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 시장의 트렌드는 5세대 통신 상용화와 제4차 산업혁명의 조류가 만나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모한다. 핵심인 플랫폼 분야를 비롯해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한 특화 서비스, 신제품으로 중무장한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쇼핑 분야는 전통적 유통 강자를 밀어낸 신진 전문몰이 빠르게 자리를 잡으며 강소기업 탄생의 기대감을 높인다. 기존 은행이나 카드 중심의 결제 행태는 페이 등 새로운 솔루션의 등장 후 빠르게 변모한다. IT조선은 최근 모바일 분야 각광받는 전문몰과 결제 업체 등을 직접 찾아 그들만의 사업 노하우와 미래 전략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지극한 순애보를 보이는 한 사람이 있다.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면에서 불만이 있는지를 7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살핀단다.
오랜 시간 상대를 살폈으니 이쯤 되면 "상대의 모든 것을 안다"고 자부할 만도 한데, 그는 아니란다.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지점에서 문제가 생긴다며 되레 손사래를 친다.
유별난 애정을 보이는 이 사람은 바로 여행 플랫폼 회사인 마이리얼트립의 이동건 대표다. 이 대표의 애정이 향하는 곳에는 항상 ‘고객'이 있다. 부지런히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바른 방향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고객도 그의 넘치는 애정에 감동한 것일까. 마이리얼트립은 기존 여행업과 차별 있는 행보로 고객의 사랑을 받았다. 한정된 여행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던 업계 관성에서 벗어나 ‘자유여행'을 테마로 높은 호응을 얻었다. 그 결과 300억원 가량의 투자를 유치 받고 누적 여행자 수는 620만 명에 달할 정도다.
이동건 대표는 "의미 있는 사업을 하고 싶었다"며 "인생에 전환이 필요할 때 여행을 선택하지 않냐"면서 "사람들에게 시야를 넓혀주고 행복감을 주고 싶었다"고 여행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를 설명헀다.
이 대표가 여행업에 관심을 둘 당시는 여행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 때다. 자신의 개성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부상하면서 패키지보다는 자유여행 수요가 커졌다. 저가 항공사의 출연이 이어지면서 여행 단가가 낮아져 여행 수요가 급증한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존의 대형 여행사는 이러한 흐름에 주목하기보다는 자사가 기획한 특정 패키지 상품만 지속해 내놨다. 가장 수익성이 높은 대중적인 코스 몇 개를 짜서 패키지를 기획하는 방식이다. 소품종 대량생산에 머물렀다.
이 대표는 "해외여행 경험이 많아지면서 한 곳을 여러 번 가는 경우도 흔해졌다"면서 "매번 가는 코스로 여행을 갈 수는 없다. 자신의 취향에 맞춰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은 수요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마이리얼트립은 기존 여행업의 문제를 보완하고자 온전히 유통에 집중했다. 여행 상품을 자사가 직접 개발하기보다는 현지 여행사나 가이드가 제공하도록 해 다양한 상품이 고객과 만나도록 도왔다. 현재는 세계 690여 개 도시에서 1만9800여 개의 상품을 판매한다. 업계 최대 규모다.
회사의 이같은 새로운 도전에 고객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자유여행에 목말라 있던 이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결과 2012년 설립 이래 누적 여행자 수가 600만 명을 넘었다. 이들이 남긴 후기 수도 65만 개 이상이다.
매해 3배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자 투자도 이어졌다. 프라이버,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알토스벤처스, 네이버-미래에셋펀드, IBK캐피탈 등 국내외 유수 투자사로부터 300억원 가량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고객의 1점대 악평만 골라 읽는 이유는
"아직도 1점대 후기는 매일같이 확인합니다. 마음이 편치 않지만 고객을 이해하려면 고통이 불가피하죠."
이동건 대표는 고객의 평가를 제일 중시한다. 사업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가 고객을 파악했다고 착각하는 데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사업 시작 후 매일같이 고객이 작성한 서비스 이용 후기를 살핀다. 특히 5점 만점의 후기에서 1점대 평가는 놓치지 않고 모두 확인한다. 하루 최대 1700여 개의 후기가 올라오는 것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노력이다.
사업 시작 후 2016년까지는 고객 상담을 직접 맡기도 했다. 전화로나마 고객과 직접 마주해 문제점을 듣고 이를 해결하는 데 사업적 노력을 더했다.
그는 "트립닷컴이나 부킹닷컴 등 해외 자유여행 플랫폼이 한국에서 여러 사업을 한다. 그들에게는 한국이 여러 시장 중 하나일 뿐이다"고 말하며 "우리는 그러한 플랫폼보다 큰 회사가 아닐뿐더러 한국 시장에만 집중한다. 자국 고객을 모르는 게 말이 되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고객 이해를 최우선에 둔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사업이 커질수록 이러한 노력을 더 쏟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회사 초창기에는 고객의 요구를 놓치는 일이 작은 실수로 끝날 수 있다. 하지만 사업 규모가 커질수록 고객의 불만족이 금전적 손실을 낳을 뿐 아니라 회사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도 작용하게 된다.
여행업이라는 사업 분야 특성도 고객 평가에 예민해지는 이유다. 동영상 재생이나 음악 스트리밍 등 일상에서 사용하는 서비스는 고객이 매일같이 이용하기에 회사가 실수해도 만회할 기회가 많다. 하지만 여행은 1년에 한두 번 경험하는 경우가 잦다. 고객이 회사 서비스에 한 번 실망할 경우 다시는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을 수 있다.
2주에 한 번씩 열리는 전사 타운홀 미팅에서도 고객에 집중하는 마이리얼트립의 행보를 엿볼 수 있다. 전 직원이 함께 모인 자리에서 고객의 평가를 직접 읽고 불만족과 만족의 사례를 각각 살피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내가 말을 하면 듣기 싫은 잔소리가 되겠지만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확인하게 되면 직원들이 개선 욕구를 더 느낀다"고 설명했다.
마이리얼트립이 기술 회사로 변모하는 까닭
한국 여행 시장은 세계 6위 규모다. 인도네시아나 인도 등 인구수가 훨씬 많은 국가보다도 높은 순위다. 이미 큰 규모의 시장인데 매년 성장률은 16%를 기록한다. 패션 시장이 2~3% 성장률을 보이는 것과 달리 엄청난 확장세다.
마이리얼트립은 여행업에서 출발했지만 IT 기술에서 미래를 그린다. 한국 여행 시장이 지속해 확장하면서 다양한 상품을 고객 요구에 최적화하기 위해서는 머신러닝 등의 최신 기술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여행 테크 리더(Travel Tech Leader)로서 데이터와 IT 기술로 한국 여행 시장을 혁신할 계획이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일례로 머신러닝은 고객이 여행 60일 전 항공권을 구매하고 30일과 1주일 전에 각각 숙박과 투어 상품을 예약하는 경향성을 알고리즘으로 제시한다. 그러면 회사는 애플리케이션에서 시기에 맞게 잠재 고객에게 상품을 추천하는 푸시를 보낼 수 있게 된다.
이 대표는 "기술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련 인재 확보가 필수였다"며 "이를 위해 정규직 직원 과반수를 기술자로 구성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달 말에는 외부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도 영입한다. 이커머스(e-commerce)에서 업계 신화를 만들어낸 인물이다.
그는 "이커머스 업계는 상품 개수가 많아지면서 겪는 기술적 어려움을 앞서 고민하고 해결한 곳"이라며 "관련 인물을 영입해 우리 회사의 고민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리얼트립의 향후 목표는 여행업에서의 ‘슈퍼 앱(Super App)’이다. 한 플랫폼 안에서 택시 호출과 음식 배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는 동남아 우버 판인 그랩(Grab)처럼 여행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고객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이동건 대표는 "고객이 여행 시 환전을 하거나 쇼핑을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모든 행위가 서비스 영역에 들어갈 수 있다"며 "고객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 지에 따라 우리의 사업 영역은 무한하다"고 자신했다.
마이리얼트립은 매년 여행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회사 초기 가이드 투어 상품만 내놨다면 이후에는 티켓 상품과 호텔 예약, 항공권 판매까지 서비스 영역을 넓힌 상태다.
특히 항공권 판매의 경우 마진을 남기지 않기에 최저가로 고객에게 제공한다. 당장 수익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연계 효과가 높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항공권 예매의 경우 모든 국민이 최저가를 검색하는 공통된 행동을 보이기에 그들이 검색할 때마다 회사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다.
항공권 구매에서 얻은 다양한 정보로 여행 맥락을 파악해 교차 판매도 가능해진다. 항공권 구매 고객이 어디로 가는지, 몇 명이 가는지, 비즈니스석인지 이코노미석인지를 파악해 그에 맞는 숙박과 액티비티 상품을 추천할 시 구매율이 올라간다.
최근에는 패키지 상품도 내놨다. 밀레니얼 세대는 패키지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 편견을 깬 시도다. 부모님 혹은 자녀와의 여행 시에는 편의성을 이유로 패키지 상품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여행사가 기획한 저가 위주의 기존 패키지 상품과는 다른 혁신성을 더했다. 마이리얼트립은 전문 가이드가 기획한 패키지 상품에 주목했다. 올해 7월 스타트업 ‘가이드라이브'에 투자한 이유다.
이 대표는 "마이리얼트립은 상품 유통에 주목하다 보니 기획성이 약했다"면서 "이를 보완하고자 전문 가이드가 상품 기획과 사후 관리까지 진행하도록 돕는 가이드라이브에 투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11월 초에는 해외 맛집 지도를 선보인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오랜 여행 문화를 실천하기 위해서다. 기존에 여행객은 여행 서적이나 인터넷 정보, 지인 추천에 의지해 현지에서 맛집을 찾아다녔다. 이 수고를 줄이고자 현지 가이드가 정보 제공에 나설 예정이다.
이 대표는 "네이버나 구글에서도 검색되지 않는 맛집이 담긴 지도를 만들겠다"면서 "특정 도시 몇 곳에 시범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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