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비스 개시하자마자 쏟아진 오류로 이용자 불만 고조
'경험치·몬스터젠·퀘스트’ 버그 삼중고로 게임 진행 어려울 정도
일부 이용자, "서버 내리고 고치는 게 낫지 않냐" 고언도
10월 12일 오전 임시점검 돌입…몬스터 생성 버그 수정은 목록에 빠져

카카오게임즈가 10일 정식서비스를 시작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달빛조각사’가 출발부터 삐그덕거린다. 각종 버그로 게임 이용에 장애가 발생, 이용자 불만이 폭발했다.

카카오게임즈도 이를 깨닫고 긴급 오류 수정에 나섰다. 첫날 출시하자마자 임시점검에 들어갔다. 하지만 점검에도 불구하고 워낙 다양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해 해결에 난항을 겪는다.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루만에 보상 얘기가 거론될 정도다. 카카오게임즈는 첫날에 이어 12일 오전에도 또다시 임시점검에 돌입했다.

9월 25일 기자 간담회에서 발표하는 송재경 XL게임즈 대표의 모습. /IT조선
9월 25일 기자 간담회에서 발표하는 송재경 XL게임즈 대표의 모습. /IT조선
10월 10일 서비스를 시작한 달빛조각사는 넥슨 ‘V4’, 엔씨소프트 ‘리니지2m’과 함께 2019년 하반기 대형 게임 3종으로 불릴 정도로 게임 팬의 기대를 모았다.

그도 그럴 것이 동명의 원작 소설은 카카오페이지에서 13년간 연재하며 구독자를 530만명쯤 모을 정도로 인기 작품이다. 게임 개발은 ‘리니지’, ‘바람의나라’ 개발에도 참여한 베테랑 개발자 송재경 대표의 XL게임즈가 맡았다. ‘패스 오브 엑자일’, ‘프린세스 커넥트’ 등 여러 장르 게임 서비스 경험을 쌓은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을 맡았다.

게임 팬의 기대는 정식 출시 이후 실망으로 바뀌었다. 바로 ‘버그’ 때문이다.

우선 접속이 어렵다. 공식카페, 구글 플레이스토어 평점란에는 접속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을 호소하거나, 어렵사리 들어간 게임에서 ‘튕기는’ 현상을 호소하는 이용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이는 대작으로 분류되는 게임이라면 홍역처럼 한 번씩 앓는 현상이다. 인기 게임은 다수 이용자를 수용할 서버를 마련해도 서비스 개시 직후 한 번에 몰려 들어오는 이용자를 감당하지 못해 장시간의 대기열이 발생하거나, 서버가 불안정해지는 사례도 많다.

달빛조각사 공식카페에서 ‘접속’ 키워드를 검색하면 접속에 어려움을 겪는 이용자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달빛조각사 공식카페 갈무리
달빛조각사 공식카페에서 ‘접속’ 키워드를 검색하면 접속에 어려움을 겪는 이용자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달빛조각사 공식카페 갈무리
진짜 문제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단계에서 발생한다. 게임을 진행하려면 ‘토끼’, ‘여우’등 몬스터를 사냥해야 한다. 그런데 사냥한 몬스터가 생기지 않는다. 이른바 ‘젠(Generation)’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11일 오후 10시 기준으로 몬스터 전리품을 8개 모아오는 퀘스트 하나 완성에 14분이나 걸렸다. 주변에 다른 이용자도 없었다. 캐릭터는 ‘방대한 필드’를 자랑하는 달빛 조각사의 세계에서 적수를 찾지 못하고 하염없이 돌아다녔다. 이는 이용자에게 결코 유쾌한 경험이 아니다.

힘들게 몬스터를 잡아도 일부 퀘스트를 완료할 수 없거나, 다음 퀘스트를 받을 수 없는 경우도 생겼다. 카카오게임즈가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만 해도 총 6종이다.

몬스터젠, 퀘스트 버그를 뚫고 힘들게 레벨·경험치를 올려도 또다른 문제가 생겼다. 버그로 인해 정작 경험치가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했다. 해당 버그 중 하나만 일어나도 치명적인데, 셋이 동시에 일어났다.

이 탓에 레벨을 올리려는 이용자는 게임 진행에 중요한 차질을 겪는다. MMORPG라는 장르 특성상 레벨을 올리지 못하면 게임을 즐기지 못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다수 이용자가 어리둥절하거나, 화를 내는 이유다.

몬스터 생성 버그로 인해 몬스터를 찾기가 쉽지 않다. /오시영 기자

불행 중 다행으로 카카오게임즈는 공식 카페를 통해서 파악한 문제점을 인정하고, 해결 상황을 이용자와 공유했다. 요리 가격을 수정하거나, 옵션 기본 체크 사항을 바꾸는 등 사소한 문제는 비교적 발 빠르게 해결하려 움직였다. 11일 21시 56분 올린 공지에서 총 7개를 개선했다고 밝혔다.

다만 치명적인 버그의 경우, 원인 파악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 모양새다.

이를테면 카카오게임즈는 10일 캐릭터 레벨·경험치 다운 현상을 확인하고 원인 파악 중이라고 밝혔으나 11일 21시 56분에 올린 공지에서도 달라진 게 없다. 레이드 끊김 현상, 필드 몬스터 생성 오류, 특정 퀘스트 오류, 거래소 이용 불가, 미공개 콘텐츠 공개 등 되레 혹만 더 늘었다.

현 상황에서는 카카오게임즈가 이용자에게 소식을 전하는 공식 카페를 보지 못한 이용자라면 더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이들은 스스로 인지하기 전까지 버그 상황을 모른 채 플레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식카페는 그나마 문제 상황을 인정한 게시글이라도 찾아볼 수 있다. 게임 내에서는 버그 상황에 대한 상세한 안내를 찾을 수 없다.

버그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는 한 이용자의 댓글. /달빛조각사 공식카페 갈무리
버그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는 한 이용자의 댓글. /달빛조각사 공식카페 갈무리
이 탓에 일부 이용자 사이에서는 ‘서버를 차라리 닫는 것이 낫지 않나’라는 주장도 나온다. 치명적인 버그 원인을 제대로 찾지 못한 상태에서 게임을 서비스를 강행하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볼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사냥, 레벨업 같은 기본적인 게임 플레이가 버그로 제한되는 상황에서 실망한 이용자가 떠나버리는 상황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공식 카페에 게시한 공지사항에서 "레벨·경험치 하락 현상과 퀘스트 진행 불가 문제를 먼저 수정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손실된 레벨과 경험치 등 피해는 그에 상응하는 복구와 보상을 준비해 추가 안내드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공식카페에서 문제가 있다고 알리는 것만으로 ‘진정한 소통’을 하고 있다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계속해서 불편을 겪고 있는 이용자가 나오기 때문이다. 애플 앱스토어 인기·매출 1위에 오른 것이 긍정적인 소식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다.

카카오게임즈는 공식카페에 12일 오전 9시 30분부터 12시 30분까지 임시 점검을 진행한다고 공지했다. 공지에는 레이드 등 주요 콘텐츠와 레벨, 경험치 증발 버그 수정 등 10가지가 포함됐다. 게시한 내용대로 수정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이용자에게 한결 나은 게임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장 눈에 띄는 버그 중 하나인 몬스터 생성 버그는 이번 수정·개선 사항 목록에서 찾아볼 수 없다.

카카오게임즈 한 관계자는 "게임 서비스 초기이기도 하고, 워낙 많은 유저가 몰려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며 "개발팀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문제 원인을 확인하고 수정하려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