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몰 시대] ①“그립으로 옆집언니와 영상 통화하듯 쇼핑하죠”

입력 2019.10.02 06:00

글로벌 IT 시장의 트렌드는 5세대 통신 상용화와 제4차 산업혁명의 조류가 만나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모한다. 핵심인 플랫폼 분야를 비롯해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한 특화 서비스, 신제품으로 중무장한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쇼핑 분야는 전통적 유통 강자를 밀어낸 신진 전문몰이 빠르게 자리를 잡으며 강소기업 탄생의 기대감을 높인다. 기존 은행이나 카드 중심의 결제 행태는 페이 등 새로운 솔루션의 등장후 빠르게 변모한다. IT조선은 최근 모바일 분야 각광받는 전문몰과 결제 업체 등을 직접 찾아 그들만의 사업 노하우와 미래 전략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인터뷰] 김한나 그립 대표

오프라인 매장에서 발품 팔아가며 물건을 사던 시대가 저물고 온라인 세상이 열린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온라인을 능가하는 라이브 커머스(소비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물건을 사고파는 판매 행태) 등 차세대 커머스 트렌드가 대세다. 2월 국내 최초로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을 선보인 ‘그립'이 최근 집중 조명을 받는다.

그립은 판매자(셀러)와 소비자(유저)가 모바일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대화하듯 상품을 매매할 수 있는 미디어 커머스 플랫폼 기업이다. 유사한 서비스로는 중국의 타오바오쯔보·모구지에 등이 있다.

김한나 그립 대표. / 류은주 기자
IT조선은 서울 서초구 강남역 위워크 사무실에 자리한 김한나 그립 대표를 만났다. 그립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인터뷰 도중 미디어 커머스 시장의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듯 투자자들의 문의에 응대하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빴다. 김 대표는 최근 라이브커머스 사업에 뛰어들고 싶다는 기업도 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유저를 늘려야 한다는 생각에 일부 스타트업 관련 매체 등을 통해 서비스 론칭 소식을 발표했는데, 기사를 보고 투자자들로부터 많은 연락을 받았다"며 "기업 문의도 많이 받았고, 일부 기업과는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투자자들은 넥스트 홈쇼핑과 넥스트 커머스의 주인공이 누가될지를 자주 묻는다"며 "그립의 미디어 서비스 플랫폼이 차세대 커머스 플랫폼 중 하나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동영상 시장이 뜬다

김 대표를 비롯해 그립 창업 멤버들은 포털 기업 네이버 출신이다. 그립 창업에는 하이레벨 개발자 4명이 동참했다.

김 대표는 "사실 고액 연봉을 받던 사람들인데 돈(연봉) 가지고 설득을 할 순 없으니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훌륭한 서비스를 함께 만들자는 비전을 갖고 설득했다"며 "현 그립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친구를 설득하고 나니 나머지 개발자 친구들도 마음을 움직여 합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들을 설득할 때 동영상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어필했다.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며 빠르게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몸소 겪었던 덕분이다.

김 대표는 "스노우, 잼라이브 등 영상으로 노는 시장이 처음에 앱서비스를 마케팅할 때와는 차원이 다르게 성장하는 것을 몸소 느꼈다"며 "사실 영상을 보면서 물건을 바로 구매하는 아이디어는 누구나 생각할 법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무식하고 용감하게 창업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립 라이브 커머스 시청 화면. / 그립 갈무리
라이브 커머스의 가장 큰 장점은 소통이다. 김 대표는 "현재 온라인 쇼핑은 ‘최저가’ 외에 이렇다 할 소비자 유인책이 없고, MD들 역시 최저가 경쟁에 점점 지쳐간다"며 "이 상품이 왜 좋은지 말할 길이 없지만, 그립에서는 셀러들이 직접 물건을 보고 만지고 설명하고, 제조 혹은 공정과정까지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등 소비자들이 구매 판단에 있어 유효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어 "마치 옆집 언니와 영상통화를 하듯 상품에 대해 설명을 했는데, 이것이 유저에게 더 친근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효과를 가져왔다"며 "유저들끼리 실시간 채팅이 가능하다보니 실시간 리뷰(후기)를 남기며 정보를 교환하는 효과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미디어 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수요와 관심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그립 서비스 초반 방송에 참여하는 인원은 수십명에 그쳤지만, 현재는 인원이 많이 몰릴 때는 수백명을 훌쩍 넘어선다.

김 대표는 "서비스 론칭 전 49개 업체 입점을 설득 하는데에만 6개월이 걸렸지만, 론칭 후 입소문이 난 후 입점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론칭 7개월 누적 기준 500개가 넘는 업체들이 동영상을 통해 물건을 팔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립은 유통 전문가라기 보다 기술 전문가들이 뭉친 기업이지만, 소비자들이 기술을 통해 더 좋은 가치를 누리게 하는 것에 방점을 뒀다"며 "셀러에게 수수료를 많이 받는 수익 모델 대신 상품의 중간 마진을 제거해 셀러와 유저 모두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하고 싶다"며 강조했다.

대기업과의 경쟁 불가피 "기대와 우려"

그립은 그 일환으로 B2B(기업간거래) 규모를 확장 중이다. 최근 기업의 온라인몰 앱이나 사이트에 실시간으로 그립의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시범 서비스 했는데, 소비자의 호평이 이어졌다.

김 대표는 "그립에서만 방송을 하면 시청자 수가 보통 많을 때 400명 정도 되지만, 앱에 방송을 띄우니 시청자 수가 900명으로 껑충 뛰었다"며 "이런 사업 모델을 앞으로도 확장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대기업과의 협업이 마냥 핑크빛 전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시장의 규모가 확장할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대기업의 자금력과 아이디어 탈취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김한나 그립 대표. / 류은주 기자
김 대표는 "어떤 기업이 같이 협업을 하자고 해서 실컷 서비스를 설명해줬는데, 나중에 자체적으로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발표를 하더라"며 "대기업이 시장에 합류해 경쟁을 활성화하고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것은 장점이지만, 아이디어가 있어도 돈이 없어 실행하지 못하는 것을 대기업이 자금을 투입해 실현시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그립의 중요한 파트너는 분명 기업들이다. 김 대표는 "기업의 상품을 그리퍼(그립의 동영상 방송을 진행하는 사람으로, 쇼호스트와 인플러언서를 결합한 개념이다)가 대행해서 판매하는 수익모델을 키우려 한다"며 "예를 들어 CJ 비비고 만두를 그리퍼가 직접 실시간으로 영상을 통해 소개하는 방식이다"고 말했다.

2배 더 힘들고, 3배 더 재밌다

중학교 때부터 꿈꿔온 창업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일까. 김 대표는 창업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인터뷰 내내 밝은 표정을 잃지 않았다.

김 대표는 "회사가 커지고 사업이 확장되면서 점점 어깨가 무거워 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하지만 창업을 하니 회사를 다닐 때 보다 일은 2배 힘들지만, 성취감과 재미는 3배다"고 말했다.

투자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내건 목표 달성을 위해 이제는 쉼없이 달려야 할 때기도 하다.

김 대표는 "2019년 하반기 150만명의 유저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며 "라이브 커머스는 이미 쇼핑업계의 ‘핫키워드'로 부상하고 있으며, 국내 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면 중국, 동남아, 일본 등 해외 시장으로의 진출할 꿈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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