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방송' 기금 통합에 업계 희비 교차

입력 2019.10.10 06:00

ICT 정책 최상위 기구인 ‘정보통신전략위원회’가 정보통신진흥기금과 방송통신발전기금을 통합한다고 밝힌 후 업계의 희비가 교차했다. 그간 돈만 내고 제대로 혜택을 받지 못했던 통신업계는 반겼다. 기금 분담금 부담이 생긴 홈쇼핑사업자 등은 걱정이 앞섰다. 기금 통합에도 분담과 혜택에서 여전할 미디어간 형평성 논란도 다시 불거질 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현판./ IT조선 DB
ICT 기금은 방송통신발전기금(이하 방발기금)과 정보통신진흥기금(이하 정진기금)으로 나뉜다. ICT 분야 재정 사업의 70% 수준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 2019년 예산 기준 방발기금은 1조2579억원, 정진기금은 1조3066억원이다. 정부는 최근 정보통신과 방송통신의 경계가 모호해짐에 따라 두 기금으로 분리된 ICT 기금을 하나로 통합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기금 통합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보통신전략위원회는 ICT 주요정책 의결기구로,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고 관계부처 장관과 민간위원 등이 참여한다.

통신사 웃고 홈쇼핑·T커머스 울고

10일 방송통신업계에 따르면 ICT 기금 통합 소식에 업종별로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방발기금 이용 빈도가 거의 없던 IPTV업계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최소한 이통사가 낸 돈이 오롯이 관련 업계의 발전을 위해 사용하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불만이 큰 것은 홈쇼핑 사업자, 특히 T커머스 사업자다. 향후 기금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금 통합 과정에서 홈쇼핑사업자에 대한 방발기금 분담금 산정기준을 SO(케이블방송), IPTV 등 다른 사업자와 동일하게 맞춰질 수 있다. 홈쇼핑 사업 관련 매출액에 따라 납입해야 할 기금이 달라진다. 일부 홈쇼핑 사업자는 그동안 영업이익 적자를 이유로 기금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T커머스를 기금 부과 기준에 포함할 경우 일정 수준의 기금을 내야 한다.

홈쇼핑 업계 한 관계자는 "TV홈쇼핑은 방송사업자이기도 하지만 유통사업자인데, 기금 납입 기준은 업계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획일적인 기준"이라며 "기금 분담금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사업자 사이에 나온다"고 말했다.

./ T커머스 협회 홈페이지 갈무리
지금까지 분담금 산정 기준은 지상파는 광고매출액, 유료방송은 방송서비스 매출액, 홈쇼핑은 영업이익 등이었다. 플랫폼 특성을 고려해 기준을 달리했다. 기금을 통합할 경우 이 기준 자체가 단일화할 수 있다.

T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 역시 "T커머스는 사업을 영위한 지 오래되지 않았고, 그동안 하지 않았던 양방향 서비스를 개발하느라 적자가 누적됐다"며 "정부의 기금 통합 취지를 이해하지만, 기준을 하나로 통일하는 것은 업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 정책에 반대할 수는 없겠지만, 과거 IPTV 사업자가 사업 초반 방발기금 납입을 일정기간 유예해 준 것처럼 T커머스 사업자 역시 사업 안정화까지 유예하는 정부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금 발표한 이유는?

업계는 형평성 우려도 제기했다. 최근 지상파는 경영상 어려움 등을 이유로 방발기금 분담금 ‘징수 기준'을 조절해주는 반면에 종편 사업자와 심지어 CJ ENM이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방발 기금을 부과하는 것을 문제로 삼았다. 단순히 규모를 늘리기 위한 조치라는 지적이다.

일각에는 청와대가 부처에 압박을 넣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근거없는 소문이라며 일축했다. 통합 이후 방송보다 통신분야 쪽 지출 비중을 늘리는 일 역시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예를 들어 인재양성 지출의 경우 양쪽 기금으로 예산이 나뉘었는데, 이를 하나로 통합한다는 것이다.

방통위도 국회가 여러 차례 ICT기금 통합 법안 발의를 하는 등 수년 전부터 논의가 있어 과기정통부와 이를 협의해오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2018년 10월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과 8월 이원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이 ICT기금 통합 관련 발의를 했다.

방통위 한 관계자는 "2017년 방발기금 분담금 부과 합리화 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 과제를 맡겼다"며 "이후 과기정통부와 협의를 했고, 현재 협의가 이미 끝나 과기정통부가 ICT 기금통합을 도맡았다"고 말했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과기정통부 역시 "정부가 돈을 더 걷자고 (기금을) 통합하는 것은 아니며, 방송 대신 통신분야를 더 지원하기보다 운용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갑자기 정책을 발표한 것도 아니며 그동안 국회에서 법안 발의 후 진행 상황이나 공식적으로 정부 입장이 나간 적이 없었기 때문에 새롭게 느끼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홈쇼핑 사업자의 반발도 고려해 기준 변경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 측은 "홈쇼핑 업계 부담이 가중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초 징수율을 결정할 것"이라며 "매출액 구간별로 징수율을 설정해 분담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T커머스 사업자가 적자라고 분담금을 내지 않는 것은 오히려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SO와 IPTV도 적자였을 때 분담금을 냈으며, 법안 개정 후 시행 목표가 2021년이어서 이쯤이면 T커머스 사업자도 신생사업자로 보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ICT 통합기금의 사용처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응답은 없었다. 과기정통부는 "법적으로 검토를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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