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합산규제 결론 해 넘기나

공정거래위원회는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 신청한 케이블TV 인수합병(M&A) 관련 조건부로 승인한다는 내용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후 전체회의 개최를 준비 중이다. IPTV와 케이블TV 결합을 통한 유료방송 시장 재편 속도가 붙는다.

하지만 유료방송 점유율 1위 업체 KT는 정부의 규제에 발목이 잡혀 M&A 추진 여부가 불투명하다. 경쟁사가 덩치를 키워 위협을 가하지만 배를 부여잡고 쫄쫄 굶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9월 10일 LG유플러스와 CJ헬로 인수를 조건부로 승인하는 내용을 담은 기업결합 심사보고서를 LG유플러스에 발송했다. LG유플러스가 전달 받은 심사보고서에는 통신업계에서 논란을 빚은 CJ헬로의 알뜰폰 사업 매각 조건이 없다. LG유플러스는 최근 공정위에 심사보고서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KT·딜라이브 로고. / 각 사 제공
KT·딜라이브 로고. / 각 사 제공
공정위는 1일 SK텔레콤이 신청한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간 합병 관련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SK텔레콤은 가능한 빨리 심사 결과에 대한 의견을 전달해 공정위 심사 절차를 마무리한다. 공정위는 승인조건으로 IPTV와 케이블TV의 교차판매를 금지하는 조항을 붙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SK텔레콤은 이를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을 낼 예정이다. 공정위는 전원회의를 거쳐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최종 의결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공정위와 별도로 시장 경쟁 상황 등을 종합 검토한 인수합병 심사를 한다. 특히 관심을 끄는 분야는 알뜰폰 분리매각 조건이다. 공정위는 심사보고서 발송 당시 LG유플러스의 CJ헬로 알뜰폰 사업과 관련한 별도의 조건을 달지 않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심사에서 조건이 달릴 수 있다. 현행법상 이통사는 1곳의 알뜰폰 자회사를 둘 수 있는데,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면 회사 수가 2개로 늘어난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품으면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2위(24.54%)를 차지하게 된다. KT와 KT스카이라이프는 31.07%로 여전히 1위지만 그동안 압도적이던 점유율 격차가 줄어 된다. SK텔레콤이 티브로드를 합병하면 LG유플러스에 근접한 23.93%의 점유율로 3위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KT는 경쟁사의 통합 OTT 출범, 케이블 M&A 등에 적극적인 대응 전략 마련조차 하지 못한다. 케이블TV 3위 업체인 딜라이브의 인수를 위해 노력했지만, 유료방송 시장의 ‘합산규제’ 영향으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다. 합산규제는 특정 유료방송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을 3분의 1로 제한하는 것으로, 사실상 KT의 유료방송 시장 독과점을 방한 것이다. 2018년 6월 27일 일몰됐지만, 국회는 이후 1년 3개월이 넘도록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 중이다.

과방위는 4월 법안소위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에 합산규제 이후 사후규제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과기정통부가 5월 유료방송 규제 방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방통위가 이에 상반된 방안을 별도 제출해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7월 12일 열린 법안소위에서도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결국 8월 조국 법무부장관의 인사 청문회와 연관해 국회 파행이 지속됐고, 법안소위는 아직까지 열리지 못했다.

2일 국회에서 열린  과방위 국정감사 모습. 왼쪽부터 민원기 과기정통부 제2차관, 최기영 장관, 문미옥 제1차관, 김성수 과학기술혁신본부장. / 류은주 기자
2일 국회에서 열린 과방위 국정감사 모습. 왼쪽부터 민원기 과기정통부 제2차관, 최기영 장관, 문미옥 제1차관, 김성수 과학기술혁신본부장. / 류은주 기자
2일 국회에서 열린 과방위 국정감사에서도 유료방송 합산규제와 같은 현안은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공방전에 밀려났다. 사실상 연말에서야 결론이 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하지만 연말부터 여야가 총선 정국에 돌입할 경우 제대로된 입법 활동을 기대하기 어렵다.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가 기약없이 늘어지면서 KT는 현재 딜라이브 인수 작업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황창규 KT 회장의 임기는 2020년 3월 끝난다. KT에 남은 시간이 촉박하다. 황 회장 후임 찾기에 돌입한 상황에서 딜라이브 인수를 위한 물밑작업은 추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KT 한 관계자는 "딜라이브와 협상을 잠정 중단한 것은 맞지만 인수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라며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가 어떻게 결론이 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