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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게임 모바일 MMORPG 첫 퍼블리싱 게임은 무협 ‘일검강호’
해외·퍼블리싱 사업 이끄는 이명근 사업전략실장은 ‘PD 출신’
일검강호, 개발팀 경험 많고, 피드백 잘 반영해 첫 작품으로 선정
비즈니스 모델, 전쟁 콘텐츠 등 엠게임 피드백으로 수정하기도
"운영·고객 응대가 가장 중요" 엠게임 직원 GM, 자체 CS센터 운영
이명근 실장 "절대 ‘먹튀’ 운영하지 않겠다" 강조

엠게임은 1999년부터 게임 산업에 뛰어들어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은 기업이다. 20년간 ‘열혈강호’, ‘영웅’, ‘네오다크세이버(라피스)’ 등 게임을 다수 개발한 베테랑 게임사다. 해외에서도 꾸준히 자사 게임을 서비스해 현지 인지도도 상당하다. PC게임 퍼블리싱 경험도 적지 않다.

다만, 모바일게임 퍼블리싱 경험은 거의 없다.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은 더더욱 그렇다. 이에 엠게임은 중국 지앙훈게임과 손잡고 모바일 무협 MMORPG ‘일검강호’를 11월 초 한국에 선보인다.

이명근 엠게임 사업전략실장. / 오시영 기자
이명근 엠게임 사업전략실장. / 오시영 기자
일검강호는 엠게임이 최초로 퍼블리싱하는 모바일 MMORPG이자 적극적인 퍼블리싱 서비스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다. IT조선은 이 게임을 한국에 들인 엠게임 퍼블리싱·해외사업 책임자 이명근 엠게임 사업전략실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명근 엠게임 사업전략실장은 1999년부터 투니버스, 온게임넷에서 총 7년간 제작 PD 생활을 했다. 투니버스에서부터 스타크래프트 대회 콘텐츠를 다루다 보니 게임 업계 관계자와 만날 기회가 많았다. 이후 스타크래프트 대회가 흥행하면서 핵심 인력이 뭉쳐 온게임넷을 세웠다.

이명근 실장은 "온게임넷 PD 시절에 엠게임의 전신인 위즈게이트가 개발한 ‘웜즈온라인’ 대회를 진행했다"며 "이 게임의 매력에 빠져 2005년에 엠게임 입사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PD 시절 구축한 업계 네트워크가 엠게임에서 일할 때 많이 도움됐다"고 덧붙였다.

엠게임 입사 후에는 퍼블리싱·해외 사업을 맡았다. 엠게임 사업전략실은 아웃 소싱, 국내·외 퍼블리싱, 해외 세일즈 업무를 주로 한다. 모바일게임의 경우 매니저(PM) 역할을 맡아 론칭 전 과정을 관리한다.

엠게임의 전신 위즈게이트의 ‘웜즈 온라인’은 이명근 실장이 다른 길을 걷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 나무위키 갈무리
엠게임의 전신 위즈게이트의 ‘웜즈 온라인’은 이명근 실장이 다른 길을 걷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 나무위키 갈무리
게임 한 작품을 퍼블리싱하기 위해서는 다채로운 절차와 작업이 필요하다.

이명근 실장에 따르면 우선 사전 회의에서 어떤 게임을 가져올지 정하고, 전략을 세운 후 해당 게임사와 접촉한다. 현지에 방문해 업체 미팅을 진행한 이후 게임을 내부에 가져와 운영팀과 함께 테스트한다. 테스트 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을 찾고 현지 제작사에 보완할 수 있는지 묻는다.

이 실장은 "이런 과정을 거친 뒤 현지 제작사와 계약서를 작성하고, 내부 임원 보고 후 승인이 나면 퍼블리싱 계약을 맺을 수 있다"며 "엠게임의 경우, 2002년부터 해외 사업을 진행하면서 쌓은 인지도 덕에 해외 업체와 접촉하고 계약을 맺는 것이 비교적 쉬운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일검강호 대표 이미지. / 엠게임 제공
일검강호 대표 이미지. / 엠게임 제공
이 실장은 수많은 해외 게임 중 어떤 기준으로 퍼블리싱 게임을 고를까. 그는 "5년쯤 전만 해도 한국인은 전쟁 콘텐츠를 좋아한다는 공식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이용자가 게임을 고르는 폭이 훨씬 넓어졌다"며 "오히려 장르나 재미보다는 그래픽 등 게임의 세부 요소가 소위 말하는 ‘한국 감성’에 맞는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엠게임이 일검강호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이명근 실장은 이 게임 개발팀과 지앙훈게임 설립 전부터 알고 지냈다. 그에 따르면 일검강호 개발팀은 ‘풍운 모바일’이라는 게임을 전 회사에서 개발했을 정도로 무협 MMORPG 장르에 대한 이해가 높다.

이명근 실장은 "일반적으로 중국 게임을 퍼블리싱할 때, 퍼블리셔가 게임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도 묵살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검강호 개발팀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게임에 반영한다"며 "서비스 ‘끝물’에 한국 퍼블리싱하는 것이 아니라서 개발팀의 의욕이 넘치는 상태라는 점도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검강호는 중국에서 개발팀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 한국 외에도 베트남 등 해외 시장 진출을 다각도로 검토하는 중이다"며 "지속해서 해외 게임사와 접촉해 퍼블리싱을 논의 중이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1년에 두 번 정도 퍼블리싱 게임을 론칭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일검강호 게임 플레이 모습. / 엠게임 제공
일검강호 게임 플레이 모습. / 엠게임 제공
일검강호는 소림(少林), 아미(峨嵋), 무당(武當), 곤륜(崑崙) 등 당파 간 다툼을 담았다. 이 탓에 게임 안에서 다수의 전쟁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다. 공정한 전투를 위해 주요 콘텐츠 중 하나는 전쟁을 치르기 직전에 시스템이 이용자 전투력을 체크해서 자동으로 팀을 짜주기도 한다.

일반적인 전쟁 콘텐츠에서는 상대적으로 약자는 스치기만 해도 죽어 재미를 느끼지 못하거나 구경만 하는 경우가 많다. 일검강호는 색다른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용자는 단순히 적 이용자를 쓰러뜨리는 것은 물론, 전장 내의 몬스터를 잡거나 수집·채집을 통해 점수를 딸 수 있다. 승패는 해당 점수를 바탕으로 결정한다.

이명근 실장은 "‘포인트 시스템’은 우리가 직접 개발사 측에 수정할 것을 건의해 도입한 제도다"며 "단지 돈을 많이 쓰면 손쉽게 승리하는 구조를 만들기보다는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 시스템을 손보게 됐다"고 말했다.

게임 내 이용자 커뮤니티 ‘문파’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도 마련했다. 대표적인 것이 문파 스킬이다. 문파 스킬의 개수는 11개에 달한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구성원이 문파 퀘스트 등 활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 문파간 대전을 벌이는 던전이나, 문파별 보스 ‘딜량’ 순위에 따라 보상을 차등 지급하는 던전도 있다.

2019년 하반기에는 유독 모바일 RPG 대작이 많이 출시된다. 하지만 엠게임은 크게 이를 걱정하지 않는다. 목표 유저층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주로 30·40 세대에 무협 세계관 마니아가 많아 이들을 일차 목표로 삼는다. 중국식 게임, 웹게임을 찾는 이용자도 적지 않다.

이 실장은 "목표 이용자에게 게임이 나왔다는 것을 ‘가성비’ 좋게 알릴 수 있도록 커뮤니티, 페이스북, 구글 광고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며 "물론 게임을 서비스하며 인기가 더 많아지면 추가적인 광고, 마케팅 수단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검강호에 등장하는 독특한 탈것의 모습. / 엠게임 제공
일검강호에 등장하는 독특한 탈것의 모습. / 엠게임 제공
이명근 실장에 따르면 최근 중국 개발사가 게임을 만드는 기술이 상향 평준화됐고, 무협 MMORPG라는 장르 특성상 기술, 그래픽적인 영역에서 일검강호와 중국 출신 타 무협 게임의 차별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는 "최근 중국에서는 각종 테스트를 진행한 뒤 ‘아니다 싶으면’ 프로젝트를 그냥 취소해버리고, 될성부른 프로젝트를 이른바 ‘장인 정신’으로 진행하는 문화가 생겼다"며 "이러한 시도를 수없이 많이 할 수 있다는 것이 게임 시장에서 중국의 경쟁력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대신, 이명근 실장은 일검강호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로 서비스 운영을 꼽았다. 실제로 일검강호 중국 버전과 한국 버전은 비즈니스 모델이 다소 다르다. 이명근 실장은 "중국 버전에서 ‘노력으로 얻어야 할’ 아이템을 파는 경우, 한국 버전에서는 거의 대부분 비즈니스 모델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이용자 응대도 강점이다. 보통 중국 게임의 경우, 개발사가 외주를 주고 게임을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한 대행사의 경우 운영자(GM) 한 사람이 평균 1.5개의 게임을 담당한다. 그만큼 게임 운영에 깊이 관여하기 어렵다.

엠게임은 다르다. 일검강호는 론칭 시점에 GM 3명이 커뮤니티를 관리한다. 이들은 모두 본사에서 일하는 엠게임 직원이다. 이에 더해 자체 고객서비스센터도 갖추고 있다.

이명근 실장은 "중국 게임, 무협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가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이 운영, 고객 관리 부분이라고 생각해 이 부분에 크게 신경 쓴다"며 "게임 운영자가 엠게임 직원이므로 ‘우리 것’이라는 마음으로 책임감 있게 고객과 소통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명근 엠게임 사업전략실장. / 오시영 기자
이명근 엠게임 사업전략실장. / 오시영 기자
일검강호는 출시 시점에 게임 내 텍스트를 전면 한국어화해 선보인다. 번역 자체는 외주로 진행했다. 하지만, 이 실장을 포함한 엠게임 내부 인력이 번역 내용을 직접 읽으며 한국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과 오역을 직접 바꾸는 작업을 진행했다. 글씨체도 촌스럽지 않게 엠게임 자체 폰트를 활용한다. 열혈강호와 같은 글씨체다.

한국 일검강호의 버전은 중국 빌드와 살짝 다르다. 출시 이후 업데이트를 통해 가장 빨리 만나볼 수 있는 콘텐츠는 ‘결혼’과 서버 간 전쟁 콘텐츠다. 결혼의 경우, 남녀 캐릭터로 진행할 수 있다. 부부가 함께 사냥하면 추가 피해, 추가 경험치 등 유리한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예복, 꽃가마 등도 활용할 수 있다.

이명근 실장은 "사업전략실의 운영 목표는 소위 말하는 ‘먹튀’ 운영을 절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며 "주기적인 콘텐츠 업데이트는 물론이고, 이용자와의 소통을 절대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일검강호는 엠게임이 모바일 MMORPG를 퍼블리싱하는 첫 사례이므로, 앞으로 퍼블리셔로서 엠게임의 인상을 결정할 수도 있는 중요한 작품이다"며 "나도 무협 게임을 좋아하는데 이용자 입장으로 생각해 누구나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