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 떨어진 ICO를 기관투자가 대신 메꿔 가
블록체인 스타트업 향한 국내·외 기관 투자 지속
메신저·금융·게임·신원증명 등에 주목
백서만으로 평가 ‘NO’…될성 싶은 떡잎에만 투자

암호화폐(가상화폐) 가격이 잠잠한 가운데 블록체인 스타트업 기관 투자는 여전히 활발하다. 암호화폐 열기가 뜨겁던 2018년 초만 하더라도 ICO(암호화폐공개)로 투자금을 확보하던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이제는 기관 투자자들에 성장 가능성을 어필하는 양상이다.

12일 블록체인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기관들은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특히 최근 블록체인 업계에서 주목받는 메신저와 금융, 게임, 신원증명 분야에 투자가 집중됐다.

./픽사베이 갈무리
./픽사베이 갈무리
해외 기관들은 블록체인 기술로 다양한 실험을 하는 일부 스타트업에 눈길을 준다. 최근 각광을 받은 곳은 왓츠앱과 슬랙, 텔레그램 대항마로 떠오른 메시징 프로토콜 ‘매트릭스’ 개발사 뉴벡터다. 매트릭스는 모든 대화내용을 암호화해 ‘엔드 투 엔드’로 제공한다.

영국 기반 블록체인 스타트업 뉴벡터는 10일(현지시각) 유럽 퍼스트미닛캐피탈과 노션캐피탈, 던캐피탈 등으로부터 850만달러(약 101억원) 를 조달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글로벌 주요 메시징 프로토콜에 매트릭스 도입 관련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블록체인 금융 상품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도 기관 투자자 눈길을 끈다. 블록체인 핀테크업체 주노는 같은 날 폴리체인캐피탈과 세콰이어캐피탈 등으로부터 300만달러(약 35억6000만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주노캐피탈은 이더리움 기반 체크카드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블록체인이 가장 잘 접목될 수 있다고 전망되는 분야인 게임 분야도 빼놓을 수 없다. 세계 최초 블록체인 게임 ‘크립토키티’를 개발한 대퍼랩스는 이더리움을 대체할 새로운 블록체인 시스템 ‘플로우’를 개발한다는 명목으로 안데레센 호로위츠와 워너뮤직그룹, 펜부시디지털, 앱웍스 등으로부터 최근 약 1100만달러(약 131억원)를 조달했다.

플로우는 수 많은 이용자가 동시에 접속하더라도 원활하게 게임을 할 수 있는 분산게임환경을 구축하는 블록체인 시스템이다. 블록체인 게임을 하기 위한 맞춤형 확장 솔루션인 셈이다. 외신에 따르면 플로우는 플랫폼 내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용자에게 암호화폐로 보상을 제공한다.

국내 기관들은 ‘분산신원증명’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최근 기술보증기금과 티에스인베스트먼트 등 외부기관은 토종 블록체인 업체 아이콘루프 시리즈A 투자 라운드에서 10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이를 통해 DID(탈중앙화신분증) 사업에 더욱 매진한다는 것이 아이콘루프 측 계획이다.

이 같은 투자 기류 변화는 환경 변화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ICO만으로 무분별한 투자가 이뤄졌던 과거와 달리 좀 더 면밀하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업체에 실투자가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블록체인 전문 투자기관 한 관계자는 "블록체인 초창기에는 백서 한장이면 ICO를 통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까지 자체 조달이 가능했다"며 "이제는 기관 손을 거쳐 기존 벤처투자처럼 시드투자로 시작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너도나도 ICO를 진행했던 2018년에 비해 시장이 정돈됐다"며 "기술력으로 살아남은 블록체인 업체에 마음을 여는 기관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