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 기준 최근 1년 간 4대 시중은행에서 거래가 이뤄진 사망자 명의 예금계좌가 7만2000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포통장 등 범죄 악용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법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다.

8일 전해철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에 남아있는 사망자 명의 계좌는 총 549만7000여개로 나타났다. 잔액은 5817억2977만원이다. 이 중 최근 1년사이 거래가 있던 계좌는 7만1933개에 달한다. 나머지 542만5294개는 휴면계좌로 전환됐다.

이들 계좌는 금융실명법 위반에 해당한다. 금융실명법에 따르면 금융기관은 명의자 실명에 따른 금융거래를 하도록 해야 한다. 위반시 주의·문책경고 등 조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좌가 살아있다는 점은 대포통장 등 범죄 악용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4대 시중은행에 존재하는 사망자 명의 계좌. / 전해철 의원실 제공
4대 시중은행에 존재하는 사망자 명의 계좌. / 전해철 의원실 제공
이미 2017년 감사원은 대대적인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문제를 지적했다. 당시 감사원은 사망자 명의 은행 계좌가 237만5000개(잔액 1747억)에 달하고, 2016년부터 1년 4월까지 사망자 명의의 출금이 45만2684건(3375억)이 발생한 것을 발견했다. 감사원은 지적된 사망신고일 이후에 사망자 명의로 개설·발급된 계좌 등 관련는 금융감독원의 적정한 검사 및 감독 방안을 마련하고 아울러 사망자 명의 금융거래에 대해서는 적정한 실명확인 및 관리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금융권에서는 마땅히 처리할 근거가 없다며 어려움을 호소한다. 특히 민간 회사가 공공정보인 사망자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금융당국 역시 민간 회사인 금융회사가 공공 정보인 사망자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맞는지 등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전해철 의원은 이에 "사망자 계좌는 대포통장 등 금융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며 "금융위원회는 금융실명법 등에 따라 사망자 명의로 금융거래가 발생하거나 계좌가 개설되는 일이 없도록 적절한 실명 확인 및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