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활성화 위해 결제수단 늘리는 업계
신용카드처럼 ‘활용처 늘리면 소비자 따라올 것’ 믿음
현실은 결제율 ‘제로(0)’…부정적 인식 만연
아무런 가이드라인도 주지 않는 ‘모르쇠’ 정부 정책
일본은 산업계 요구에 맞춰 규제하고 소비세도 걷어


결제 분야에서 암호화폐(가상화폐)를 접목하려는 시도가 이어진다. 암호화폐를 상용화하기 위해선 실물 경제에서 많이 활용돼야 하는데, 결제가 가장 가까이 맞닿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생각만큼 암호화폐 결제가 이뤄지지 않는다. 암호화폐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할 뿐 아니라 관련 규제도 미진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0일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암호화폐 개발업들이 암호화폐 결제처 늘리기에 혈안이다. 활용처가 많아야 소비자가 생기고, 소비자가 늘어나면 규제 개혁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픽사베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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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용화 노력은 계속…"결제처 만들면 소비자 따라온다"

가장 공격적으로 암호화폐 결제처를 늘리는 곳은 간편결제 기업 ‘차이’와 손잡은 테라다. 티몬 신현성 대표가 이끄는 테라는 ‘테라 얼라이언스(Terra Alliance)’를 구축했다.

테라 얼라이언스는 아태지역 대표 이커머스 기업을 일컫는다. CU편의점과 번개장터, 티몬과 배달의민족, 글로벌 쇼핑 플랫폼 큐텐, 동남아 최대 중고거래 사이트 캐러셀, 베트남 티키 등으로 구성원이다. 이들은 각 사 고객을 대상으로 블록체인 기반 결제 서비스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휴대폰 결제 업체인 다날이 이끄는 암호화폐 결제 플랫폼 페이프로토콜 역시 활용처를 늘리는 데 주력한다. 페이프로토콜은 최근 글로벌 치킨 전문 브랜드 KFC와 제휴를 맺었다. KFC 모바일 앱에서 배달주문 서비스와 징거벨 오더 서비스(매장 방문 전 미리 제품을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 이용시 페이코인 결제가 가능하다. 또 달콤커피와 도미노피자, 세븐일레븐 등에서도 암호화폐로 결제를 할 수 있다.

암호화폐 결제 사업을 추진 중인 업계 한 관계자는 "현 암호화폐 결제 산업은 신용카드 초창기와 비슷하다"며 "현금이 유용하던 당시 신용카드는 모두 쳐다도 보지 않았지만 결제처를 꾸준히 제공하니 고객이 따라온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활용처만 잘 뚫어놓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고객은 자연스럽게 이를 이용하게 된다"며 "소비자가 늘어나면 규제는 바뀌기 마련이다"라고 전망했다.

암호화폐 개발사들이 적극적으로 영업을 강화하고 나서자 올해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채택한 점포가 증가세다. 제주도 타바 렌트카와 호텔 부페 라세느, 최현석 셰프의 초이닷, 레스토랑 오세득, 경기도 가평 오버마운틴 호텔 등이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채택했다.

활용성은 ‘제로’…암호화폐 부정적 인식이 이유

결과는 썩 좋지 않다. 암호화폐를 사용하는 고객을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 차세대 결제 혁신을 이끌고자 했던 일부 사업체는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에서 제외했다.

한 예로 강남에 위치한 이탈리안 젤라또 가게 A사는 올해 4월 암호화폐 결제 시스템을 구축했다가 이를 뺐다. 암호화폐로 결제하는 고객이 단 한명도 없었던 것이 결정적 이유다.

이 회사 관계자는 "국내 매장에 비치된 POS단말기 화면에서 QR코드를 활용해 암호화폐 결제가 가능하도록 설계해놨다"며 "당시에는 핀테크와 블록체인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자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암호화폐로 결제하는 고객이 없어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받는 강남 한 카페는 지난해 암호화폐 ATM 기기를 도입했다.이용자는 제로에 가깝다. 이 기기가홀로 한쪽 구석에 외롭게 서서 암호화폐 관련 카페라는 점을 강조하는 인테리어 효과만 낸다.

이 카페 관계자는 "블록체인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서 그런지 재미 삼아 결제하는 경우는 있다"면서도 "카드를 내미는 고객이 훨씬 많다"고 답했다.

적절한 규제없는 정부가 산업 망쳐…"日처럼 정부가 끌고 산업 뒷받침해야"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우리나라 암호화폐 산업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를 정부의 소심한 규제 방침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암호화폐 관련 각종 문제가 불거지는 가운데도 아무런 규제나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는 것이 그 방증이라고 주장한다. 정부가 암호화폐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을 꺼린다고 입을 모은다.

일본처럼 정부가 앞단에서 끌어주고 산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일본 정부는 마운트곡스 거래소 해킹 사태(2014년 해킹으로 거래소에 있던 비트코인 85만개를 잃어버리면서 하루아침에 문을 닫게 된 사태) 이후 암호화폐 산업 규제 울타리를 하나 둘 세웠다.

일본 정부는 2016년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화폐 기능’을 갖고 있다고 보고 공식 결제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을 내각회의에서 의결했다. 이후 일본에서는 암호화폐로 상품을 구입할 때도 현금이나 카드로 결제할 때와 마찬가지로 소비세를 부과한다.

일본 재무성과 금융청은 암호화폐 결제 네트워크를 개발했다. 이들 기관은 암호화폐 결제 네트워크를 자체 형성하기 위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 승인도 얻었다. 해당 네트워크는 국제은행간 통신표준이 되는 스위프트(SWIFT)와 유사하다고 알려졌다.

일본에서 암호화폐 금융 사업을 한국보다 먼저 선보인 업체 한 관계자는 "한국은 산업이 먼저 움직이면 규제가 따라오는 형태다"라며 "일본은 그 반대다. 산업이 요구하면 정부가 발 맞춰 규제를 내놓는다. 암호화폐 사업을 전개하는데 있어 일본이 더 명확하고 수월한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불법은 가리되 산업 진흥만큼은 민간 몫으로 남겨 둔다"며 "혹시나 산업을 무너뜨릴까 걱정하는 한국 정부가 이해 안가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보다 더 강화된 규제로 암호화폐 관련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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