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제형 기반연구, 신약 가치를 높인다"

입력 2019.11.04 06:00

김주희 인벤티지랩 대표 인터뷰
생화학+기계공학으로 약효 UP…약물 입자 자체 제어 기술 확보
치매 조기 치료제 개발에 집중

바이오산업에 관심이 높아진다. 미래산업으로써 선진국형 고부가가치 산업이기 때문이다. 특히 바이오산업 중 신약 개발에 대부분 관심을 기울인다. 새로운 신약을 하나 개발하면 질병 치료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 세수 확보 등 사회 전반에 걸친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국내 신약 시장이 점차 확대되는 이유다.

이를 이유로 일반적으로는 신약 개발에서 획기적인 효능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는 잘못된 인식이라고 설명한다. 약물을 대할 때 약물방출 제어를 반드시 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례로 2000년대 초반 한 글로벌 동물약 제약사는 심장사상충예방약을 내놨다. 한 달에 한 번씩 섭취하는 타 심장사상충예방약과 달리 이 약은 1년에 한 번만 섭취하면 되는 획기적인 신약이었다. 하지만 이 약을 복약한 강아지가 갑자기 쇼크 증상을 보였다. 같은 약을 먹인 또 다른 강아지에게는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났던 걸로 알려졌다.

이는 약물방출 제어(Controlled Release Drug Delivery)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일년간 서서히 지속돼야 할 약효가 섭취 직후 폭발적으로 반응했다. 이 약은 이후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이후 해당 약물 방출량을 재조정해 시장에 내놨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인벤티지랩이 관심을 받는 이유다. 이 회사는 약물전달기술(DDS·약물이 체내에 전달되는 시스템을 개선하는 방식) 관련 기업이다. 약물 농도를 조절해 약효가 안정적으로 정해진 기간동안 유지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회사는 이 기술력을 인정받아 2016년 창업초기투자금 15억원과 2017년 30억원 그리고 2018년 6개 기관으로부터 시리즈B를 마무리하며 80억원을 유치했다. IT조선은 1일 오후 성남시에 위치한 인벤티지랩 본사에서 김주희 인벤티지랩 대표를 만났다.

김주희 인벤티지랩 대표./인벤티지랩 제공
김주희 인벤티지랩 대표는 "신약도 중요하지만 약 제형을 개발하는 플랫폼 기술이 더 중요하다"며 "인벤티지랩 기술로 입자 완성도와 크기 분포, 화학적 이방성 등을 자유롭게 조절해 난치성 및 만성 질환 치료를 위한 신약 개발 근간을 다지겠다"고 밝혔다.

인벤티지랩 DDS 기술은 ▲마이크로스피어(Microsphere, 지름이 수μm 이하인 구상의 미립자. 이 안에 약물을 혼합해 정해진 시간동안 서서히 약물이 체내로 흘러나오도록 할 수 있다.) ▲컨주게이션(Conjugation, 2개 이상의 다중결합이 단일결합을 하나씩 사이에 끼면서 이들 결합이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현상) ▲결정화(Crystallization) 등으로 나뉜다. 이 중 회사가 특히 주목하는 건 고분자 약물전달 시스템에 활용되는 마이크로스피어 기반 대량생산기술 ‘IVL-PPFM(제어 최적화 정밀 미소구체 제조법)’이다.

생화학과 기계공학 결합으로 약효 높여

IVL-PPFM은 기존 마이크로스피어 제조법 한계와 문제점을 개선했다. 기계공학과 결합해 이룬 개선 결과다.

기존 제조방법으로는 일정한 사이즈 입자를 얻기 힘들었다. 기존 제조방법으로 개발된 약들이 몸에 주입됐을 때 일정하게 약효를 유지하지 못하는 이유다. 반면 IVL-PPMG은 입자 사이즈가 균일하게 형성된다. 형상과 크기 제어 또한 용이하다.

인벤티지랩은 의도한 사이즈를 만들기 위해 미세유체공학 시스템을 활용한다. 미세유체공학 시스템은 미세 환경에서 유체 움직임이 어떻게 변화하는 지를 이해하고 이를 활용해 마이크로파티클을 제조하는 기술에 적용하는 시스템이다.



왼쪽부터 인벤티지랩 IVL-PPFM기술과 기존 용매증발법 비교. / 인벤티지랩 제공
김주희 대표는 "액체가 흐르는 특정 채널(관) 유체 흐름을 조절해 약물을 탑재한 마이크로스피어를 일정 크기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동물부터 성형, 치매까지…다양한 파이프라인 확보

인벤티지랩은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다. 인벤티지랩이 집중하는 분야는 동물용 심장사상충 예방 주사제와 안면성형용 파티클필러, 남성형 탈모치료 주사제, 치매치료 주사제 등이다. 당장 국내 시판 허가 절차를 앞둔 연구결과물은 반려동물 심장사상충 예방약이다. 글로벌 동물 제약사와 판권 계약을 협의하고 있다.

김 대표는 "3개월과 6개월 지속 제형으로 나눴다"며 "투여 직후 농도가 급격히 올라가는 기존 의약품과 달리 인벤티지랩 의약품은 약효가 안정적으로 정해진 기간동안 유지되는 우수한 방출 패턴이 특징이다"라고 설명했다.

인벤티지랩 파티클 필러는 임상시험을 앞두고 있다. 세계 최초로 상처 치료 목적 필러를 개발한 덕이다. 이번 시험은 기존 필러 기능에 생분해성 고분자 입자가 만나 피부 내 자가 콜라겐 생성을 제대로 하는지 여부다.

김 대표는 "이 제제는 피부 상처 부위에 주입할 경우, 콜라겐이 생성을 자극하고 조직을 수복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인벤티지랩은 2022년쯤 치매 치료 주사제를 시장에 선보인다는 목표다. 현재 인벤티지랩은 연구개발의 많은 부분을 편의성과 유효성이 개선된 치매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회사가 치매 치료 주사제를 선보일 경우 업계에는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치매 치료 약물 글로벌 임상이 연이어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기존 치매 증상 완화제 투여 편의성 개선과 안정적인 약효 유지 의약품 개발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상황이다"라며 "치매를 앓는 노인들에게 경구투여제를 꾸준히 섭취하게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안정적인 약효 유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래 가치에 치중한 신약도 중요하지만, 업계 숙원 사업을 해결하면서 환자에게 쓰일 수 있는 현실적인 의약품을 개발하는 것이 당장의 목표다"라며 "오랜 기술이 답습되면서 장기지속형 주사제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인벤티지랩은 앞으로도 다양성과 확장성을 가진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개발 회사로 자리매김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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