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위한 중장기 종합대책을 내놨다. 허위조작정보를 방치한 국내외 기업은 관리상의 책임에 따라 매출액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내며, 정부는 팩트체크 자동화 시스템 구축에 별도 예산을 투입한다.

하지만 인터넷 업계는 더불어민주당 발표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여당은 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도 한국 기업과 마찬가지로 허위조작정보 확산의 책임을 진다고 했지만, 국외 기업에 대한 처벌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를 두고 실효성 논란이 있다. 특히 허위조작정보 주요 생산처인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을 처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포털 사업자가 자의적으로 허위조작정보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선일보DB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선일보DB
더불어민주당, 허위조작정보 근절 종합대책 발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허위조작정보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튜브 등 플랫폼 사업자가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를 방치할 경우 매출액의 최대 10%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법률 개정안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광온 위원장은 "허위조작정보는 우리사회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행위이자 사회 통합을 가로막는 바이러스다"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이 발표한 허위조작정보 근절 종합대책은 ▲팩트체크 활성화 ▲미디어 리터러시 공교육화 ▲공무원의 혐오·차별 표현 금지 ▲역사의 부정·왜곡 금지 ▲플랫폼 공적규제 강화 ▲언론사 정정보도 위치 합리화 ▲피해자 권리구제를 위한 징벌적 손해보상제도 도입 ▲딥 페이크 성범죄 처벌 등 내용을 담았다.

여당은 허위조작정보가 돈이 되는 유튜브·페이스북 관련 문제 개선을 위해 독일의 공적규제를 도입한다. 독일 유튜브와 페이스북은 한국과 달리 허위조작정보 삭제를 위한 대규모 자체 모니터링 담당자를 배치하는 등 적극적 태도를 보인다. 여당은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튜브, 네이버 등 플랫폼 사업자의 팩트체크 메뉴 운영을 의무화한다. 플랫폼 사업자는 ▲불법정보 유통 방지 담당자 배치 ▲인공지능 및 매크로 활용 불법정보 유통 금지 ▲불법정보 처리 현황을 기록한 투명성보고서 제출 ▲방송통신심의위와 방송통신위원회 명령에 대한 즉각 조치 등 의무를 가진다.

허위조작정보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에 명시한 9가지 불법 정보다. 구체적으로 ▲음란 콘텐츠 ▲타인의 명예훼손 콘텐츠 ▲총기류 등 제조 정보 ▲국가보안법 위배 내용 등이 포함된다. 명예훼손은 공공 이익에 부합할 경우 처벌 대상에서 제외한다.

이번 대책은 최근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허위정보가 담긴 콘텐츠가 유포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위원장은 5.18 관련 허위조작정보를 사례로 들었다. 그는 "당 자체 신고센터와 모니터링을 통해 총1932건의 허위조작정보를 인지했다"며 "이중 5.18 관련 허위조작정보가 1364건으로 전체 71%를 차지한다"고 전했다.

특히 박 위원장은 구글코리아를 짚어 "우리나라의 법과 상식, 이용자의 합리적인 요구를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며 "구글코리아 행태는 왜 공적 규제가 필요하고 시급한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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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업계 "허위정보 판단기준 모호"

하지만 인터넷 업계 일각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구글코리아 등 포털 업계는 더불어민주당의 이번 대책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구체적인 법안이 나오지 않았을 뿐더러, 법안이 발의된다 하더라도 국회 통과 여부가 불확실하다.

포털 사업자가 허위조작정보 여부는 자의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은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정보통신망법으로 9가지 불법 정보를 정했다고는 하지만, 정권 입맛에 따라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

포털업계 한 관계자는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판단을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잘못하면 정권이 악용할 우려도 있어 위험한 법안이다"라고 말했다.

포털에서 유통하는 콘텐츠 다수는 일반 이용자가 만든 콘텐츠다. 허위조작정보 판단 기준을 남용해 포털이 일반 이용자 콘텐츠를 삭제하거나 차단할 경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독일 법안을 본따 만든 법안이라지만, 독일에서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허위정보가 아니라 인종차별 등 혐오 발언으로 국한됐다"고 비판했다.

또 "포털 사업자가 판단해야 하는 허위조작정보 구분 9가지 기준도 모호하다"며 "유튜브 등 포털에서 일반 이용자 콘텐츠를 검열하는 것은 일반 이용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더불어민주당 발표에 신중한 태도 보여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의 발표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방통위 인터넷윤리팀 한 관계자는 "보통 법안을 발의해도 검토하는데 한두 달은 걸린다"며 "개정안 방향성은 나와있지만 구체적인 방법은 나오지 않아 입장을 내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또 방통위 역할 강화 측면에 대해 "현재도 방심위 시정요구에 불응할 경우 방통위 시정명령이 내려지고 이에 응해야 하는 기본적인 의무는 있다"며 "개정안 발의가 돼야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역시 "사전에 언질이 전혀 없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방심위 한 관계자는 역외 규정에 대해 묻자 "해외사업자는 자율심의 협력시스템을 통해 규제를 하고 있지만 사실 실효성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역외 규정 도입으로 실효성이 높아질 지는 확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