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익숙한 말 ‘한류’…게임은 기여도에 비해 비교적 덜 조명받아
크로스파이어, 한국서 중국·동남아·남미 등 해외로 눈돌려 ‘성공 신화’ 써
열혈강호·나이트 온라인, 한국서 한차례 전성기 누린 후 해외에서 ‘펄펄’
엔씨소프트, 2000년부터 북미·유럽 현지서 회사 세우고 길드워로 공략
드래곤플라이, 중동·북아프리카 신시장 개척…’모바일·VR게임’ 주력

문화 용어 ‘한류’는 이제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말이 됐다. 이는 한국 대중문화를 비롯한 콘텐츠가 외국에서 인기를 얻는 현상을 뜻한다. 일반적으로는 케이팝이나 음식 등을 한류의 주인공으로 조명하는 경우가 많다. 게임은 비교적 ‘찬밥 신세’다.

. /프리큐레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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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분명 게임도 문화 콘텐츠 ‘한류’의 한 축으로서 역할을 한다. 3월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에 통신·컴퓨터·정보서비스 분야 국제수지는 2조5000억원(21억1000만달러) 흑자를 봤다. 1조3000억원(11억3000만달러였던) 2017년보다 두 배쯤 늘었다.

한류 관련 흑자가 2조8800억원(24억3000만달러)이고, 게임이 통신·컴퓨터·정보서비스 수지와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분야라는 것을 고려하면, 게임을 한류 열풍의 주역이라고 분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던전앤파이터’나 ‘배틀그라운드’처럼 한국에서도 최근 흥행을 이어가는 게임이 해외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경우는 당연히 많다. 이에 더해 한국에서는 흥행이 주춤하거나 출시한 이후 세월이 흘러 한국에서는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는 게임이 해외에서 뛰어난 성적을 내는 사례도 많다.

크로스파이어 대회인 ‘CFS’는 2016년 순시청자 수 250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스마일게이트 제공
크로스파이어 대회인 ‘CFS’는 2016년 순시청자 수 250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스마일게이트 제공
대표적인 사례는 80개 나라의 회원 6억7000만명을 보유한 1인칭슈팅(FPS)게임 ‘크로스파이어’다. 스마일게이트는 이 게임을 2007년 5월 출시했다. 당시는 이른바 ‘FPS의 황금기’였다. ‘서든어택’, ‘스페셜포스’ 등 한국 시장을 이미 선점한 작품이 많은 상황에서 스마일게이트는 해외 시장 공략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2008년에는 일본, 베트남,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크로스파이어는 특히 텐센트를 통해 진출한 중국에서 현지화에 집중했다. 다른 FPS 게임과 달리 붉은색, 금색 테마 총기와 중국 테마 맵을 선보이고, 캐릭터에 중국 전통 의상을 입히기도 했다. 그 결과 중국 이용자의 2010년에는 중국 동시접속자 수 200만명, 2011년에는 300만명을 넘길 정도로 흥행했다.

이후 스마일게이트는 크로스파이어를 북미, 필리핀, 인도네시아는 물론, 남미, 유럽 지역에도 선보였다. 동시접속자수 기준으로 이 게임은 중국·베트남 온라인 게임 온라인게임 1위, 브라질·필리핀 FPS게임 1위를 기록했다.

크로스파이어는 e스포츠 시장에서도 활약하는 게임이다. 이 게임의 세계 대회인 ‘CFS’는 총상금 규모가 101만5000달러(12억원)에 달한다. 올해 브라질에서 열리는 대회에서는 유럽, 북미, 중국, 브라질 팀이 맞붙는다. 스마일게이트는 CFS를 2013년부터 7년 연속으로 개최한다.

스마일게이트 한 관계자는 "우선 크로스파이어 서비스를 잘 유지하고 이후 콘솔게임과 차기작도 해외 시장에서 흥행시키는 것이 목표다"며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 ‘오리지널 필름’과 협업해 크로스파이어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영화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열혈강호 온라인(위), 나이트 온라인(아래)은 엠게임의 대표작으로 한국에서 전성기를 한차례 누린 후 해외에서도 성공을 거뒀다. /엠게임 제공
열혈강호 온라인(위), 나이트 온라인(아래)은 엠게임의 대표작으로 한국에서 전성기를 한차례 누린 후 해외에서도 성공을 거뒀다. /엠게임 제공
‘열혈강호 온라인’, ‘나이트 온라인’은 각각 2005년, 2002년 출시한 엠게임의 대표 MMORPG(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다. 두 게임 모두 한국에서는 PC 온라인 MMORPG의 황금기라고 불리던 출시 당시에 전성기를 이미 한차례 누렸다. 세월이 흐르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일은 자연스레 적어졌다.

하지만 두 게임 모두 해외에서는 여전히 ‘펄펄 나는’ 현역이다.

열혈강호는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캐주얼 무협게임이다. 무협의 ‘본고장’인 중국 공략에 성공했다. 엠게임은 2018년 중국의 비공식 기념일인 광군제를 맞아 이 게임의 업데이트를 진행했는데, 이에 신규·복귀 유저가 몰렸다. 실제로 엠게임이 받는 월평균 로열티가 50% 이상 상승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나이트온라인은 중세풍 국가 간 전투를 담은 게임이다. 북미, 유럽 시장에서 자리 잡는 데 성공했다. 특히 터키에서는 ‘국민게임’ 중 하나다. 2004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단 한번도 인기 순위가 5위 밖으로 벗어난 적이 없다. 엠게임이 1월에 북미·터키 나이트온라인에 새 서버를 열자, 일 매출 6억원을 벌어들일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이명근 엠게임 사업전략실장은 "엠게임은 중화권, 북미, 유럽 지역 매출은 물론, 동남아시아와 대만 지역에도 재진출해 해외 매출을 늘리도록 노력할 예정이다"며 "앞으로 개발 중인 모바일·블록체인 게임도 해외에 진출시킬 것이다"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의 북미·유럽 대표작 ‘길드워’ 이미지. /엔씨소프트 제공
엔씨소프트의 북미·유럽 대표작 ‘길드워’ 이미지. /엔씨소프트 제공
한국에서 엔씨소프트라는 이름은 곧, ‘리니지’ IP를 떠올리게 만든다. ‘아이온’, ‘블레이드 앤 소울’도 이 회사의 대표 IP다. 하지만 해외, 특히 북미·유럽에서는 ‘길드워’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도 상당하다.

엔씨소프트는 북미·유럽지역을 꾸준히 공략했다. 2000년 5월에 미국 현지법인 ‘엔씨 인터랙티브’를 세운 이후 2012년 12월에 지주회사 ‘엔씨웨스트 홀딩스(NC West Holdings)’를 설립했다. 이 회사의 자회사인 ‘아레나넷’이 길드워 시리즈를 개발한다.

2005년 출시한 MMORPG 길드워는 타이틀 판매량이 700만장을 넘는 게임이다. 2012년 출시한 후속작 길드워2는 1100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이 게임은 2012년 유력 잡지 타임의 ‘올해의 게임’이나 게임 매체 게임스팟의 ‘올해의 PC게임’ 등에 선정될 정도로 평론가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엔씨웨스트는 최근 본사, 자회사는 물론 개발 스튜디오와 손잡고 PC·콘솔 등 플랫폼 다각화 전략에 집중한다.

김창현 엔씨소프트 홍보실장은 "해외 사업을 위한 전략 투자를 지속해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엔씨웨스트는 2018년에 미국 음악·리듬 게임 개발사 ‘하모닉스 뮤직 시스템즈’의 신작 퍼블리싱을 맡았다"며 "해당 게임은 PC·콘솔 멀티플랫폼 게임으로 개발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더해 엔씨소프트는 글로벌 서비스를 염두에 둔 PC온라인 게임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이 게임은 콘솔 컨트롤러를 이용한 플레이를 고려해 PC·콘솔 플랫폼에서 즐길 수 있도록 개발한다. 이를 통해 서구나 일본처럼 콘솔 플랫폼 시장 규모가 비교적 큰 시장으로도 진출할 수 있도록 했다.

2일 서울 삼성동서 열린 KVRF 2019에서 한 어린이가 ‘스페셜포스 VR 인피니티 워’를 즐기고 있다. /오시영 기자
2일 서울 삼성동서 열린 KVRF 2019에서 한 어린이가 ‘스페셜포스 VR 인피니티 워’를 즐기고 있다. /오시영 기자
모바일·가상현실(VR) 게임으로 중동·북아프리카라는 신시장 개척에 나선 회사도 있다. ‘스페셜포스’ IP로 유명한 개발사 드래곤플라이다.

드래곤플라이는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20개쯤의 나라에 ‘스페셜포스 모바일’과 ‘가디우스 엠파이어’를 현지화해 선보일 예정이다. 이 회사는 해당 지역에 최근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는 상황이고, FPS와 SRPG(전술역할수행게임) 장르의 인기가 높다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을 엿봤다.

테마파크를 중심으로 한 VR게임 수출도 활발하다. ‘스페셜포스 VR 에이스’, ‘또봇VR’은 KT가 투자한 말레이시아 첫 VR 테마파크, ‘브리니티(VRINITY)’에 수출했다. 또봇 AR은 마카오의 VR 테마파크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VR’에서는 온라인 VR FPS게임 ‘스페셜포스 VR 인피니티 워’을 8월 8일 선보였다. 이 게임은 출시 동시에 해당 플랫폼 ‘톱 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김민정 드래곤플라이 프로젝트매니저는 "드래곤플라이는 앞으로 스페셜포스 IP를 기반으로 주요 해외 시장에 대한 협력사와 적극적으로 협업할 예정이다"며 "중동·북아프리카 같은 신시장도 공격적으로 개척해 사업영역을 확장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