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가짜뉴스’ 근절책은 중국산?

입력 2019.10.02 17:20 | 수정 2019.10.02 18:07

중국 동영상 검열 정책과 흡사한 여당 대책
사법적 판단 이전 행정 기준 우선 적용 문제
위헌인 사전검열 우회 부활 가능성 배제 못해
플랫폼사업자, 콘텐츠 일일이 감시해야 할 판
정작 유튜브는 통제권 밖…역차별 논란 재연

더불어민주당이 허위조작정보 유통을 근절한다며 내놓은 종합대책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진다. 업계는 현 정권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주로 나오는 유튜브를 겨냥한 대책이 자칫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인터넷 이용자와 산업에 새로운 규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개인이 만든 정보 유통 책임을 온전히 인터넷 플랫폼에 지우려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일당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표현의 자유를 극히 제한한 중국과 같은 나라에서 나올 법한 규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중국은 더우인(抖音·틱톡)등 쇼트클립 플랫폼에 유통되는 콘텐츠의 제목과 주제, 내용 등을 플랫폼운영사가 일일이 확인한 뒤 유통하도록 한다.

./ 틱톡 공식 페이스북 갈무리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일 허위조작정보를 방치한 국내외 플랫폼 기업에 관리상 책임에 따라 매출액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특히 허위조작정보를 유포한 플랫폼에 배상 책임도 물릴 계획이다. 허위조작정보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에 언급된 9가지 사항에 준한다. 구체적으로 타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정보나 국가보안법 위배 내용을 담은 콘텐츠, 음란성 콘텐츠 등이 플랫폼을 통해 유포될 경우 이를 방치한 플랫폼도 배상책임을 지우겠다는 것이다.

플랫폼 기업들은 허위조작정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콘텐츠를 계속 감시·필터링 해야 한다.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이용한 불법정보 유통을 차단하는 기술적 조치도 반드시 취해야 한다. 불법 의심 정보를 임시차단하는 역할을 맡을 직원도 두도록 했다.

어디서 봤다했더니…‘중국 콘텐츠 검열 세칙’ 흡사

업계는 여당이 내놓은 이번 대책이 중국 동영상콘텐츠 규제안과 매우 흡사하다는 비판을 내놓는다. 중국은 정부 비판 등 유통금지 콘텐츠 세칙을 두고, 콘텐츠가 유포되면 플랫폼 사업자에 책임을 묻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당국은 올해 1월 쇼트클립 플랫폼 사업자에 콘텐츠 총괄 관리 책임을 지도록 한 규제를 내놨다. 중국에선 더우인과 콰이서우(快手) 등의 서비스가 차단된 유튜브를 대체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플랫폼에서 국가 이미지를 손상시키거나 혐오, 외설적인 내용을 담은 콘텐츠가 유포되면 플랫폼 사업자가 책임을 지도록 했다. 콘텐츠에는 범죄를 저지른 인물을 긍정적으로 묘사하거나 ‘비정상'적인 연애관을 담아서도 안된다.

또한 사내에는 자질을 갖춘 심사위원을 두고 콘텐츠를 검열하도록 했다. 심사위원 수는 쇼트클립 플랫폼 규모에 맞게 배치하되 해당 플랫폼에 하루 업데이트되는 동영상 수 1000분의 1 이상을 둬야 한다.

민주당 내 허위조작정보대책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광온 의원./조선일보 DB
여당의 허위조작정보 규제안이 중국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중국 규제처럼 국내외 포털 사업자들이 자사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는 모든 콘텐츠를 스스로 검열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허위조작정보로 지정된 9개 기준 역시도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포털이 과징금을 피하려 애매한 콘텐츠는 자의적으로 판단해 삭제조치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국 중국처럼 표현의 자유가 제한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진실과 허위를 구분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며 "사법부가 허위 정보임을 판단하기도 전에 행정부가 정해놓은 기준으로 정보 유포를 차단하도록 하는 법안이므로 너무 포괄적인 제약을 야기한다"고 비판했다.

이상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8월21일 열린 ‘유튜브와 정치편향성, 그리고 저널리즘의 위기' 세미나에서 "가짜뉴스 정의가 불명확하고, 그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데다 규제를 한다면 사전검열 금지 원칙에도 위반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유튜브라는 해외 사업자에는 법이 적용되지 않아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며 "지속적인 팩트체크를 통해 비판해야 허위정보를 정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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