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카카오톡과 중국 틱톡.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 두곳이 스마트폰 시장에 도전한다. 자사 앱 및 최적화된 하드웨어를 제공해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로 분석된다.

플랫폼 기업의 스마트폰이 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업계의 분석은 비관적이다. 스마트폰 시장은 포화상태다. 삼성전자·애플·화웨이 등이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한 탓에 플랫폼 기업 제품이 설 자리는 좁다. 기존 제품을 제칠 만한 뚜렷한 매력도 없다.

과거 스마트폰 시장에 자리 잡는 데 실패한 페이스북, 아마존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마트폰 시장 노리는 플랫폼 기업…서비스 편의·가성비가 핵심

다수의 외신에 따르면 1일(현지시각) 틱톡을 운영하는 중국 바이트댄스가 스마트폰 ‘지안구어 프로3’을 중국에 출시했다. 바이트댄스가 2019년 초 인수한 스마트폰 제조사 스마티잔이 이 제품을 만든다. 스마트폰 이름도 스마티잔 브랜드인 ‘지안구어’를 그대로 가져왔다.

업계는 장이밍 바이트댄스 창업자가 오랫동안 스마트폰 개발을 꿈꿨다고 얘기한다. 지안구어 프로3는 그의 야심작이다. 틱톡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스마트폰 잠금화면을 밀어 올리면 틱톡 앱으로 바로 연결된다. 영상 길이 제한없이 틱톡 효과나 필터를 사용할 수도 있다.

가성비도 갖췄다. 퀄컴 스냅드래곤 855+ 칩셋, 최대 12GB 램과 256GB 내장메모리, 뒷면에 쿼드 카메라가 각각 탑재됐다. 가격은 2899위안(48만원)부터다. IT매체 더버지는 "가격에 비해 고급 사양으로 출시됐기에 (판매) 전망이 나쁘지만은 않다"고 평가했다.

스마티잔 ‘지안구어 프로3’(왼쪽)과 카카오스테이지 ‘스테이지 5G’. / 제조사 제공
스마티잔 ‘지안구어 프로3’(왼쪽)과 카카오스테이지 ‘스테이지 5G’. / 제조사 제공
카카오 계열사 스테이지파이브도 4일 5G 스마트폰 시장 진출 소식을 알렸다. 스테이지파이브는 2018년 카카오 공동체로 편입돼 통신 및 IoT 사업을 추진해온 회사다. 카카오 서비스를 선탑재한 스마트폰 ‘스테이지 5G’ 출시를 계기로 사업을 5G 기기까지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테이지 5G에는 카카오페이와 카카오T, 카카오내비와 카카오페이지 등 앱, 카카오게임즈 프렌즈마블 및 프렌즈타운 게임 2종이 탑재됐다. 잠금화면에서 바로 앱으로 이동할 수 있는 단축 기능도 지원한다. 사양은 5G 퀄컴 스냅드래곤 855 칩셋, 6GB 램, 128GB 내장메모리, 트리플카메라를 갖췄다.

스테이지5G는 5G 스마트폰 선택 폭을 넓혔다는 의미도 가진다. 출고가는 81만4000원으로 삼성전자 중저가 모델 ‘갤럭시A90(89만9800원)’과 비슷하다. 고가 프리미엄 제품 위주인 5G 스마트폰 시장에 보급형 제품이 추가된 셈이다.

서상원 스테이지파이브 대표는 "스마트폰과 카카오 서비스를 결합, 소비자가 요구하는 사용자 경험(UX)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아마존 전철 밟을 것이란 우려 나와

일각에서는 플랫폼 기업이 스마트폰 사업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이미 치열한데다, 플랫폼 기업이 뚜렷한 경쟁력을 갖춘 것도 아니라는 주장이다.

바이트댄스가 진출한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중소 제조사가 살아남기 어려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화웨이, 샤오미 등 상위 5개 업체가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한 탓이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 LG전자, 애플이 시장 대부분을 장악했다.

모 지아 카날리스 연구원은 바이트댄스 시장 진출에 대해 "스마트폰 시장에 그들(바이트댄스)을 위한 공간이 남아 있지 않다"며 "그들은 공급 체인이나 채널에서 경험이 부족하고 뚜렷한 장점도 없기 때문에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가 아마존이 독자 개발한 첫 스마트폰 ‘파이어폰’을 소개하고 있다. / 조선일보 DB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가 아마존이 독자 개발한 첫 스마트폰 ‘파이어폰’을 소개하고 있다. / 조선일보 DB
스마트폰 시장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도 한계다.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페이스북과 아마존의 선례가 있다. 이들은 과거 스마트폰 시장 진출을 시도했다가 쓴맛을 봤다.

페이스북은 2013년 대만 HTC와 협력해 페이스북 기능에 최적화된 'HTC 퍼스트폰'을 선보였다. 미국에 먼저 출시했으나 저조한 판매 실적을 기록, 단종 처리됐다. 해외 시장 진출도 어려움을 겪어 결국 실패작으로 남았다.

아마존 역시 2014년 세계 최초 3D 스마트폰 파이어폰을 출시했다. 하지만, 흥행에 실패해 1억7000만달러(약 2020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도 "아마존 파이어폰은 실패작이었다"고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