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이 2017년 1월 이후 2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 축소, 미국 테슬라 판매량 하락이 주요 배경으로 거론됐다.

전기차 가운데 순수전기차(BEV, Battery Electric Vehicle)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Plug-in Hybrid Electric Vehicle)의 배터리 사용량이 줄었다. 전기차 수요와 함께 성장한 배터리 시장에서 이례적인 현상이라는 평가다.

충전 중인 테슬라 전기차 / IT조선 DB
충전 중인 테슬라 전기차 / IT조선 DB
14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의 ‘2019년 8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세계 각국 차량에 탑재된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 총량(세계 75개국 전기차, 8월 판매 집계)은 7.0GWh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7.9GWh보다 11.2% 줄었다.

국가별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 SNE리서치 제공
국가별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 SNE리서치 제공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 중국의 8월 배터리 에너지 총량은 3.5GWh로 지난해보다 사용량이 20.4% 급감했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 축소와 경기침체 확산,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현지 자동차 업계의 전기차 판매량이 급감한 것이 사용량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인 미국의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 총량은 1.5GWh로 28.2% 사용량이 줄었다. 테슬라를 중심으로 한 BEV과 PHEV 판매 감소가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2019년 8월 미국 내 테슬라 판매량은 1만52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3100대에 비해 급감했다.

한편, 유럽의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0.8GWh에서 1.5GWh로 77.7% 급증해 대조되는 모습이다. 2019년 1월~8월 세계 전기차 배터리 누적 사용량은 총 70.9GWh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 증가했다.

전기차 국가별 판매량 / SNE리서치 제공
전기차 국가별 판매량 / SNE리서치 제공
전기차 가운데 하이브리드(HEV, Hybrid Electric Vehicle) 차량이 인기를 끌었다. 반면, BEV와 PHEV의 판매량은 감소했다. 1월~8월까지의 전기차 세계 전체 판매량은 2018년 273만9000대에서 올해 327만1000대로 19.4% 늘었다.

SNE리서치는 "중국은 그동안 배터리 굴기를 선언하며 파격적인 보조금 지원 정책을 펼쳤지만, 지난 7월을 기점으로 보조금을 축소했다"며 "보조금 축소에 따른 시장 위축이 스타트업 파산 등으로 이어져 전반적인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시장의 8월 전기차 판매량 하락에 대해서 SNE리서치는 "미국에서 테슬라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테슬라 미국 내 판매량 하락이 시장 전체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유럽의 배터리 사용량 급증에 대해서는 "중국과 달리 유럽 각국은 전기차에 꾸준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인프라 조성도 활발하다. 각 기업의 연이은 투자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 시장 침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이며, 시점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지만 다시 커질 것이다"고 전했다. 이어 "2020년 초 3세대 전기차가 출시되면 배터리 수요도 늘며 유럽 중심으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며 유럽이 전기차 시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