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자회사 IDQ가유럽과 미국에서 양자암호통신 구축 사업을 잇따라 수주했다.
IDQ는 EU 산하 ‘양자 플래그십’ 조직이 추진하는 ‘오픈 양자키분배기(OPEN QKD) 프로젝트’에 QKD 1위 공급사로 참여한다. 미국 양자통신 전문기업 ‘퀀텀엑스체인지와도 2020년까지 양자암호 통신망을 워싱턴D.C.에서 보스턴에 이르는 800㎞ 구간으로 확장한다.

양자키분배기는 송신자와 수신자 양쪽에 위치해 통신망으로 양자를 주고 받으며 해킹이 불가능한 암호키를 만든다.

SK텔레콤은 2018년 스위스 양자ICT 기업 IDQ에 700억원을 투자했다. 사내 양자기술연구소(퀀텀테크랩) 조직을 IDQ로 통합해 스위스, 한국, 미국, 영국에 IDQ 사무소를 전진 배치했다.

그레고아 리보디 IDQ CEO가 17일(현지시각) 핀란드 헬싱키 파시토르니회관에서 유럽, 미국 양자암호통신 사업 수주 성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SK텔레콤 제공
그레고아 리보디 IDQ CEO가 17일(현지시각) 핀란드 헬싱키 파시토르니회관에서 유럽, 미국 양자암호통신 사업 수주 성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SK텔레콤 제공
글로벌 정부, 기업은 양자정보통신에 주목한다. EU와 미국은 이미 양자 기술 개발에 각각 1조3000억원, 1조4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양자정보통신 분야는 아무리 복잡한 연산도 단시간내에 풀어내는 양자컴퓨터와 해킹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양자암호통신으로 크게 나뉜다. 양자컴퓨터가 창이라면 양자암호통신은 방패인 셈이다.

구글, 인텔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양자컴퓨터 개발에 나서며 이에 대한 보안 솔루션으로 꼽히는 양자암호 시장도 급성장한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은 글로벌 양자암호 시장이 2018년 1억달러(1180억원)에서 2023년 5억달러(5900억원)로 연평균 38%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5G 시대에 더 많은 사물이 통신망에 연결되면 해킹에 대한 위험도 증가해 이런 트렌드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 / SK텔레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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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10년 양자 프로젝트서 중추 역할…‘양자 금고’ 솔루션 개발

IDQ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업, 연구기관 중 가장 많은 구간에 양자키분배기를 공급하며 스위스 제네바, 독일 베를린, 스페인 마드리드, 오스트리아 비엔나 등 유럽 주요국의 14개 구간(1구간에 100㎞)에 양자암호 시험망을 구축한다. 오픈 QKD는 도이치텔레콤, 오렌지, 노키아, 애드바 등 이동통신사와 통신장비사는 물론 정부, 대학의 연구기관까지 총 38개의 파트너가 참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EU는 2018년 제2의 양자혁명 선도를 선언하며 ‘양자 플래그십’ 조직을 신설했다. 2018년부터 2028년까지 10년간 10억유로(1조3000억원)의 예산을 기업, 연구기관 등에 지원함으로써 통신, 컴퓨터, 센싱, 시뮬레이션 총 4개의 양자 응용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U는 모든 양자 응용분야의 근간이 되는 양자암호 시험망을 2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2019년부터 3년간 유럽 주요국에 일차적으로 구축한다. IDQ는 바로 이 오픈 QKD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추 역할을 맡는다.

IDQ는 동시에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업, 대학과 손잡고 블록체인, 스마트그리드, 스마트병원 등 미래 유망 산업 분야에 실제 양자암호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양자암호통신의 생태계를 넓혀 사업 기회를 늘리겠다는 의도다.

스위스 블록체인 기업 ‘몽 벨레항’과 함께 암호화폐 거래소의 디지털 자산 해킹을 막는 ‘양자 금고’ 솔루션을 개발한다. 전력·네트워크 사업자 SIG와는 스마트그리드 분야에서 협력한다. SIG의 데이터센터와 전력발전소에 양자암호통신을 실제 적용해 안전한 전력 공급망을 구축한다. 제네바 대학과는 병원이 장기간 환자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관하도록 돕는 암호화 솔루션을 연구할 계획이다.

美에 양자암호통신망 구축…2020년 800㎞로 확장

IDQ는 2018년 미국 양자통신 전문기업 ‘퀀텀엑스체인지’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후 최근 뉴욕과 뉴저지를 잇는 미국 최초의 양자암호 통신망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세계 최고 보안을 요하는 뉴욕 월스트리트의 금융정보를 안전하게 지킨다.

IDQ와 퀀텀엑스체인지는 구축된 양자암호 통신망을 2020년까지 워싱턴D.C.에서 보스턴에 이르는 800㎞ 구간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IDQ는 양자키분배기를 공급하며, 퀀텀엑스체인지는 암호키 전송거리를 확장하는 솔루션을 적용한다.

IDQ는 11월 괌·사이판 이통사 IT&E와 협력해 인기 관광지 괌에 양자암호 통신망을 구축한다. SK텔레콤은 3월 양자암호 기술을 한국 5G 가입자 인증 서버에 적용한 바 있다.

그레고아 리보디(오른쪽) IDQ CEO와 곽승환 IDQ 부사장이 17일(현지시각) 핀란드 헬싱키 파시토르니회관에서 유럽, 미국 양자암호통신 사업 수주 성과에 대해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 SK텔레콤 제공
그레고아 리보디(오른쪽) IDQ CEO와 곽승환 IDQ 부사장이 17일(현지시각) 핀란드 헬싱키 파시토르니회관에서 유럽, 미국 양자암호통신 사업 수주 성과에 대해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 SK텔레콤 제공
4분기 양자난수생성 제품 라인업 확대

SK텔레콤은 QKD, 양자난수생성기(QRNG)를 중심으로 양자암호통신 핵심 기술을 고도화한다. 미세한 크기의 양자도 감지하는 양자센싱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양자난수생성기는 암호키를 만들기 위해 패턴이 불규칙한 난수를 생성하며 여러 제품에 적용 가능하다.

4분기에는 양자난수생성기 제품 라인업을 강화해 자율주행차, 데이터센터, 모바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매출을 늘린다. ▲자율주행차 전용 초소형 칩셋(크기 4.2㎜ X 5㎜) ▲데이터센터 전용 초고속 장비 ▲범용성을 높인 PICe 카드 등은 기존 제품 대비 다양한 폼팩터와 빠른 처리 속도가 특징이다.

양자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물리량의 최소 단위로 비눗방울처럼 미미한 자극에도 상태가 변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양자의 민감한 특성을 활용해 제3자의 탈취 시도를 무력화하는 암호키를 만들고 이를 송신자와 수신자에게 동시에 나눠주는 기술이 양자암호통신의 핵심이다.

박진효 SK텔레콤 ICT기술센터장은 "5G 세상에는 모든 사물이 데이터화 해 보안이 절대적으로 중요해진다"며 "양자암호통신이 대한민국 국보급 기술로 거듭날 수 있도록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