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발표에 따르면 게임은 2017년 88억1444만달러(10조2811억원)로 한류 콘텐츠 산업에서 가장 큰 수출액을 기록했다. 웹툰 분야 역시 네이버웹툰을 필두로 글로벌 진출을 강화하고 있다. 영화 역시 최근 봉준호 감독작 ‘기생충’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 시장에서 국산 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한류 콘텐츠 인기 이면에는 ‘불법 복제'가 있다. 게임 산업의 경우 중국에서 한국의 인기 게임을 베껴 만드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고, 웹툰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불법 복제물 유통이 성행하고 있으며, 영화 산업은 국외 불법 복제물로 인해 수출액이 급감했다.

국내 콘텐츠 업계는 불법 복제물과의 전쟁을 ‘창과 방패'에 비유한다. 막아도 다른 방법과 유통책을 이용해 복제물이 유통되기 때문이다.

최근 공개된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불법 복제로 인한 영화시장의 피해와 영화 수출액 감소 수준이 심각하다. 최근 3년간 불법 복제로 영화시장 피해액은 2조6499억원, 영화 수출액은 전년대비 32.3% 급감했다.

자료에 따르면 온·오프라인 불법 복제로 인한 영화 합법저작물 시장 침해 규모는 2018년 8550억원, 최근 3년간 총 2조6499억원으로 집계됐다. 영화 합법저작물 시장규모는 2018년 3조1949억원이다.

불법 복제물이 온라인 유통경로를 통해 합법저작물 시장을 침해한 피해 규모는 7759억원(90.7%), 오프라인을 통해 침해한 피해규모는 791억원(9.3%)으로 나타났다.

한국영화 해외수출 추이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전년 대비 82.1%의 상승률을 보이던 영화수출액은 2017년에는 17.5%로 떨어졌다. 2018년 한국 영화 해외매출 총액은 800만달러(94억8400만원)로 2017년 대비 32.3% 감소했다.

웹툰 불법복제 문제 ‘창과 방패의 싸움’

한국 기업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웹툰 시장도 불법 복제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웹툰 업계 관계자들 역시 업계 가장 어려운 부분이 불법 복제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에 따르면 웹툰은 영화·드라마 등 다른 형식의 콘텐츠에 비해 불법 복제에 취약하다. 이는 웹툰 업계가 국내·해외에서 생존할 때 강력한 위험요인이 된다는 시각이다.

웹툰 업계 한 관계자는 "다수의 웹툰 플랫폼이 행정·사법적으로 불법 복제물에 대응하지만, 밤토끼 검거 후에도 불법 복제를 뿌리 뽑는 일은 여전히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웹툰 이용자 저작권 보호에 대한 인식 개선은 물론, 민관 합동 차원의 실질적인 저작권 보호 대응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불법 복제로 인한 웹툰 업계 피해약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웹툰 콘텐츠 통계 사이트인 웹툰가이드에 따르면 불법 복제물로 발생된 웹툰 시장 피해액은 2019년 6월 기준 1867억6000만원에 달한다.

마루마루2. /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마루마루2. /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웹툰 불법 복제를 근절에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2018년 5월부터 서버를 해외로 이전해 불법 복제물을 유통하는 사이트를 합동으로 단속하고 ‘밤토끼’, ‘토렌트킴’, ‘마루마루’ 등의 운영자를 검거해 해당 사이트를 폐쇄했다. 이후 기존 사이트의 이용자를 흡수하기 위해 ‘토끼’, ‘토렌트’, ‘마루마루’ 등 유사 사이트가 개설되고 일부 사이트의 이용자가 급증함에 따라 정부는 이 사이트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

문체부와 저작권 특별사법경찰은 5월 ‘마루마루2’ 운영진 2명을 적발해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해당 사이트를 폐쇄했다. 마루마루2 운영자는 회원 14만명을 모집하고 불법 복제 만화저작물 9만8000건을 게시해 배너광고 수익으로 1400만원을 취득했다.

중국, 한국 게임 카피 심각한 수준

게임 플랫폼과 앱스토어 등을 통해 유통되는 게임 콘텐츠의 경우, 영화·웹툰의 불법 복제물 유통 문제와 달리 지식재산권(IP) 등 저작권을 침해 받는 사례다. 주로 중국 게임 제작사가 한국 게임 콘텐츠를 모방해 시장에 내놓는다. 일부 게임은 국내 원작을 국외 시장에서 ‘짝퉁'으로 내모는 일도 있다.

한국게임학회에 따르면 중국의 한국 게임 베끼기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이어져 온 고질적인 문제다. 중국 법원이 저작권 침해를 눈감아 주자 중국 게임 제작사가 이를 악용한 것이다.

넥슨의 경우 2006년 10월 중국 텐센트를 상대로 중국 북경시 법원에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2005년 중국 시장에 출시된 ‘QQ탕(堂)’이 넥슨 ‘크레이지 아케이드 비엔비’ 표절작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마화텅 텐센트 창업자는 ‘창조적 모방'을 회사 철학으로 내세운 바 있다.

배틀그라운드 카피 게임 ‘황야행동’. / 야후재팬 갈무리
배틀그라운드 카피 게임 ‘황야행동’. / 야후재팬 갈무리
중국 게임사는 수많은 한국 게임을 베껴 만들었다. 중국의 넷이즈는 펍지의 ‘배틀그라운드'를 모방한 ‘황야행동'을 일본 시장에 선보였다. 넷이즈는 짝퉁 게임으로 일본 앱스토어에서만 3억7000만달러(4100억원)의 매출을 가져갔다.

황당한 것은 일본 시장에서 원작인 배틀그라운드를 황야행동의 짝퉁으로 내몰았다는 점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은 "황야행동 문제는 오리지널 콘텐츠인 배틀그라운드가 일본 시장에 제대로 진입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며 "저작권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성욱 변호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이 판호와 중국과의 게임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를 지원하고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정현 회장은 "최근 중국이 미국의 압박으로 지식재산권 도용 등 불공정 무역을 시인한 바 있다"며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와 세계 각국과 협력해 중국의 저작권 도용 문제를 해결해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