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몰 시대] ⑭227개국서 '웹툰 한류' 이끄는 레진코믹스

입력 2019.10.15 06:00

글로벌 IT 시장의 트렌드는 5세대 통신 상용화와 제4차 산업혁명의 조류가 만나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모한다. 핵심인 플랫폼 분야를 비롯해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한 특화 서비스, 신제품으로 중무장한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쇼핑 분야는 전통적 유통 강자를 밀어낸 신진 전문몰이 빠르게 자리를 잡으며 강소기업 탄생의 기대감을 높인다. 기존 은행이나 카드 중심의 결제 행태는 페이 등 새로운 솔루션의 등장 후 빠르게 변모한다. IT조선은 최근 모바일 분야 각광받는 전문몰과 결제 업체 등을 직접 찾아 그들만의 사업 노하우와 미래 전략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2013년 웹툰 업계에 유료화 바람 몰고 온 레진코믹스
나쁜 상사, 레바툰, 킬링 스토킹 등 인기 콘텐츠 확보
한국은 물론 미국, 일본, 유럽 등 지역서 ‘웹툰 한류’ 흐름 이끌어
양질 콘텐츠 확보, 개인화 서비스, 현지화가 레진코믹스의 주요 전략
"불법복제는 웹툰 생태계 망치는 주범, 민관 합동 차원의 대응 있어야"

6월 이탈리아, ‘에트나 코믹스’ 행사에서 팬 사인회가 열렸다. 이 행사는 유럽의 만화 팬이 찾는 만화 페스티벌이다. 2018년 행사에는 8만명쯤의 팬과 업계 관계자가 참여했다. 사인회가 열린 행사 전시장은 다수의 유럽 팬으로 북적였다. 사인받는 팬은 물론, 전시장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는 팬도 많았고, 캐릭터 상품도 인기였다.

K팝 가수라도 방문했던 것일까. 아니다. ‘K웹툰’이다.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에 ‘킬링 스토킹’을 연재한 쿠기 작가가 사인회의, 웹툰 한류의 주인공이었다.

쿠기 작가의 ‘킬링 스토킹’은 ‘웹툰 한류’를 이끄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레진코믹스 갈무리
레진코믹스는 2013년 6월 무료 비즈니스 모델이 대부분이던 웹툰 시장에 부분 유료 웹툰 서비스를 선보인 플랫폼이다. 론칭 초기 다채로운 소재로 만화를 그리던 신인 작가를 대거 섭외했다. 장편 웹툰 40편을 출시 시점에 선보였다. 신인은 물론, 베테랑 웹툰 작가 ‘네온비’의 ‘나쁜 상사’ 등 작품도 인기를 끌었다.

이 회사는 ‘기다리면 무료, 미리 보려면 유료’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레진코믹스가 서비스를 시작한 2013년에 웹툰은 대형 포털 중심으로 유통되는 것이 일반적인 콘텐츠였다.

부분 유료 정책은 최신 에피소드 일부만을 유료화하는 전략이다. 유료 웹툰은 대부분 한 화에 2코인에서 4코인 정도 가격에 볼 수 있다. 1코인은 구매량에 따라 120원에서 180원쯤에 구입할 수 있다. 최신 에피소드가 아닌 다수의 웹툰은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이 정책 덕에 유료 웹툰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열성 독자층은 물론, 무료 웹툰에 익숙한 독자에게도 합리적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

2013년 9월에는 앱 내 결제에 더해 신용카드, 휴대폰, 문화상품권, 계좌이체 등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개편했다. 결제에 대한 부담감은 낮추고, 접근성은 높였다.

개그 웹툰 ‘바나나툰’ 연재 페이지의 모습, 3코인을 지불하면 최신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일정 기간을 기다리면 결국 무료로 감상할 수도 있다. /레진코믹스 갈무리
레진코믹스는 광고 수익을 내지 않는 유료 플랫폼이다. 매월 웹툰 판매 정산금을 작가에게 지급한다. 2017년 기준으로 한해에 1억원 이상의 수익을 얻은 레진코믹스 작가는 37명에 달한다. 4억8000만원을 번 작가도 있다.

회사는 작가의 안정적인 창작활동도 지원한다. 레진코믹스는 독점 작품을 연재하는 만화가에게 회차당 최소 60만원(주1회 연재 기준)의 ‘최저소득보장금액’을 보장한다. 이를 연봉으로 환산하면 3120만원에 달한다. 독점 작품을 연재하는 만화가는 매월 판매 정산금과 최저소득보장금액 중 더 높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

2014년에는 레진코믹스의 총 매출이 100억원을 돌파했다. 같은 해 레진코믹스는 웹툰 생태계 조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국무총리상'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레진코믹스가 ‘돈 주고 웹툰을 감상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기여한 플랫폼이라고 평가한다.

2019년 레진코믹스는 국내에서 800편쯤의 웹툰을 포함해 8000여편쯤의 만화를 서비스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왼쪽부터 한국, 미국, 일본에서 서비스하는 레진코믹스 플랫폼의 모습. /레진엔터테인먼트 제공
레진코믹스는 해외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이다. 이 회사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한국 만화를 세계에 알리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2015년 7월과 12월에 일본, 미국 시장에 각각 진출했다.

레진코믹스는 다채로운 장르의 작품을 발굴하고 번역·편집·식자 현지화에 공들인다. 드라마, 액션 장르는 물론, 보이즈러브(BL)·판타지·SF 등 콘텐츠를 한국과 현지 문화 전문가로 꾸린 해외 웹툰 팀에서 영어 콘텐츠로 제작해 선보인다. 이에 더해 북미 만화축제 ‘애니메 엑스포’ 등 행사에도 참여해 해외 팬과 직접 소통한다.

2018년 12월 기준으로 레진코믹스는 미국 시장에서 한국 웹툰 214편을 포함한 219편의 웹툰을 영어로 서비스한다. 일본 시장에서는 한국 웹툰 180편과 일본만화 492편 등 672편의 작품을 일본어로 서비스한다.

레진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콘텐츠 강국인 일본 공략이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만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진출했다"며 "미국의 경우, 콘텐츠 유료 결제 문화가 이미 자리잡아 국내 서비스를 통해 쌓은 노하우로 좋은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해 진출했다"고 설명했다.

해외 매출 비중도 상당하다. 레진코믹스는 2018년에 매출액 469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105억원이 미국 시장 단독 매출액이다. 63억원이었던 전년 매출액과 비교하면 65% 성장했다. 2018년 일본 매출액은 37억원으로, 2017년 29억원에 비해 29% 늘어났다.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lezhin’을 검색하면, 해외 팬의 코스프레나 팬아트 등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정식 서비스하지 않는 국가에서도 레진코믹스 콘텐츠를 활발히 소비한다. 비영어권 국가에서도 레진코믹스 영어 플랫폼을 통해 웹툰을 감상하고 팬덤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 ‘Lezhin’을 검색하면 다채로운 국가의 팬이 게시한 코스프레나 팬아트 작품을 다수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2017년 상반기 기준으로 이 회사 웹툰 플랫폼에는 총 227개 국가의 독자가 접속했다. 이 중에서도 최근 레진코믹스가 주목하는 시장은 유럽이다.

2019년 6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에트나 코믹스’에서 열린 쿠기 작가 팬 사인회 현장의 모습. /레진엔터테인먼트 제공
유럽에서 흥행한 대표적인 사례는 쿠기 작가의 성인 BL 장르 웹툰 ‘킬링 스토킹’이다. 이 작품은 ‘제2회 레진코믹스 세계만화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비극적인 과거를 가진 연쇄 살인마와 이 사실을 모르고 그를 쫓던 스토커가 한 집에 머무는 이야기를 담았다.

쿠기 작가는 이 작품을 2019년 봄에 완결나기까지 2년간 한국, 미국, 일본 플랫폼에 연재했는데, 정식으로 서비스하지 않는 유럽에서도 팬덤을 형성했다.

실제로 6월에 이탈리아 카타니아 지역에서 열린 유럽 만화 축제 ‘에트나 코믹스’에 레진코믹스는 ‘킬링 스토킹’을 연재한 쿠기 작가와 함께 공식 초청받았다. 조직위원회가 공식 프로그램으로 쿠기 작가 사인회를 개최할 정도로 킬링 스토킹이 유럽 팬층이 두텁다. 실제로 다수 현지 팬이 현장을 찾았다.

에트나코믹스 행사 당시 쿠기 작가는 "2년 만에 다시 유럽 팬을 찾아뵙게 되어 기쁘다"며 "언제나 킬링 스토킹을 꾸준히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좋은 작품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레진코믹스는 9월 30일부터 10월 4일까지(현지시각)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과 손잡고 개최한 ‘로마 한국주간’ 행사에 맞춰 웹툰 전시회·워크숍을 열기도 했다.

레진코믹스의 지식재산권을 활용해 제작한 상품의 모습. /레진엔터테인먼트 제공
경쟁사에 비해 레진코믹스가 뛰어난 점은 무엇일까. 레진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양질의 콘텐츠를 다수 확보했다는 점이 가장 큰 경쟁력이자 차별점이다"며 "이런 특징이 웹툰 업계는 물론, 유튜브, 넷플릭스 등 콘텐츠 업계와 경쟁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가장 큰 무기가 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레진코믹스는 ‘나쁜상사’, ‘신기록’, ‘DP의 날’, ‘레바툰’, ‘우리사이느은’, ‘아가씨와 우렁총각’ 등 자사 플랫폼에서만 볼 수 있는 인기 콘텐츠를 다수 확보했다.

확보한 콘텐츠를 큐레이션 하는 일도 중요하다. 레진코믹스는 확보한 콘텐츠를 이용자 개인에 맞게 큐레이션 하는 일에 집중한다.

큐레이션에는 축적한 사용자 개개인의 데이터를 활용한다. 사용자 이용 패턴을 모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독자의 취향에 적합한 작품을 골라 서비스 홈 화면을 개인화해 구성한다.

레진코믹스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모든 독자가 각기 다른 ‘자신만의 홈 화면’에서 취향에 꼭 맞는 콘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며 "이를 통해 기존에는 독자 시야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졌던 작품도 취향이 맞는 독자에게 손쉽게 노출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레진코믹스는 독자 각자에 맞는 콘텐츠 추천 서비스도 갖춘 플랫폼이다. /레진엔터테인먼트 제공
레진코믹스는 지식재산권 활용 사업에도 뛰어든다. 웹툰을 영화, 드라마, 출판, 캐릭터 사업 등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이를 위해 레진엔터테인먼트의 영상 자회사인 레진스튜디오와 협업할 예정이다.

레진코믹스 관계자는 "앞으로 레진스튜디오와의 협업을 통해 원작을 새롭게 조명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을 즐기는 이용자에게 만족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레진스튜디오는 최근 리메이크 영화인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와 오리지널 드라마 ‘방법’을 준비 한다. 다만 이는 웹툰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은 아니다.

대표적인 불법복제 웹툰 유포 사이트였던 밤토끼 로고.
레진코믹스 관계자는 웹툰 업계가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 중 하나로 불법 복제를 꼽았다. 웹툰은 영상 등 다른 형식의 콘텐츠에 비해 비교적 불법 복제에 취약하다. 이는 웹툰 업계가 국내·해외에서 생존할 때 강력한 위험요인이 된다.

레진코믹스 관계자는 "우리를 포함한 다수의 웹툰 플랫폼이 행정적·사법적으로 불법복제에 대응하고 있으나, 밤토끼 검거 후에도 불법복제를 뿌리 뽑는 일은 여전히 힘들다"며 "이용자의 저작권보호에 대한 인식 개선은 물론, 민관 합동 차원의 실질적인 저작권 보호 대응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키워드

관련기사를 더 보시려면,

[전문몰 시대] ㊱건강비밀 "내게 딱 맞는 영양제, AI가 추천합니다" 장미 기자
[전문몰 시대] ㉟“일반인이 수거·검수하는 ‘안심 중고거래’ 땡큐죠?” 이광영 기자
카카오 초기멤버 이승준 어메이즈VR 대표가 LA로 간 이유 오시영 기자
[전문몰 시대] ㉜마스터스킨 "쇼핑몰 현장 목소리로 빚는 서비스가 성공 핵심" 김평화 기자
[전문몰 시대] ㉛롯데하이마트 온라인 쇼핑몰 "배송 편의·소비자 참여 앞세워 하루 100만명 모아" 차주경 기자
"세탁소 사장님들 입소문 덕에 리화이트가 떴습니다" 류은주 기자
[전문몰 시대] ㉙카카오키즈 "어린이 넘어 성인까지, 전체 교육 콘텐츠 시장 아우른다" 김형원 기자
클로젯셰어 "패션 공유라 쓰고 IT 회사라 읽는다" 김평화 기자
"메이드 인 코리아 주얼리 기업의 글로벌 진출 플랫폼 만듭니다" 이광영 기자
"상품 찾는데 스트레스 없는 쇼핑 공간 될 것" 이윤정 기자
싸우던 연인도 다시 사랑하게 만든다? 이모티콘 '메리비트윈' 오시영 기자
[전문몰 시대] ㉓카카오페이 “금융에 소비자·재미·신뢰를 더했다” 김연지 기자
[전문몰 시대] ㉑“10년간 휴가 안가며 모바일 중고장터에 올인“ 류은주 기자
"모바일 집사 '펫프렌즈'로 1000만 반려동물인 잡겠다" 류은주 기자
[전문몰 시대] ③'홈쇼핑모아' 버즈니 "18개 홈쇼핑 채널, 검색하면 뭐든지" 이윤정 기자
[전문몰 시대] ⑦축산물플랫폼 미트박스 "경쟁 업체요? 얼마든지 환영합니다. 같이 삽시다" 김동진 기자
[전문몰 시대] 얼리어답터 "상품이 아닌 '신뢰'를 파는 쇼핑몰" 김준배 기자
[전문몰 시대] ④라인프렌즈 "온·오프라인 경계 넘어 브랜드 경험 전달" 김형원 기자
"여행 A to Z 책임진다"… '마이리얼트립' 이유 있는 자신감 김평화 기자
[전문몰 시대] ①“그립으로 옆집언니와 영상 통화하듯 쇼핑하죠” 류은주 기자
[전문몰 시대] ②와이즐리 "구독경제, 소비자 마음 읽는데서 시작합니다" 장미 기자
[전문몰 시대] ⑤모바일 중고시장 혁신한 당근마켓 “AI로 이웃 간 신뢰 회복” 차현아 기자
[전문몰 시대] ⑥“연매출 100억 쇼핑몰 CEO된 노하우는요” 류은주 기자
[전문몰 시대] ⑧“발품으로만 움직이던 동대문 시장… IT로 혁신 이뤘다" 차현아 기자
[전문몰 시대] ⑨카카오프렌즈, 글로벌 한류열풍 주역 캐릭터로 떠올라 김형원 기자
[전문몰 시대] ⑩시스기어 "AI·딥러닝 대응할 글로벌 표준 하이퍼PC 만든다" 이윤정 기자
[전문몰 시대] "떨이 제품 가격 AI로 정해요" 이광영 기자
"콘텐츠와 쇼핑을 결합하니 10대가 열광했다" 차현아 기자
[전문몰 시대] ⑰강석훈 에이블리 대표 "패션을 잘 몰라 패션플랫폼을 창업했다" 김동진 기자
[전문몰 시대] ⑲'400억 매출' 20대 사업가이자 워킹맘, 안다르 신애련 대표 오시영 기자
브랜드마다 다른 신발 사이즈 "이 앱 깔면 해결" 김연지 기자
이케아코리아 "디지털 전환·멀티채널로 더 나은 삶 전달" 차주경 기자
[전문몰 시대] ㉘“물류 혁신으로 소비자 신뢰 잡았다" 차현아 기자
동남아 이커머스 손에 쥔 쇼피 김평화 기자
"일하고 싶은 사람 언제든, 일손 필요하면 적시 공급" 유진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