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화재가 발생한 김해 ESS에 들어간 배터리는 삼성SDI 제품인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업계로선 당혹스러운 사고다.

2017년 8월부터 ESS에서 발생한 화재는 이번 건을 포함해 28건에 달한다. 지난 6월 산업부는 종합 안전강화대책을 내놨으며, 14일 업계도 ESS 화재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ESS 화재가 연이어 발생하자 신속한 원인 규명이나 사용 중단 조치도 없는 정부의 부실 대책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ESS 활용이 많은 태양광 사업의 부실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7일 경남 김해 ESS에서 발생한 화재 / 조선DB

ESS 화재 100% 차단 자신한 삼성SDI

21일 경남 하동 ESS 화재 발생 후 일주일 만에 다시 ESS가 불에 탔다. 차이가 있다면 21일 경남 하동 ESS 배터리는 LG화학 제품, 27일 경남 김해 ESS 배터리는 삼성SDI 제품이다.

회사는 23일 울산사업장에 있는 안전성 평가동에서 화재 확산 차단용 특수 소화시스템을 적용한 ESS 모듈 화재 테스트를 진행했다. ▲배터리 모듈의 소화시스템 효과 ▲소화용 첨단 약품 작동 여부 등 두 가지를 점검했다.

전영현 삼성SDI 사장은 이날 "배터리 관련 화재가 발생해도 거의 100% 제어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삼성SDI는 "각 사업장마다 수백여종의 첨단 장비를 도입해 엑스레이 등의 검사를 하고 하나의 배터리 출하까지 수천개 항목을 점검한다"며 "삼성SDI는 배터리 전수 검사로 무결점 배터리를 현장에 출하한다"고 자신했다.

삼성SDI는 지난 14일에도 ESS 화재 방지 대책을 발표하며 "ESS 화재 원인과 무관하게 선제 조처를 하는 것이 글로벌 리딩 기업의 책무다"라고 밝혔다. 삼성SDI는 특히 "자사 배터리의 문제가 있어 발표하는 것이 아닌 업계 전체를 위한 대승적 차원의 대책 발표임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LG화학 제품 화재와 선을 그었다.

김해 ESS에는 삼성이 울산사업장에서 시연한 특수 소화시스템이 설치되지 않았다.

2년 새 화재 28건, 6월 정부 대책 발표 후에도 5건…업계만의 책임인가?

이번 화재를 포함해 2017년 이후 ESS 화재는 모두 28건이다. 연이은 화재에 정부는 지난 6월 11일 산업부를 통해 종합 안전강화대책을 내놓았다. 조사위원회를 통해 화재 원인을 ▲전기적 충격에 대한 배터리 보호 시스템 미흡 ▲운영환경 관리 미흡 ▲설치 부주의 ▲ESS 통합제어·보호체계 미흡 등 4가지 요인으로 추렸다.

정부는 당시 KC인증을 강화하고 ESS용 대용량 배터리와 전력변환장치를 안전관리 의무대상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배터리 셀 안전인증(시험 및 심사)도 실시해 결함 발생을 줄이고 배터리 시스템은 안전확인(시험) 품목으로 관리한다는 방침도 내놨다. 누전 차단과 과전압 보호 등 보호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대책도 덧붙였다.

하지만 대책 발표 후에도 다섯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정부 대책이 4개월 동안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21일 경남 하동에서 불에 탄 ESS는 앞서 언급한 정부 방침에 따라 안전을 강화했다는 승인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비상 정지장치 설치를 비롯해 전기 이상 보호장치 및 관리자 경보 시스템 등 정부 방침에 따른 4가지 추가 안전조치를 취했다. 이 내용을 전기안전공사와 에너지관리공단이 확인, 안전관리위원회가 최종 승인했다. 정부의 안전 대책이 치밀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번에 불이 난 김해 ESS도 안전위 승인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책임론이 들끓을 전망이다.

정부는 ESS 특례 요금제와 공공기관 ESS 설치 의무화, 재생에너지 연계 ESS의 공급인증서 가중치 확대 등으로 ESS 시장을 급격하게 키워왔지만 이에 걸맞는 안전대책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책을 내놓을 당시 화재 원인은 ‘복합적’이라고 밝혔다.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LG화학 제품에 대해서도 문제는 있으나 화재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애매한 입장을 내놨다. 삼성SDI 배터리는 문제 없다고 밝혔다. 이번 화재로 정부는 화재 사태 인식이 안이한 게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정부가 고강도 대책을 마련해 화재 사태를 빨리 수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6월 산업부가 제시한 안전 강화 기준을 충족해 인증까지 받은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화재 원인은 미궁 속에 빠진 채 산업부 대책 발표에 힘입어 신규 발주를 기대하던 업계다. 다시 울상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2019년 세계 ESS용 배터리 시장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8% 성장하는 동안 한국은 30%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관계자는 "정부가 지원책을 펼치며 ESS 시장을 급팽창시킨 만큼 검증되지 않은 기업들이 난립했다"며 "이 부분이 일련의 화재와 무관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