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반 가정에서 데스크톱 조립PC를 구매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게임’ 때문이다. 일반 PC 작업은 노트북에서 대신할 수 있고, 인터넷 검색이나 쇼핑, 금융 거래 등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서도 가능하다. 그러나 단순 ‘성능’이 중요한 게임만큼은 여전히 데스크톱 조립PC만 한 것이 없다.

게임용 조립 PC를 구매하는 이들 중에는 종종 수백만 원의 비용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이들도 있다. ‘최고의 게임 환경’을 구축해서 승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물론, 90%가 넘는 소비자들은 여전히 가격 대비 성능, 소위 ‘가성비’를 더 우선시한다.

메인스트림 라인업에서 가성비가 가장 좋은 CPU로 꼽히는 인텔 코어 i5-9400F. / 최용석 기자
메인스트림 라인업에서 가성비가 가장 좋은 CPU로 꼽히는 인텔 코어 i5-9400F. / 최용석 기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립 PC 시장에서 ‘가성비 CPU’의 타이틀은 AMD가 차지했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 사정이 다르다. 지난 7월 AMD가 3세대 라이젠(RYZEN) 프로세서를 출시하며 성능 면에서 인텔을 턱밑까지 따라잡았다고는 하지만, 그만큼 가격도 상승하면서 오히려 일부 라인업에서는 인텔의 ‘가성비’가 더 좋아지는 가격 역전 현상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 제품이 인텔의 9세대 ‘코어 i5-9400F’다. 6코어 6스레드라는 괜찮은 구성에도 불구하고 10월 초 현재 최저가가 16만원대(카드가격 18만원대)에 불과하다. 3세대 라이젠 프로세서 중 가장 가성비가 좋고 구성도 6코어 12스레드로 비슷한 ‘라이젠 5 3600’이 최저가 24만원대(카드가격 26만원대)로 8만원 가량 더 비싸다.

8만원은 그 자체로도 적지 않은 금액이다. 메모리 및 SSD 용량을 좀 더 늘리거나 그래픽카드를 한 단계 더 좋은 제품으로 선택해 같은 금액으로 PC 성능을 한 단계 더 높일 수도 있다. 조금이라도 더 저렴하게 쓸만한 PC를 구성하려는 이들이라면 솔깃할 수밖에 없다.

테스트 시스템 구성표. / 최용석 기자
테스트 시스템 구성표. / 최용석 기자
문제는 ‘실제 성능’이다. 일반적인 인식으로는 8만원의 차이라면 성능도 그만큼 차이가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IT조선은 전문 테스트랩을 빌려 인텔 코어 i5-9400F와 라이젠 5 3600의 실제 게임 성능 테스트를 간단히 진행해보고 성능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확인해봤다.

테스트 환경은 그래픽카드(지포스 GTX 1660 Ti)와 메모리(삼성 DDR4 PC4-21300 16GB(8GBx2)), SSD(마이크론 MX500 256GB) 등을 ‘가성비 PC’에서 많이 채택하는 사양으로 구성했다. 단, 메인보드는 각 CPU가 최대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각각 인텔과 AMD의 최상위 칩셋(Z390 및 X570)을 채택한 메인보드를 사용했다. ‘가성비 PC’인 만큼 성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CPU 쿨러는 제품과 함께 제공되는 번들 쿨러를 사용했다.

가성비 구성 PC에서 인텔 코어 i5-9400F 시스템과 AMD 라이젠 5 3600 시스템의 배틀그라운드 성능 테스트 결과. / 최용석 기자
가성비 구성 PC에서 인텔 코어 i5-9400F 시스템과 AMD 라이젠 5 3600 시스템의 배틀그라운드 성능 테스트 결과. / 최용석 기자
게임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즐기는 온라인 게임인 ‘배틀그라운드’와 ‘오버워치’ 2종을 선택했다. 이들 게임은 최근 게이밍 조립PC를 구매하는 이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게임이기도 하다.

결과는 다소 의외였다. 2종류의 게임 모두 코어 i5-9400F가 근소하게 앞선 결과가 나왔다. 배틀그라운드에서는 최소 프레임, 오버워치에서는 최대 프레임에서 라이젠 5 3600이 앞선 결과를 보이기도 했지만, 전체적인 게임 성능이라 할 수 있는 평균 프레임에서는 8만원 더 저렴한 i5-9400F가 앞선 모습을 보인다.

오버워치 성능 테스트 결과. / 최용석 기자
오버워치 성능 테스트 결과. / 최용석 기자
메인보드를 보급형으로 바꾼다고 하더라도 가격차이는 좁혀지지 않는다. 최근 양 진영의 메인보드 가격 차이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인텔의 경우 8세대와 9세대가 칩셋과 소켓을 공유하고, 기존에 출시됐던 메인보드 제품들의 가격이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반면, AMD는 최신 X570 칩셋에 PCI익스프레스 4.0 등 신기능이 다수 추가되면서 오히려 전 세대와 비교해 보드 가격이 상당히 올랐다.

인텔 PC에서 메인스트림 급으로 많이 쓰는 B360 칩셋 보드와 AMD PC에서 메인스트림 급인 B450 칩셋 보드의 가격대는 최저가가 9만원대~10만원대로 비슷하게 형성되어 있다. 그 이하 보급형도 사정은 비슷하다.

실제로 위 테스트 사양을 기준으로 메인보드만 B360 및 B450급으로 교체하면 인텔 i5-9400F 시스템은 약 69만원선, AMD 라이젠 5 3600 시스템은 약 77만원선이 나온다. (이상 케이스, 파워서플라이 제외)

10월 4일 가격비교사이트 최저가 기준으로 인텔 코어 i5-9400F와 AMD 라이젠 5 3600은 8만원 정도의 가격 차이를 유지 중이다. / 다나와 갈무리
10월 4일 가격비교사이트 최저가 기준으로 인텔 코어 i5-9400F와 AMD 라이젠 5 3600은 8만원 정도의 가격 차이를 유지 중이다. / 다나와 갈무리
일각에서는 ‘오버클럭’을 기본 지원하고, 보드 하나로 차세대 CPU까지 그대로 쓸 수 있으며, 하나의 코어를 2개처럼 사용하는 SMT 기술(=하이퍼스레딩)을 지원해 게임 외에 다른 작업에 유리한 라이젠 5 3600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는 ‘가성비 게이밍 PC’를 찾는 소비자들의 경향을 고려하지 않은 의견이기도 하다.

가성비 PC 구매자들의 상당수가 PC 하드웨어를 잘 모르는 일반 사용자다. 그만큼 오버클럭이나 차후 업그레이드에는 큰 관심이 없다. 적당히 게임이 잘 돌아가는 PC를 최대한 싸게 사서 쓰다가 3년쯤 지나서 통째로 시스템을 바꾸는 경우가 대다수다. 2019년 10월 초 기준으로 최고의 ‘가성비 게이밍 PC’를 꼽는다면 인텔 코어 i5-9400F를 기반으로 하는 PC를 눈여겨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