피를 뽑아낸다. / 상화 제공
화장품을 제조할 때 최소 생산 단위가 대략 5000개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소량 다품종 제품을 만드는 전문 업체들에게 이 로봇 솔루션은 생산 부담을 줄이고 적기에 고객 대응이 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기존 고객의 구매 정보를 바탕으로 그에 맞는 성분으로 화장품을 배합하고 만들어내는 역할을 이 로봇 솔루션이 대신한다. 향후 2년내에 선보일 이 솔루션을 위해 화장품 회사와도 협업하고 있다.

상화는 미디어 관련 기술, 소프트웨어 기술, 로보틱스를 포함한 하드웨어 기술 개발에 집중해온 플랫폼 기업이다. 150여명 직원 가운데 절반 넘는 인력이 개발자다. 미디어 융복합 전문 연구소도 운영하고 있다. 매출 대비 이익이 적은 것도 투자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미디어 관련 기술 회사로 아직은 이 부분 비중이 높지만 스마트 팩토리 등 신사업 비중이 35% 수준으로 증가했다. 그동안 수직계열화를 통해 개발에 대한 깊이를 넓고 두텁게 한 덕분이라고 정 대표는 말한다. 긍정적인 행보다. 다만 아쉬운 것은 기술이 패션보다 유행이 빠를 만큼 트렌드를 쫓는다. 유행은 자본이 이끌어줘야 하는데, 기술 분야에 대한 자본가의 관심이 뜨겁지 않다는 점이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사업 분야를 한다는 건 새롭게 길을 뚫는 것만큼이나 투자해야 한다. 시행착오도 해야 한다"며 하지만 이런 회사들이 많아졌으면 한다고 강조한다. VR분야는 물론 이전에 없던 스마트 팩토리 분야도 과기부, 산업부 산하기관과 다양한 선도사례를 만들고 있다고 전한다.

상화는 VR분야에서도 입지가 두텁다. 올해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토종 어트랙션과 VR 콘텐츠로 텃밭인 유럽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중국 상해에서 6월 열린 ‘IAAPA(국제테마파크 박람회) EXPO 2019’에서 영국에 자사의 GYRO Mini를 수출했다. 규모는 30억원이다.

어트랙션 시장은 독일, 네덜란드, 영국 등 유럽을 포함해 미국, 캐나다가 점령해왔다. 국내 테마파크의 어트랙션도 대부분 유럽산이다.

"어트랙션 텃밭인 유럽을 포함해 8개 회사와 경합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수출 건에 의의가 있다"고 정 대표는 겸손해한다. 3년여 정도 전시회 등에 참가하며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노력해 온 덕분이다. 처음에는 나름 그들의 견제도 있었다. 배타적이었던 그들이 이제는 손을 내밀었다.

상화 어트랙션의 차별점은 로봇의 엔지니어링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프로젝션 매핑, VR(가상현실)을 활용해 미래형 어트랙션을 만들어낸다. 불모지와 같던 VR 분야에서도 나름의 성과다.

상화가 만든 토종 어트랙션 플라잉 제트(FLYING JET)의 2인용 버전인 G2. / 상화 제공
상화가 ‘IAAPA EXPO 2019’에서 선보인 어트랙션은 3종이다. 머리와 양손에 VR기기를 착용하고 닌자가 되어 연이어 진행되는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사이버 닌자 다이브’와 국내에서 탑승형 어트랙션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플라잉 제트(FLYING JET)의 2인용 버전인 G2 등이다.

유럽 버전과 다른 상화 어트랙션의 차별점이 전통적인 강자들의 마음을 녹였다. 미국 시장으로 판로도 넓힌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근처 VR월드에도 독점 공급 계약을 마쳤다. 상화의 어트랙션은 대형 테마파크인 에버랜드를 비롯해 용산 아이파크몰 등에서도 체험할 수 있다.

상화의 연혁은 다채롭다. 미디어 분야에서는 2016년,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깜짝 등장했던 ‘삼성 갤럭시 언팩’ 행사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와 페이스북간의 VR산업의 협업을 강조한 이 이벤트를 진행한 이가 상화다.

영화 마이너리리포트를 본 이들이라면 영화속 미디어팟들이 하늘을 떠다니는 미래형 미디어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정 대표도 이 영화를 언급하며 미래형 미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개발에 집중했고, 미디어에 기술을 접목해왔다고 말한다. 미디어 기업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미래형 미디어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왔고, 기술 개발에 투자해왔다. 이제 미래형 미디어의 모델은 완성도가 향상됐다. 그렇게 개발 노력해온 기술의 결과를 어느 산업으로 연결할까 고민했다. 로보틱스, 엔터테인먼트,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주제어를 바탕으로 솔루션 사업을 펼치게 된 배경이다.

정범준 대표는 "로보틱스와 테크놀로지가 만나면 미래형 솔루션이 되고, 로보틱스에 생산을 접목하면 스마트 팩토리가 된다. 이렇게 준비된 다양한 솔루션을 이제는 해외 시장으로 무대를 넓혀 가겠다"며 기술 개발 업체로 힘찬 행보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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