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소재 국산화 성공 비결은 운 아닌 실력"

입력 2019.11.08 11:22

김진동 레이크머티리얼즈 대표 인터뷰
한일 관계 갈등 속 소·부·장 대표 기업으로 우뚝
다져놓은 기술력이 위기 상황에 빛발해
"국내 금융시스템, 우수 벤처기업 성장 뒷받침하기엔 부족"

한일 외교갈등은 제조업계에 많은 파장을 불러왔다. 다만 일본 의도처럼 국내 업계 피해는 크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산 제품을 사용하던 한국 대기업이 우수한 국내 중소기업을 발굴하는 기회가 됐다. 전화위복이 됐다.

세종시에 위치한 유기금속화합물 제조 전문기업 레이크머티리얼즈가 대표 사례다. 레이크머티리얼즈는 2010년 김진동 대표가 설립한 회사로 유기금속 소재 부품을 생산한다. 레이크머티리얼즈는 한일 외교갈등을 계기로 탄력을 받아 최근 자체 개발한 반도체 소재 3개를 연이어 국내 대기업에 납품했다. IT조선은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모처에서 김진동 대표를 만나 비결을 물었다.

김진동 레이크머티리얼즈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 카페에서 IT조선과 인터뷰하고 있다. / IT조선
레이크머티리얼즈는 ▲LED 소재 ▲반도체 소재 ▲태양전지 소재 ▲석유화학촉매 등을 만든다. 특히 레이크머티리얼즈는 TMA(Trimethyl aluminium), TMI(Trimethylindium), TMG(Trimethylgallium) 등 유기금속화학소재 개발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LED 제품 거의 대부분은 레이크머티리얼즈 소재를 사용한다.

레이크머티리얼즈는 LED 소재뿐 아니라 고효율 태양전지용 소재부품 분야에서도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점하고 있다. 고효율 태양전지 소재도 1위다.

세계 태양전지 모듈 시장은 중국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중국 업체의 고효율 태양전지 소재 절반 가량을 레이크머티리얼즈가 공급한다. 레이크머티리얼즈는 이미 반도체와 석유화학 촉매 사업도 고도화했다.

레이크머티리얼즈는 최근 TDMAHf(하프늄)이라는 소재의 재조설비 구축을 최근 완료했다. 9월부터는 양산 납품 작업에 한참이다.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빛을 전기적 영상신호로 바꿔주는 이미지센서(CIS)에 필요한 소재다. 하지만 업계는 관성적으로 일본산을 주로 이용해왔다. 한일 외교갈등이 계기가 돼 레이크머티리얼즈의 TDMAHf(하프늄) 대기업 납품이 한층 빨라졌다.

이를 이유로 김진동 대표는 레이크머티리얼즈가 그간 쌓아온 기술력 덕분에 우연히 주어진 기회(한일 외교갈등)를 잡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진동 레이크머티리얼즈 대표가 "외부 요인 덕에 기회가 찾아온 건 맞지만 이미 우리는 한일 외교갈등 전부터 꾸준히 준비해 왔다"며 자신감을 드러낸 이유기도 하다.

여러번 찾아온 위기…새로운 시장 모색 기회돼

9년 차 중소기업인 레이크머티리얼즈가 여러 시장에서 입지를 갖추게 되기까지 쉽지만은 않았다. 위기가 여러 번 찾아왔다. 김 대표는 위기를 극복하자 오히려 회사는 단단해졌다고 설명했다.

2010년 회사 설립 당시 김 대표는 LED소재에만 집중했다. 그러다 2012년 유럽 금융위기를 계기로 세계 LED시장이 휘청였다. 소재납품기업인 레이크머티리얼즈도 함께 출렁였다.

김 대표는 위기를 오히려 새로운 시장을 모색하는 기회로 만들었다. 반도체와 촉매, 태양전지 등 분야로 사업을 넓히게 된 계기로 삼았다. 그는 "사업 분야를 다각화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다"며 "그때 LED 소재부품에만 올인했으면 지금의 기회도 얻지 못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한일 외교갈등이 한국과 일본 업계 모두에 인식의 전환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20년이 넘게 미뤄왔던 소재부품 국산화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김 대표는 "일본 업계도 한국 소재부품 공급선이 끊길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던 것 같다"며 "각국 산업계가 자사 생태계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성장위해 벤처투자 회수시장 조성해야"

다만 김 대표는 제조업분야는 특히 중소기업 혼자만의 노력으론 성장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제조업 분야는 공장이 필수다. 대규모 투자 자금 유치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제품을 대규모로 생산해 시장에서 판매성과를 내는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투자자 입장에선 제조업 분야 투자회수가 다른 사업분야에 비해 느릴 수 밖에 없다. 이를 감안해줄 좋은 투자자를 만나는 일이 사업 향방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이유다.

제조업 분야에서 우수한 강소기업이 성장하고 부품 국산화에 성공하려면 벤처 투자자금이 더욱 많이 투입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와 함께 투자회수시장도 지금보다 더 활성화시키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제1벤처붐인 2001년 창업해 성공적으로 엑싯(Exit, 투자금 회수)한 경험을 가진 창업가 출신이다. 그는 "2000년대 초반에는 정부자금만 있었지만 지금은 그때 성공적으로 엑싯한 사람들이 다시 벤처투자에 뛰어들면서 자본시장 규모가 한 단계 더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자신의 경험상 국내 금융시스템이 아직 우수 벤처기업 성장을 뒷받침할만한 수준으로 진보하진 못했다고 지적한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는 그동안 기술을 직접 개발하기보단 기술을 사오는데 익숙했기 때문에 원천기술을 개발한 기업의 미래가치를 높게 봐주지 않는다"며 "투자자나 금융권 등이 과거 성과지표에만 근거해 기업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어 IPO나 인수합병 등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레이크머티리얼즈도 2020년 상반기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2018년 매출액은 350억원 수준이다. 2020년에는 600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김 대표는 "IPO가 레이크머티리얼즈의 기업 내부관리 시스템이나 체계를 정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며 "IPO를 계기로 글로벌 소재부품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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