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이 중국 판호 문제로 한국 정부의 무대응을 강하게 질타했다. 위 회장은 "한국 게임이 판호에 막혀 중국시장에 진출하지 못한데는 한국 정부의 무관심·무책임이 크게 작용했다"며 정부는 심각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게임학회는 14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중국 판호 및 게임 저작권 문제'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는 중국에서 10년 이상 법무를 진행한 김성욱 변호사와 문화관광체육부와 저작권위원회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판호’는 일종의 게임 판매 허가증이다. 중국 정부는 2016년 이후 한국 게임에 대한 외자 판호 발급을 거부 중이다. 2017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 불거진 중국 정부의 ‘한한령' 정책이 큰 영향을 끼쳤다. 한국게임학회에 따르면 2019년 7월 일본 게임이 중국의 외자 판호를 받았지만 한국 게임은 제외됐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 / 김형원 기자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 / 김형원 기자
위정현 회장에 따르면 중국의 판호 거부 움직임은 2004년부터 일었다. 당시 중국 신문출판총서는 외국 게임 수입 심사위원회 설립을 발표하는 등 한국 게임에 대한 규제 강화 메시지를 던졌다. 위 회장은 "한국정부가 15년전에 중국이 원하는 것을 주지 못하는 등 오류를 범했으며, 이후 15년간 대화의 장을 마련하지 못했다"라고 꼬집었다.

또 "이전 정부에서 판호 문제에 대해 전혀 관심을 가지지 못했고, 게임산업이 중국에서 고통을 받고 있다고 외교부에 몇차례고 요청했지만 외교부는 무지와 무관심으로 일관했다"라고 비판했다.

위정현 회장은 중국의 판호와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계와 정부가 공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계가 이 문제를 사회 이슈로 만들고 정부는 사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또 미국 등 다른 국가와 협력해 판호와 저작권 문제에 대해 공동대응 해야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중국의 카피 게임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중국 넷이즈는 펍지의 배틀그라운드를 그대로 모방한 ‘황야행동'을 일본 시장에 선보여 3억7000만달러(4100억원)의 수익을 얻었다. 황당한 것은 일본에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황야행동을 모방했다는 이용자 주장이 나왔다는 점이다.

위정현 회장은 "황야행동 문제는 오리지널 콘텐츠인 배틀그라운드가 일본 시장에 제대로 진입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며 "저작권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성욱 변호사. / 김형원 기자
김성욱 변호사. / 김형원 기자
김성욱 변호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이 판호와 중국과의 게임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를 지원하고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정현 회장은 "최근 중국이 미국의 압박으로 지식재산권 도용 등 불공정 무역을 시인한 바 있다"며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와 세계 각국과 협력해 중국의 저작권 도용 문제를 해결해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