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가수 겸 배우 설리의 자살 사건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인터넷 혐오 표현, 차별 댓글 문제 해결을 위한 ‘악플 방지법’ 도입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서울시 산하 교통방송(tbs)의 정치적 편향성과 관련해선 참고인과 야당이 가열찬 공방을 벌였다.

 21일 국회에서 열린 방통위 종합감사 모습. / 이광영 기자
21일 국회에서 열린 방통위 종합감사 모습. / 이광영 기자
박대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자유한국당)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방통위 종합감사에서 "인터넷 혐오 표현은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손가락 살인이다"라며 "댓글에 아이디 전체와 아이피(IP)를 공개하는 인터넷준실명제 도입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취지에 동의한다"며 "법안이 발의되면 방통위도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선숙 과방위 소속 의원(바른미래당)도 "혐오, 차별적 표현은 명예훼손 대응 외엔 현재 특별한 대책이 없다"며 "인터넷 매체는 악플 유통(좌표찍기)에 따른 트래픽으로 부당이득을 올리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를 방치할 것이냐"고 질의했다.

한 위원장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해당법령의 손질 사항을 살피겠다"고 답했다.

한 위원장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과정에서 방통위 사전 동의 절차를 밟지 않는 점에 대해 법적 미비가 맞고 형평성에 어긋나는 조치라는 변재일 의원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절차상) 형평성이 어긋난다"며 "(인수나 합병) 모두 방통위 사전 동의 절차를 넣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왼쪽 두 번째)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방통위 종합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이광영 기자
한상혁 방통위원장(왼쪽 두 번째)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방통위 종합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이광영 기자
한 위원장의 변호사 신분 유지 논란도 화두에 올랐다.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은 "한 위원장이 임명 이후에도 정치적 판결에 관여했다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한다"며 "정치적 중립 의무에 위배된 것 뿐 아니라 변호사법, 국가공무원법, 방통위 설치법 위반을 한 것으로 별도의 진상조사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의 18일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은 오마이뉴스 편집국 김모 기자와 관련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을 열었는데 해당 판결문에 한 위원장이 변호인으로 적시됐다. 9일 취임한 한 위원장이 이후에도 기존 사건에 대한 변호를 계속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한 위원장은 "방통위원장 취임 후 법무법인 정세에 사직서를 냈고 제가 관여한 사건에도 담당변호사 지정 철회를 요청했다"며 "정세 직원들이 이를 빠트린 거 같다"고 해명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국정감사장 좌석에 ‘위법 5관왕 한상혁 아웃(OUT)’이라는 종이를 부착하며 한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위법 5관왕 한상혁 아웃(OUT)’이라는 종이를 붙인 모습. / 이광영 기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위법 5관왕 한상혁 아웃(OUT)’이라는 종이를 붙인 모습. / 이광영 기자
한 위원장은 종합감사에서 넷플릭스를 제재하고 국내 기업 역차별을 해소할 방안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망사용료 가이드라인을 준비하고 이통3사와는 중소 CP(콘텐츠 제공 사업자) 망 사용료 면제·감경 조치를 검토한다.

박성중 의원(자유한국당)은 "넷플릭스는 망사용료를 내지 않고, 법인세도 내지 않는데 우리나라 국민을 봉으로 보는 것 아니냐"며 "넷플릭스 제재는 물론이고, 국내 기업에 역차별 하지 않을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한 위원장에 질의했다.

한 위원장은 "역차별을 해소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세금 문제는 기획재정부가 파악해야하지만 방통위도 할일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답변했다.

이어 "가능한대로 (넷플릭스 제재) 방안을 만들겠다"며 "결국은 입법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박 의원의 견해에 동의했다.

이강택 tbs 사장이 21일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조선일보DB
이강택 tbs 사장이 21일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조선일보DB
야당 의원들은 tbs의 정치 편향성을 문제 삼으며, 방송통신심의위에 중징계를 내리라고 촉구했다. 이강택 tbs 사장이 강하게 반박하며 국감장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기도 했다.

정용기 의원(자유한국당)은 이강택 tbs 사장을 향해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 프로그램을 예로 들며 "tbs 프로그램 상황이 심각하다"며 "방송법상 (tbs는) 교통 분야를 60% 이상 편성하게 돼있는데 최소한의 기계적 중립을 맞추려는 시도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또 "이강택 사장은 KBS 재직 시절 노조 활동을 했고 좌편향 프로그램도 제작했다"며 이 사장이 과거 KBS PD 시절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에 이 사장은 "김규리·주진우·이은미 이런 분들 얘기하는 것 같은데, 다 순수 음악 프로그램을 한다"며 "(정 의원은) 한 번도 안 들어보지 않았느냐. 순수 음악 프로그램에 어떤 메시지가 있냐"고 맞받아쳤다. 이어 "KBS 당시 만든 프로그램에서 차베스를 일방적으로 미화하지 않았고 당시 메시지는 지금도 유효하다"고 반박했다.

이 사장의 이같은 발언에 정 의원을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이 연달아 문제를 삼았다. 국감장은 고성이 오가는 등 소란이 발생했다.

정 의원은 "이 사장의 답변 태도는 국회를 능멸한 것이다"라며 "어디서 오만방자하게 ‘당신 봤어, 안 봤어’ 따위로 얘기를 하느냐"고 질책했다. 윤상직 의원(자유한국당)도 "출근 시간 방송되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며 허가 취소를 요구했다. 편파적 회의 진행이라며 노웅래 과방위원장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등 전방위적 공세를 퍼부었다.

노웅래 위원장이 "증인과 참고인은 질의에 답변하는 것이지 본인이 질문하는 것은 잘못이다"라며 "성심성의껏 답변해달라"고 중재한 후에야 장내가 정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