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서 김포까지 직접 찾아왔어요. 진짜 QR코드만으로 결제가 되네요."

9월 30일 경기 김포 이마트24 셀프스토어 김포DC점 앞. 스마트폰을 들고 편의점 앞을 서성이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매장 입장권 ‘QR코드’를 받으려 한창 앱을 설치하는 중이었다. 벽면에 붙은 안내문을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다. 첨단 기술로 자동결제를 지원하는 ‘국내 최초 자동결제 편의점’이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마트24 셀프스토어 김포DC점은 이날 본격 영업을 시작했다. 신세계 임직원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하다가 일반 소비자에게 오픈한 것. 매장을 체험하기 위해 경기 고양, 시흥 등 먼 걸음한 방문객도 만날 수 있었다.

신세계아이앤씨가 자동결제 편의점인 이마트24 셀프스토어 김포DC점을 30일 오픈했다. / 장미 기자
신세계아이앤씨가 자동결제 편의점인 이마트24 셀프스토어 김포DC점을 30일 오픈했다. / 장미 기자
신세계아이앤씨는 ▲컴퓨터 비전 ▲센서 퓨전 ▲인공지능(AI) ▲머신러닝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걸어 나오면 자동으로 계산되는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을 구현했다. 상품공급과 매장 운영은 이마트24가 담당한다.

. / 촬영·편집= 노창호 PD

◇QR코드만 있으면 결제가 ‘쓱’
약 46㎡, 14평쯤 되는 자동결제 매장에는 계산대 대신 문지기가 있다. QR코드 스캐너를 탑재한 자동 개폐 장치로 지하철 개찰구처럼 생겼다. 입장권 역할을 하는 QR코드는 SSG페이 앱에서 받을 수 있다. 생성 버튼을 누르고 5분 안에 입구를 통과해야 한다.

매장 상품은 일반 편의점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생필품과 각종 먹거리 790여종이 차곡차곡 진열됐다. 도시락, 삼각김밥 같은 간편식도 판다. 다만, 주류는 판매하지 않으며 담배는 자동결제 매장 외부 자판기에서 성인 인증을 거친 후 구입하게 했다.

천장을 올려다보면 김포DC점만의 특징을 볼 수 있다. 행동을 추적하는 AI 카메라 31개가 매장 곳곳에 설치됐다. 방문객이 어떤 물건을 사는지 지켜보는 역할이다. QR코드값으로 개개인을 식별하고 움직임을 좌표로 추적해 행동을 분석한다.

신세계아이앤씨 측은 "동선을 고려해 카메라를 설치했다"며 "얼굴 인식이 아니라 행동 추적 방식을 활용하기 때문에 개인정보수집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제품 진열대에 설치된 센서는 인식 정확도를 높인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매장 안에는 850여 개 센서가 설치돼 있다. 무게 변화로 방문객이 집어 든 제품을 감지하는 장치다. 센서와 AI카메라에서 각각 얻은 정보를 종합해 구매내역을 완성한다.

QR코드로 작동하는 자동결제 매장 출입구. / 장미 기자
QR코드로 작동하는 자동결제 매장 출입구. / 장미 기자
필요한 상품을 다 골랐다면 출구로 걸어나오기만 하면 된다. 바코드를 직접 찍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결제가 완료되면 SSG페이 앱에서 영수증을 확인할 수 있다. 일반 영수증처럼 상세 내역과 포인트 적립 내역이 다 나온다.

자동결제를 체험하기 위해 커피 두개와 껌 하나, 과자 두개를 구입했다. 결제까지 걸린 시간은 단 10초. 상품 이름과 수량이 정확하게 영수증에 찍혔다. 다만 결제 시간은 조금씩 차이가 날 수 있다. 한 방문객은 결제까지 2분이 걸렸다고 밝혔다.

신세계아이앤씨 측은 "매장 안에서 특이행동을 하거나 움직임이 많으면 결제가 더 오래 걸릴 수 있다"며 "테스트 결과 5초에서 최대 5분까지 소요되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新 트렌드는 리테일테크

유통업계는 자동결제 기술을 포함한 ‘리테일테크’가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소비자에게는 대기 시간 없는 편리한 쇼핑 경험을, 점주에겐 영업 비용과 일손 부족 개선방안을 제공해서다.

이마트24 셀프스토어 김포DC점에 설치된 스마트 자판기. 물건을 한꺼번에 3개까지 구매할 수 있다. 담배는 자판기를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으며 신분증 확인을 거쳐야 한다. / 장미 기자
이마트24 셀프스토어 김포DC점에 설치된 스마트 자판기. 물건을 한꺼번에 3개까지 구매할 수 있다. 담배는 자판기를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으며 신분증 확인을 거쳐야 한다. / 장미 기자
다만 완전 무인매장까지는 갈 길이 멀다. 이마트24 셀프스토어 김포DC점에도 직원 2명이 상주한다. 이들은 자동결제가 익숙지 않은 방문객을 돕고 제품 재고를 확인한다. 커피, 라면 기계와 테이블이 놓인 매장 외부 공간을 관리하는 역할도 한다. 자판기에서 담배를 구입할 때에도 매장 직원에게 신분증 확인을 거쳐야만 한다.

매장 출입이 제한적인 점도 아쉽다. 매장에는 한번에 최대 10명까지 입장할 수 있다. 11번째 손님이 QR코드를 대면 ‘잠시 기다려달라’는 안내가 나온다.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명씩 QR코드를 찍어야 한다.

매장 이용시 주의해야 할 사항도 있다. 구입하지 않는 상품을 제자리에 놓지 않거나, 다른 사람에게 상품을 건네면 결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결제가 잘못됐거나, 교환·환불을 원할 경우 매장 직원이나 이마트24 고객센터에 문의하면 된다.

신세계아이앤씨 측은 "매장 확대 계획은 아직 없다"며 "김포DC점을 ‘테스트베드’로 삼아 데이터를 쌓고 기술력을 높일 계획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