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2022년까지 1027억원을 투입해 ‘스마트 서울 네트워크’를 구축한다고 밝혔지만, 추진 계획이 전시행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무선데이터 평균 사용량이 증가하는 만큼 공공 와이파이망을 서울 전역으로 확대해 시민들의 통신비 부담을 줄인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하지만 데이터 트래픽은 점차 5G와 LTE로 몰리는 추세다. 와이파이를 활용한 무선데이터 사용량은 줄어든다. 단순히 와이파이 커버리지를 늘려 사용편익을 기대한 서울시의 계획이 허황됐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총 4237㎞에 이르는 자가통신망을 구축한다고 7일 밝혔다. 자가통신망은 이통사의 회선을 빌리지 않고 공공이 직접 구축하는 통신망이다.

서울시가 추산한 연간 공공 와이파이 사용 편익. /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추산한 연간 공공 와이파이 사용 편익. / 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자가통신망을 기반으로 복지시설, 마을버스 등에 무료 공공 와이파이를 설치해 통신 범위를 현재 생활권 면적의 31%에서 100%로 확대한다. 이를 위해 와이파이에 필요한 AP(무선송수신장치)를 현재 7420개에서 2022년 2만3750개로 늘린다.

공공 와이파이를 늘리면 통신비 인하로 이어진다. 서울시는 월 3만3000원(월 1.2GB)의 이통사 기본요금제 이용자가 공공 와이파이를 통해 평균 수준의 데이터(월 9.5GB)를 사용할 경우 한달에 추가 요금 5만2000원을 아낄 수 있다고 추산했다. 1년이면 최대 63만원, 시 전체(613만명)로는 연간 3조8776억원의 사용편익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는 행복회로에 빠진 서울시의 순진한 판단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5G 데이터를 쓰는 대부분 고객은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사용 중이다. 8월 기준 1인당 평균 24.64GB의 데이터를 쓴다. 가입자 증가로 1인당 사용량이 5월 18.27GB 대비 6GB 이상 늘었다. LTE 가입자 1인당 트래픽도 9.55GB에 달한다. 100GB 요금제 가입자가 늘면서 꾸준히 증가 추세다. 데이터 용량을 걱정하는 고객층이 점차 줄고 있는 셈이다.

반면 월간 와이파이 데이터 트래픽은 4월 1만6614TB, 5월 1만5310TB, 6월 1만5552TB, 7월 1만4218TB, 8월 1만3527TB로 줄어드는 추세다. 8월 와이파이 데이터 트래픽은 전체 무선 데이터 트래픽인 54만9582TB의 2.5% 비중을 차지할 뿐이다. 와이파이 데이터 트래픽은 이용자가 개별적으로 와이파이를 설치해 이용한 트래픽량을 제외한 수치로 공공 와이파이 사용량으로 보면 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기획과 한 관계자는 "와이파이 데이터 트래픽은 통신사업자의 망을 통해 흘러 들러온 트래픽양이다"라며 "공공 와이파이 트래픽이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데이터 수요는 꾸준히 느는 반면 공공 와이파이 수요는 오히려 줄었다. 데이터 수요 대응을 위해 와이파이 커버리지를 확대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판단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한달에 평균 1.2GB 데이터를 쓰는 시민이 8GB 이상을 추가로 사용할 것을 가정해 사용편익을 추산했다. 1.2GB를 사용한 시민이 갑작스럽게 8GB 이상을 추가로 사용한다는 가정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공공 와이파이 이용자의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는 불안정한 연결 상태다. 호기심에 공공 와이파이를 켰다가 이내 기능을 끄고 데이터통신으로 전환해 무선인터넷을 이용하는 이유다. 서울시가 3년 후 공공 와이파이의 생활권 면적을 100%로 확대했다고 자축한들, 접속 불안정 문제를 개선하지 못하고 실제 사용량도 늘지 않는다면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기본 요금제 사용자가 상위 요금제로 적극 이동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사용편익을 산출했다"며 "공공 와이파이를 적극 이용했던 시민이라면 통신 비용을 추가로 지출하지 않고 데이터를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