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人] OECD “블록체인의 미래, 지금과 사뭇 다를 수 있다"

입력 2019.10.01 09:48 | 수정 2019.10.02 14:50

블록체인 적용 분야 금융 다음은 물류·운송 유력
페북 리브라 흥미로운 프로젝트이나 시간 걸릴 듯
ICO는 소비자·투자자 보호 있다면 자금조달 수단 정착
한국 당국자와도 올 가을 블록체인 정책 방향 논의
OECD는 정책 신호 명확히 해 혁신 촉진하자는 입장


"블록체인의 미래는 지금과는 현저히 다를 겁니다. 산업 성장을 위해 혁신은 저해하지 않되 소비자는 보호하는 ‘제대로 된 정책’이 필수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 발 앞서 세계 규제당국에 블록체인 정책 방향성을 제안할 예정입니다."

캐롤라인 말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블록체인 정책센터 부문장은 ‘코리아블록체인위크 (KRW2019)’ 행사장에서 IT조선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자체 블록체인 정책센터를 구축해 규제와 업계 지원 정책 간 균형을 맞추는 연구를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OECD가 블록체인 연구에 손을 댄 것은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이다. 실질적으로 연구에 박차를 가한 것은 2017년 암호화폐 광풍이 인 다음이다. 당시 OECD는 암호화폐가 세계 금융산업에 어떤 역할을 할지, 금융시장 외 다양한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될지, 기술이 세계 경제를 어떻게 뒤바꿀 수 있을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말콤 부문장에 따르면 오는 10월과 11월 OECD 블록체인 정책센터는 한국을 비롯한 각국 정책 관계자들과 만나 블록체인 정책을 어떻게 구상해 나갈지 논의한다. 어떤 결실을 맺을지 관심이 고조됐다.

다음은 말콤 부문장과의 일문일답.

캐롤라인 말콤 OECD 블록체인 정책센터 부문장./IT조선
― 주로 어떤 연구를 하는 지 궁금하다.

"크게 금융과 자본시장, 공급망, 정부정책, 공공행정(public goods), 데이터 프라이버시 등에 대한 연구에 몰두한다. 금융분야에선 스테이블코인과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연구한다. 공공행정 분야 연구는 토지 등기와 증명서, 졸업장, DID(탈중앙 신원증명) 등이다.

OECD는 이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연구로 세계 규제당국 관계자에게 규제와 혁신 성장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균형적인 블록체인 정책 방향을 제시하려 한다."

― 연구진 일부는 암호화폐 산업 전문가들로 구성됐다고 들었다.

"그렇다. 산업에서 직접 뛰어본 전문가들과 함께 소통하는 것은 합리적인 정책을 만드는 지름길이다. 블록체인같은 혁신 기술을 정책으로 연결지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 가치와 혁신을 저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타 기술보다도 블록체인에 대한 중립적 정책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다. 중앙화인지, 탈중앙화인지에 대한 기준점 조차 없다보니 산업에서 직접 뛰어본 사람들의 경험이 절실히 필요하다."

― 현 블록체인 산업과 암호화폐 시장을 어떻게 보는지.

"점진적으로 성숙해지고 있다. 블록체인에 대한 세계 정부의 관심이 고조됐다. 특히 최근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자금세탁방지 권고안을 내놓는 등 기존 법안을 암호화폐 산업에 적용하는 케이스도 종종 포착된다.

일각에선 블록체인 기술에 잠재력이 없다고 하는데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살펴봐야 한다. 10년 전 이들의 UI·UX(소비자 인터페이스·소비자 경험)도 형편없었다. 지금 우리가 쓰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하루 아침에 빚어진 결과물들이 아니다. 블록체인도 이러한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암호화폐 시장은 아직 변동성이 크다. 다만 아시아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은 암호화폐공개(ICO)는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많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ICO는 자금조달 수단의 하나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에 앞서 소비자와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규제가 마련돼야 한다."

― 일부 블록체인 전문가들은 금융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가장 빛날 것이라고 본다. 리서치하면서 금융 외 블록체인이 가장 잘 들어맞는 분야는 어떤 분야인가.

블록체인이 금융 분야에서 가장 빨리 열매를 맺을 기술이라는 점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없다. 시간이 점차 지나면 금융 한 분야에서만 빛나지는 않을 것이다. OECD는 물류나 운송 분야를 특히 눈 여겨 보고 있다. 이들 분야에서는 블록체인이 단독 활용될 수 없기 때문에 IoT(사물인터넷) 등 다른 기술과 잘 융합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다."

― 블록체인 분야서 OECD의 최대 관심사는 무엇이냐. 리서치하면서 가장 재밌게 보는 분야가 있는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심이 크다. 거시경제와 금융 안정성, 대규모 채택(mass adoption) 등 다양한 관점에서 연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와 CBDC와의 경쟁 시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우려, 세제 문제, 소비자 보호 등도 연구 중이다."

―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인 페이스북 리브라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재밌는 프로젝트다. 다만 컨셉이 실질화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다. 리브라에 대해 세계 각국 규제당국서 보인 반응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리브라의 출현과 동시 세계 각국서 CBDC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많은 국가가 이론적인 개념이었던 CBDC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 CBDC를 발행하면 국가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보느냐.

"아직 CBDC를 발행한 국가가 많지도 않을 뿐더러 세계가 이제 막 관심을 갖는 분야이기 때문에 국가 경쟁력이 생긴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다만 각국 중앙은행이 CBDC의 통화 구조를 어떤식으로 짜느냐에 따라 국가 상황이 달라질 수는 있을 것 같다.

세계 정부 관계자들은 아직 CBDC에 대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 CBDC를 발행하려는 국가는 이를 비트코인같은 완전한 탈중앙화 형식으로 발행할 지, 페이스북 리브라처럼 중앙화된 구조로 가져갈 지에 대해 고민 중이다. 또 기관 투자자 대상으로 할 지, 개개인 대상으로 할 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도 내놓지 못했다. 금융 기관을 상대로 할 경우 CBDC의 잠재력이 돋보이지 못하고, 개개인을 위해 발행할 경우에는 위험성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는 특히 돈에 대한 정부 통제력이 상실될까 우려하기도 한다. CBDC는 정부로부터 중앙화된 사회 구조를 조금이나마 탈중앙화시키는 매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 아직 표준이 마련되지 않은 가운데 OECD가 어떤 정책을 제안할 지 궁금하다.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제안할 방침이다. 규제당국 관계자들은 기술이 개발되는 속도보다 항상 느린 속도로 정책을 입안한다. 그래서 업계 요구사항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OECD는 산업 정책에 대한 시그널을 명확하게 선보일 예정이다. 원칙은 세우되, 혁신은 촉진할 수 있는 방안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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