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0억 벤처 대박 수아랩 송기영 창업자 “한국 제조AI 여건은 실리콘밸리보다 좋아”

입력 2019.11.06 06:20 | 수정 2019.11.06 10:44

[인터뷰] 송기영 수아랩 공동 창업자
독보적 기술 있으니 코그넥스가 관심 보여
제조 강국 한국 관련 규제 덜해 제조AI 여건 수월
국내 AI 인력과 기술 질 나쁘지 않아 잠재력 충분
전문인력 양성과 자유로운 시도 여부에 한국 AI 미래 달려

"인공지능에 대해 처음부터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기업들이 계속 관망만 해서는 더더욱 안 됩니다."

송기영 전 수아랩 대표는 IT조선과 만난 자리에서 급격히 성장하는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기업들의 의식 변화를 촉구했다. 본격적인 AI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당장은 성과가 없어도 중장기적 계획을 세우고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 나스닥 상장사 ‘코그넥스(Cognex)’에 2300억원에 매각돼 모처럼 벤처성공 신화를 쓴 수아랩(SUALAB). 이 회사 공동 창업자인 송기영씨는 매각 이후 대표이사를 내려놓았지만 오히려 더 바빠졌다. 밖에서 찾는 사람도 부쩍 많아졌다. 이런 저런 행사도 참석하게 됐다.

그래도 하던 일을 놓치지 않는다. 오히려 더 큰 그림을 그리게 됐다. 그는 앞으로 코그넥스의 딥러닝 연구개발 아시아 부문을 총괄할 예정이다.

토종 스타트업이자 국내 1세대 AI 기업인 수아랩은 미국의 세계적인 머신 비전 전문기업이자 상장 기업인 코그넥스에 인수됐다. 인수 규모는 1억9500만 달러(약 2300억원) 수준이다. 국내 기술 스타트업의 해외 M&A 사례 중 최대 규모로 화제가 됐다.

송기영 수아랩 전 대표이사. / 수아랩 제공
해외에서도 손꼽히는 AI 기업이 한국의 토종 스타트업인 수아랩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는 이 회사만의 독보적이고 한발 앞선 AI 기술 때문이라고 송 전 대표는 강조한다. 핵심 기초 산업인 제조업 분야에서 AI를 활용한 불량 검출 및 품질 관리 솔루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데, 이 분야에서 수아랩이 독보적인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

그는 "사람 대신 제품의 불량 여부를 가려내고 품질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AI 기술로 제조 부문의 혁신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다만 기존 AI 모델은 학습하고 정확도를 높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하기 어려웠다. 수아랩의 독자적인 AI 기술은 기존 대비 학습 시간은 짧으면서도 높은 정확성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고 강조했다.

기존 AI 기반 솔루션은 수많은 제품 이미지를 비교 분석해 불량 여부를 학습한다. 수아랩의 대표상품인 ‘수아킷(SuaKIT)’은 문제가 없는 골든 샘플과 불량품 사이의 ‘차이점’을 중심으로 학습을 수행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이를 통해 전체 학습 시간은 줄이고, 불량 검출 속도와 정확성을 크게 높였다는 설명이다.

다양한 산업에 쉽게 도입할 수 있는 확장성도 강점이다. 현재 주력인 전기·전자 부문 뿐 아니라 자동차, 화학, 식품, 약품, 부품 소재 등의 제조 현장에 쉽게 적용할 수 있다.

2017년 정식 버전을 선보인 수아킷은 국내외에서 손꼽히는 기업들의 제조 현장에 도입됐다. 초기 개발단계서부터 적극적으로 업계와 협력해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해외에서도 반응이 좋았다. 중국 현지 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일본, 동남아 등 아시아 지역에서 세를 넓혀왔다.

이번 M&A도 일찌감치 수아랩을 눈여겨보던 코그넥스가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려던 참에 그의 텃밭인 미국과 유럽 시장에 진출하려는 수아랩과의 이해관계가 일치함으로써 성사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국내 AI 시장, ‘제조업’ 중심으로 잠재력 높아

송 전 대표는 국내 AI 업계의 현 상황이 그리 나쁘지는 않다고 평했다. 해외보다 시작이 늦었고, 그만큼 시장 규모와 수준도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지만 잠재력은 매우 높다는 것이다.

그는 "AI 기술이 주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자율주행, 보안, 의료 등의 부문은 관련 규제가 복잡하고, 사람의 안전과 민감한 개인 정보와 직결되어 있어 기술 개발 및 시장 성장에 어려움이 산적했다"며 "반면 제조업은 전통적으로 우리나라가 강점을 보이는 산업 분야이고, 상대적으로 규제와 제약이 덜해 AI 기술의 도입과 성장이 수월한 편이다"고 말했다. 제조 기반 AI 기술만 보면 오히려 실리콘밸리보다도 국내 사정이 훨씬 낫다고 강조한다.

전문인력의 경우 숫자만 보면 미국이나 유럽, 중국 등에 비해 한참 부족하지만, 오히려 전문가들의 ‘질’은 비슷하거나 더 우수하다고 그는 말했다. 국내 AI 스타트업들이 해외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도 모두 우수한 인력과 기술력 때문이라는게 그의 말이다.

송 전 대표는 "정부와 기업들이 양질의 전문인력 확충에 더욱 힘을 쓰고, AI 스타트업들이 다양한 최신 기술을 자유롭게 시도해볼 수 있는 제도적인 틀을 만들어준다면 국내 AI 시장은 질적·양적 모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일시적이 아닌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계속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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