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자체 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 백서를 공개한 이후 업계 전반에서 제기되는 비판에 예민한 모습이다. 정치권과 금융권은 2020년 리브라 출시를 앞두고 견제에 바쁘다. 암호화폐 업계는 리브라를 ‘흥미로운 프로젝트’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구글 이미지 캡처페북 건드린 WSJ…“리브라 파트너, 고민은 현재진행형”
./구글 이미지 캡처페북 건드린 WSJ…“리브라 파트너, 고민은 현재진행형”
가장 최근 페이스북 심기를 불편하게 한 곳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이다. WSJ은 1일(현지시각) 소식통을 인용해 "비자와 마스터카드 등 리브라 프로젝트와 함께 결제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로 했던 금융 파트너들이 규제기관과 마찰을 피하기 위해 리브라 공개 지지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또 "이들 금융 파트너는 페이스북 리브라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도 보인다"고 덧붙였다. 만약 그럴 경우 결제 분야를 넘보는 리브라 시도는 결국 위태로워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외신 전망이다. 기존 통화를 리브라로 이전하는 데 절대적인 도움을 줄 금융 파트너사 부재는 페이스북 목표를 제한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비자는 WSJ 보도에 앞서 다른 외신 인터뷰에서 비슷한 의견을 피력했다. 7월 알프레드 켈리 비자 CEO는 인터뷰에서 "비자는 리브라에 가입할 의향이 있다는 구속력 없는 문서에 서명한 27개 회사 중 하나다"라며 "아직 리브라에 공식 참여한 파트너는 없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마커스 총괄, WSJ에 "말도 안되는 헛소리"

데이비드 마커스 리브라 총괄은 WSJ 보도를 비판했다. 잘못된 정보로 인해 자칫 파트너들이 동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않겠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며 "WSJ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리브라 성공을 위해서는 협력사 도움이 절실하고 이들이 맡은 임무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페이스북은 디지털화폐가 새로운 가치를 가져올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재 우리는 리브라 출현으로 인해 각국이 제기한 우려를 침착하고 자신있게 헤쳐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커스 대표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앞으로 수 주내 리브라 협회 첫 공식 파트너를 확정한다. 2020년 출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계획대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 캐서린 포터 칼리브라 책임자는 2일(현지시각) 일본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2020년 칼리브라 월렛이 출시되길 희망한다"며 "리브라는 수 많은 작업이 이뤄질 수 있는 대형 생태계로 자리매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치·금융권은 견제, 암호화폐 업계는 환영

리브라 백서가 공개된 직후 업계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극과 극으로 나뉘는 모양새다.

우선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에 위기감을 기존 금융권은 정치권을 등에 업고 리브라를 강하게 견제하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미국 정치권이 리브라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7월 미국 상·하원에서 진행한 리브라 청문회에서 정치인들은 마커스 총괄에게 십자포화를 쏟아낸 것이 그 방증이다. 특히 미국 하원 의원들은 리브라가 절대로 출시되어선 안된다고 주장한다.

이들 중 가장 적대적인 인물은 셰러드 브라운 상원의원이다. 그는 "페이스북 리브라는 신뢰받을 자격이 없다"며 "타 기업과 마찬가지로 이익 추구 기업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맥신 워터스 하원 금융위원장도 힘을 실었다. 그는 "페이스북 디지털 화폐와 월렛 출시 계획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페이스북 프로젝트가 결실을 맺는다면 페이스북과 그 파트너는 통화 안정성을 해칠 수 있는 엄청난 경제적 영향력을 갖게 되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금융권도 견제에 바쁘다. 리브라 백서가 공개된 직후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는 프랑스 매체 ‘레 제코’와 인터뷰에서 "리브라 프로젝트는 흥미롭긴 하지만 금융 기관 역할은 하기 어려울 전망이다"라며 "페이스북과 같은 기술 기업은 오히려 규제 제약을 피하고자 기존 금융사와 제휴를 맺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필립 로우 호주준비은행(RBA) 총재는 리브라가 주요 결제 수단으로 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리브라가 기존 전자결제시스템과 다른 점이 없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그는 "호주에선 전화번호만 알면 5초만에 송금이 가능한 전자결제시스템이 있다"며 "암호화폐가 이런 시스템을 대체하진 못할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암호화폐 업계는 다르게 평가한다. 리브라가 더 많은 이들에게 법정화폐를 쓰듯 암호화폐를 쓸 수 있는 세상을 열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디지털자산 투자사 ‘모건크릭 디지털에셋’ 안토니 팜플리아노 창업자는 트위터를 통해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모든 사용자는 디지털 월렛을 갖게 될 것이다"라며 "이는 결국 세계 3분의 1 인구가 암호화폐를 활용하게 된다는 의미다. 암호화폐 산업에 엄청난 호재다"라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로 꼽히는 바이낸스 대표 창펑 자오는 개인 트위터를 통해 "리브라는 KYC(고객신원확인)가 필요 없다"며 "이들은 이미 20억 회원의 방대한 개인정보를 가지고 있다. 리브라야말로 최고의 AML(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이다"라고 밝혔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CEO는 외신과 인터뷰에서 "리브라는 세계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며 "리플이 기업 인프라를 구축해 세계 결제 시스템을 통합할 때 페이스북은 소비자 기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