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인간은 대결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오히려 AI를 통해 작품 세계를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AI와 2인전도 열 수 있지 않을까요?"

극사실주의 화가 두민은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AI 아트 갤러리(ART GALLERY), 아이아’ 오픈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AI가 예술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논란이 많지만 향후에는 여러 가치를 낳게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AI 아트 갤러리, 아이아’는 AI와 인간의 협업을 뜻하는 'AI X HUMAN' 모토로 펄스나인이 설립한 예술 플랫폼이다. 실험적 협업을 모색하고 다양한 예술 시도를 지원하는 데 목적을 둔다. AI 장르에서 활동할 작가를 발굴・지원하고 이 생태계에서 탄생한 작품을 해외에 소개한다.

신작 독도 그림 옆에 선 두민 작가. 수면을 경계로 위쪽 하늘은 봄을, 아래 하늘은 겨울을 표현했다. 수면 위 독도도 중앙을 경계로 왼쪽은 봄을, 오른쪽은 겨울 모습을 표현해냈다. / 김평화 기자
신작 독도 그림 옆에 선 두민 작가. 수면을 경계로 위쪽 하늘은 봄을, 아래 하늘은 겨울을 표현했다. 수면 위 독도도 중앙을 경계로 왼쪽은 봄을, 오른쪽은 겨울 모습을 표현해냈다. / 김평화 기자
이날 갤러리 오픈식에는 ▲VIP 갤러리 투어 ▲도슨트 ▲작가와의 대화 등 다양한 행사가 마련됐다. AI 화가와 두민 작가의 협업작인 ‘코뮌 위드(Commune with…)’ 시리즈 후속작도 공개돼 이목을 모았다.

신작은 코뮌 위드 수채화 작품 양옆으로 자리했다. 코뮌 위드 왼쪽에는 두민 작가가 그린 채색된 독도 그림이, 오른쪽으로는 AI 작가 이메진AI가 그린 독도 추상화 그림이 전시됐다.

코뮌 위드는 AI와 인간 작가가 한 캔버스 안에서 협업해 그린 작품이다. 신작은 두 작가가 개성을 담아 각각 독도 그림을 완성해냈다. AI가 여름과 가을의 독도 모습을 담았다면 두민 작가는 봄과 겨울의 독도를 그림에 녹여냈다.

두민 작가는 "실제 주사위를 만들 때 쓰는 액체 상태의 플라스틱 물체를 수면 위에 작업했다"며 "이렇게 작업한 게 처음이라서 재밌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번에는 제가 전공인 서양화를 그리고 AI는 동양화로 코뮌 위드 작품을 보완했다"면서 "AI와의 협업으로 좋은 영향을 받았기에 이번에도 새롭게 작업했다"고 덧붙였다.

AI가 그려낸 독도 추상화 그림. 왼쪽은 여름, 오른쪽은 가을 느낌을 표현했다. / 김평화 기자
AI가 그려낸 독도 추상화 그림. 왼쪽은 여름, 오른쪽은 가을 느낌을 표현했다. / 김평화 기자
미술 분야는 예술계 안에서도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음악이나 영화 산업에서는 AI 기술이 다양하게 쓰이지만 미술에서는 아직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다수다. 실제 두민 작가도 AI와 협업하면서 비판을 들었을 정도다.

두민 작가는 "시간이 지나면서 기술이 발전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향후 10년, 15년이 지나면 AI가 미술계에서도 상용화될 것이다"며 "모든 문화는 그것을 소비하는 대중에 맡겨야 한다. 시장은 확장해두되 판단은 대중이 해야 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두민 작가는 실제 펄스나인과 작업하면서 여러 기술적 제안도 할 만큼 AI 기술 활용에 적극적이다.

두민 작가는 향후 AI와의 추가 협업 계획도 밝혔다. 그는 "AI가 제 그림을 학습하도록 해 그 느낌을 담은 그림을 뽑게 하고 싶다"며 "다음에는 AI와 인간 화가가 같은 주제로 이미지를 각각 작업해서 2인전을 할 수도 있지 않겠냐"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그림을 협업하는 것에서 나아가 제 작품을 영상 창작물로 만드는 AI작가도 기대해본다"고 전망했다.

AI 화가인 이메진AI가 독도 그림을 그리고자 학습에 활용한 다양한 독도 사진. / 김평화 기자
AI 화가인 이메진AI가 독도 그림을 그리고자 학습에 활용한 다양한 독도 사진. / 김평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