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 시장의 트렌드는 5세대 통신 상용화와 제4차 산업혁명의 조류가 만나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모한다. 핵심인 플랫폼 분야를 비롯해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한 특화 서비스, 신제품으로 중무장한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쇼핑 분야는 전통적 유통 강자를 밀어낸 신진 전문몰이 빠르게 자리를 잡으며 강소기업 탄생의 기대감을 높인다. 기존 은행이나 카드 중심의 결제 행태는 페이 등 새로운 솔루션의 등장후 빠르게 변모한다. IT조선은 최근 모바일 분야 각광받는 전문몰과 결제 업체 등을 직접 찾아 그들만의 사업 노하우와 미래 전략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동남아 지역은 젊은 층이 전체 인구의 다수를 차지해 인터넷 쇼핑과 온라인 미디어, 공유 서비스 등 디지털 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편이다.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정치・외교적 사안도 영향을 적게 받는다. 비즈니스를 모색하는 이들에게 기회의 땅이 될 수도 있다.
실제 싱가포르 투자회사 테마섹 홀딩스와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앤컴퍼니가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동남아의 인터넷 경제 규모는 향후 2025년까지 3000억달러(353조7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5년간 200%의 고성장을 이룬다는 평가다.
현지의 젊은 세대가 모바일에 의존하는 경향이 큰 탓이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필리핀 등 5개 국가의 인터넷 사용자는 2019년 기준 3억6000만명에 이를 정도다.
하지만 누구나 동남아 드림을 꿈꿀 수는 없다. 현지에 진출해 사업을 진행하기까지 소모되는 인력과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동남아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이들의 이런 어려움에 해답을 제공하는 회사가 나타났다. 바로 ‘쇼피(Shopee)’다.
쇼피는 국내에서는 낯선 이름일 수 있지만 동남아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성장세와 확장력을 보이는 플랫폼 회사로 이름을 알렸다. 권윤아 쇼피코리아 지사장을 만나 한국시장에 대한 비전을 들어봤다.
쇼피는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이커머스 플랫폼 회사다. 베트남을 포함해 인도네시아, 대만,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에도 활발히 진출한 상태다. 동남아 국가 중 경제성장률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세가 매서운 베트남에서 이커머스 분야 업계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동남아 시장 전반에서도 선두 자리를 꿰찼다.
한국에는 올해 초 법인을 설립했다. 한국의 판매자(셀러)를 도와 동남아 지역에 제품을 역(逆)직구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권윤아 쇼피코리아 지사장은 "셀러가 쇼피 플랫폼에 제품을 팔면 동남아 현지 물품 창고나 운송 등의 모든 과정을 쇼피가 대신 처리하게 된다"며 "현지 기반이 약해 해외 진출에 목말라 있던 중소기업과 개인 사업자에는 큰 기회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쇼피 플랫폼에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는 대기업부터 개인 창업자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동남아 현지에 법인을 세우거나 기반을 닦기 힘든 영세 사업자일수록 쇼피코리아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쇼피 플랫폼에 입점해 동남아 지역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한국의 소기업으로는 에이빌코리아를 들 수 있다. 자사 쳔연화장품 브랜드인 네시픽(Nacific)을 쇼피에 입점해 동남아 지역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쇼피가 페이스북, 네시픽과 3자 파트너십을 진행해 현지에서 적극적인 마케팅을 벌인 결과다. 3개월이 지나자 하루 평균 주문량이 443% 증가했다. 하루 평균 매출은 691% 올랐다.
혜택이 큰 만큼 셀러가 되는 조건이 까다롭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것도 아니다. 권윤아 지사장은 "셀러 선정 시 승인 과정을 거치긴 하지만 플랫폼 입점에 제한을 두진 않는다"면서 "셀러를 평가하는 건 플랫폼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이지 쇼피가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고객 충성도 업계 1위 기록한 배경은 ‘모바일'에 있었다
쇼피가 동남아 지역에서 사업적 영향력을 크게 발휘할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권 지사장은 남들보다 앞서 모바일에 집중해 노력을 기울인 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동남아 시장은 젊은 인구가 많아 모바일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곳이다. 쇼피는 이같은 현지 특성을 파악해 모바일에 최적화한 플랫폼을 구축했다. PC 웹사이트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쇼피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지만 모바일 앱에서만 구현하는 기능이 많은 것이 한 사례다.
소비자가 모바일 플랫폼에서 구매하면 적립금 형식으로 코인을 주거나 복권에 응모하게 유도한 것도 모바일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함이다. 쇼핑 플랫폼이지만 게임 콘텐츠를 제공해 소비자가 플랫폼 체류 시간에 흥미를 느끼도록 도왔다.
모바일 앱에서 라이브 방송을 제공하는 형식도 쇼피가 한발 앞서 구체화한 아이디어다. 셀러와 소비자가 직접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소비자의 앱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일부 쇼핑 앱에서 라이브 방송을 볼 수 있다.
쇼피는 모바일 사업 역량에 집중하고자 다양한 투자와 변화를 시도했다. 사내 조직을 세분화해 각각 서비스별로 팀을 나눴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개발 인력도 중요했다. 쇼피 해외 오피스의 경우 비즈니스팀보다 다섯 배 많은 개발 인력을 둔 상태다.
쇼피의 이같은 노력에 성과도 곧바로 따라왔다. 소비자가 플랫폼에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일일 이용자(DAU) 수와 월간 이용자(MAU) 수에서 업계 선두를 거머쥐었다. 권 지사장은 "MAU는 고객의 충성도를 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고 설명했다.
쇼피는 지난해부터 싱가포르를 포함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7개 시장에서 쇼핑 카테고리 부문 앱 다운로드 수 1위를 기록해온 상태다.
쇼피코리아에서 거래가 가장 왕성한 분야는 화장품이다. 대기업 브랜드뿐 아니라 소규모 자체 브랜드까지 회사 규모와 상관없이 동남아 시장에서는 반응이 좋다는 게 권 지사장의 설명이다. 한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현지 분위기 때문이다.
화장품에만 사업 초점을 두는 것은 아니다. 쇼피의 사업 지향은 고객과 셀러 수를 최대한 늘리는 데 있다. 마케팅 메시지로 "쇼피에서 모든 것을 누리세요(You Can Find Everything in Shopee)"를 제시하는 이유다. 권 지사장은 "소비자에게 최대한 다양한 상품을 제공해 접점을 늘리는 게 이커머스 플랫폼의 목적이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셀러 매출이 많이 성장한 편이지만 플랫폼 전체 규모에서는 비중이 작다. 한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동남아 현지 분위기가 있어 수요는 넘치지만 공급할 셀러가 부족한 상황이다. 권 지사장이 "동남아 지역에서 한국 제품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라고 말하는 이유다.
쇼피코리아는 앞으로 최대한 다양한 분야의 셀러를 확보하는 데 목표를 둘 계획이다. 인력도 전 직종 별로 보충한다. 내부 장벽만 잘 넘기면 사업은 순항할 수 있다는 게 회사의 판단이다.
권 지사장에게 경쟁사 같은 외부 장벽은 없냐고 물으니 "한국에는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유사한 플랫폼으로 각각 ‘티몰’과 ‘라쿠텐’이 있다. 하지만 두 곳 모두 현지에서 사업을 하기에 사업 영업이 겹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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