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 시장의 트렌드는 5세대 통신 상용화와 제4차 산업혁명의 조류가 만나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모한다. 핵심인 플랫폼 분야를 비롯해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한 특화 서비스, 신제품으로 중무장한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쇼핑 분야는 전통적 유통 강자를 밀어낸 신진 전문몰이 빠르게 자리를 잡으며 강소기업 탄생의 기대감을 높인다. 기존 은행이나 카드 중심의 결제 행태는 페이 등 새로운 솔루션의 등장 후 빠르게 변모한다. IT조선은 최근 모바일 분야 각광받는 전문몰과 결제 업체 등을 직접 찾아 그들만의 사업 노하우와 미래 전략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경쟁 업체요? 얼마든지 환영해요. 같이 삽시다"

서영직 미트박스 공동대표의 말이다. 경기 성남 미트박스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이 기업은 불투명하던 축산물 원가를 공개하고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접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24시간 자판기를 통해 언제든 고기를 구매할 수 있는 ‘미트박스365’ 서비스도 제공한다.

미트박스는 2014년 5월 창업 당시 6명의 직원이 모여 시작했다. 2019년 10월 기준 80여명의 직원을 보유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창업 준비 중이라는 말에 서 대표는 얼마든지 환영한다며 ‘같이 살자’고 말한다.

서영직 미트박스 공동대표 / 미트박스 제공
서영직 미트박스 공동대표 / 미트박스 제공
서 대표는 "경쟁 업체가 많아지면 그만큼 시장이 커진다"며 "영세 업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열리도록 경쟁 업체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서 대표의 말대로 정육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어려운 환경에 놓였다. 대형 마트가 잇따라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는 정육점은 없어져야 할 대상이 아니라며 "전국 각지의 정육점을 유통 창구로 활용할 방안을 떠올렸다. 그게 미트박스 365다"라고 밝혔다.

24시간 고기를 구매할 수 있는 미트박스365 / 김동진 기자
24시간 고기를 구매할 수 있는 미트박스365 / 김동진 기자
미트박스365는 한마디로 ‘고기 자판기’다. 24시간 운영하며 사용법도 간단하다. 진열 상품 중 사고 싶은 상품을 스마트 터치 화면에서 선택한다. 신용카드로 상품을 결제하고 픽업함에서 꺼내면 된다.

기계에 탑재한 클라우드 관제 시스템이 키오스크 모니터링과 신선 재고 현황을 파악한다. 원격으로 온도를 제어하고 판매 가격도 변경할 수 있다. 향후 유통기한 임박, 특정 시간 세일 등의 조건별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다.

서 대표는 미트박스365를 전국 정육점에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기존에 가진 정육점 유통망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소비자에게 다가설 가장 좋은 방법이다"라며 "2일 오픈 이후 마케팅을 하지 않았는데도 하루 300명이 기계를 찾아 40~50건 이용했다"고 전했다.

판매자와 접촉을 원치 않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 손님도 자주 미트박스365를 찾는다고 한다. 운영도 어렵지 않다. 무인 정육점이기 때문에 기존 정육점 사업자에게 인건비가 발생하지 않는다.

미트박스는 2020년 상반기 경기도 내 100여개 정육점에 미트박스365를 설치할 계획이며 2020년 하반기까지 수도권에 300~500개로 확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종 목표는 전국 정육점에 1000~2000개의 미트박스365를 설치하는 것이다.

미트박스는 홈페이지와 앱을 통해 축산물 원가를 공개하고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제공해 성장했다. 미트박스의 월평균 거래액은 200억원에 달하며, 지난 9월 기준 월평균 이용 고객은 약 10만명이다. 소프트뱅크 벤처스와 알토스 등 다수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받기도 했다.

서 대표가 말하는 미트박스의 성장 배경은 투명함이다. 그는 "기존 축산물 유통 시장은 폐쇄적이고 불투명했다. 소비자는 원가 얼마짜리 고기를 사는지 알 수 없는 정보 비대칭에, 중간 구매자는 단일 공급처라는 독과점에 시달렸다"며 "시장 왜곡을 풀어야겠다는 다짐이 미트박스의 시작이다"고 말한다.

10월 내로 개인 구매자에게도 서비스를 오픈한다. 개인 구매자는 미트박스 앱과 홈페이지를 통해 박스 단위로 축산물 구매가 가능하다. 정기구독 서비스를 통해 3개월 또는 6개월 단위로 같은 가격에 소비자에게 고기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준비한다.

서 대표는 미트박스의 최종 목표를 전했다. 그는 "미트박스는 고기에서 시작했지만, 수산물과 농산물로 서비스 확장을 꿈꾼다"며 "모든 식자재 원가 정보를 소비자에게 공개해 투명한 거래가 이뤄지도록 돕는 것이 미트박스의 최종 목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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