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시장서 中 화웨이와 격돌

삼성전자가 글로벌 5G 통신장비 시장 공략을 위한 가속 페달을 밟는다. 이미 장비를 공급 중인 미국에 이어 최근 일본시장을 뚫는 성과를 냈다. 6일 인도 출장길에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5G 장비 공급과 관련해 인도 기업과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은 5%쯤에 불과하다. 하지만 5G를 기점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를 본격화한다. 2020년까지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 20% 달성이 목표다. 삼성전자의 선전 배경에는 5G 조기 상용화를 위해 채찍을 든 정부의 뒷받침이 있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인도’ 시장이다. 미국과 일본 시장은 삼성전자가 선점했지만,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인도의 5G 통신망 구축이 관건이다. 한국 외에 세계 1위 장비업체를 보유한 중국도 인도 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시진핑 주석이 인도를 직접 방문해 5G 세일즈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4월 8일 서울 송파구 오륜동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세계 최초 5G 상용화, 대한민국이 시작합니다' 행사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4월 8일 서울 송파구 오륜동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세계 최초 5G 상용화, 대한민국이 시작합니다' 행사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8년부터 과하다 싶을 정도로 5G 조기 상용화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유영민 전 과기정통부 장관은 "국산 제품과 기술력을 활용하지 않은 5G 상용화는 의미가 없다"며 삼성전자의 통신장비 개발을 재촉했다. 1월 경기도 수원 삼성전자 본사를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최초로 5G를 상용화하는 만큼 이에 걸맞은 통신 장비를 생산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예정보다 8개월 앞선 4월 3일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이뤘다. 미국이 세계 최초 타이틀을 가져가기 위해 5G 상용화 꼼수를 썼지만, 정부는 예정보다 일정을 이틀 앞당겨 5G 최초 타이틀을 가져왔다. 최초 타이틀 때문에 정부가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국내 기업이 글로벌 5G 스마트폰 및 장비 시장을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삼성전자는 국내 이통3사에 5G 장비를 공급한 데 이어 버라이즌, AT&T, 스프린트 등 미국 이통사와도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일본 KDDI와는 2조3500억원 규모의 5G 장비 수주 계약을 체결해 한일관계 악화 여파를 극복했다. 미국 IT시장조사업체 델오로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4분기부터 2019년 1분기까지의 삼성전자 5G 통신장비 매출 점유율은 37%로 화웨이, 노키아, 에릭슨 등 경쟁사를 압도했다.

미국·일본에 이어 인도 시장이 글로벌 통신장비 제조업체 간 각축장이 될 전망이다. 인도는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통신 시장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인도 방문을 의식이나 한 듯 이 부회장 방문 5일만에 인도를 방문했다. 시 주석은 화웨이 등 자국 5G 관련 기업을 위한 세일즈 외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세계 최초 5G 상용화 전략은 결국 기업이 5G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하는 결실을 얻게하기 위함이다"며 "삼성전자의 5G 통신장비 점유율 상승은 정부가 추진하는 5G+ 전략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내기업의 글로벌 5G 시장 진출에 앞서 밑거름을 뿌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상간 만남에서 5G 협력 방안을 빼놓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6월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3개국을 방문해 5G 통신,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 인터넷 등 ICT 제반 분야에서 긴밀 협력하기로 했다. 중동, 동남아, 중앙아시아, 이스라엘 등과도 5G 협력에 대한 논의를 지속한다. 문 대통령은 특히 6월 26일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가진 오찬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를 비롯한 기업 관계자를 초청해 가교 역할을 했다.

과기정통부도 5G를 앞세워 신남방정책에 드라이브를 건다. 5G+ 핵심 서비스 판로를 신남방으로 확대하겠다는 포부다.

과기정통부는 태국을 신남방 진출의 교두보로 삼는다. 국내 5G+ 핵심 서비스 분야 강소 기업들의 진출을 돕는다. 한국의 5G 관련 기술을 태국 현지에 적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방침이다.

과기정통부 한 관계자는 "태국뿐 아니라 5G 신남방 2개 국가에 실감 콘텐츠 체험관도 구축했다"며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실감 콘텐츠 전시회도 개최하는 등 5G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