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스토리 작가, 그래픽·원화 아티스트, 사용자 경험 디자인(UX) 등…이들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입니다. ‘플레이어’는 게임 업계 관계자를 직접 만나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기존 게임 테스트는 고비용 ‘FGT’와 부정확 ‘지인 의견’ 양극단만 존재
포메이커스는 테스트 문화 개선해 이용자, 게임사 모두 유리한 서비스 제공
게임사, ‘테스트 수석’ 임명해 우수 이용자 뽑고 소통할 수 있어
2020년 플랫폼 기능, 디자인, 편의성 등 개선해 정식 출시할 예정
구성원 4명이 전원 삼성전자 출신, ‘어벤저스’처럼 다채로운 역할 맡아
이보림 대표 "미래에는 다채로운 분야 창작자 지원하는 플랫폼 되고 싶다"

게임 개발자가 게임을 만드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은 실제 이용자 의견을 듣는 것이다.

규모가 큰 게임사는 포커스 그룹 테스트(FGT)를 진행해 이용자 의견을 듣는다. FGT는 효과적이지만 비용이 수천만원에 달해 중소·인디 게임사는 이용하기 힘들다. 이 탓에 지인에게 게임을 시켜보고 의견을 듣는 경우도 많으나 부정확한 응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양극단만 존재하던 게임 테스트 문화를 바꾸기 위해 나선 스타트업이 있다. 삼성전자 사내벤처 프로그램 ‘씨랩’에서 입상해 스핀오프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포메이커스’다.

(왼쪽부터) 김예나 최고기술책임자, 이보림 대표, 유재연 이사. / 오시영 기자
(왼쪽부터) 김예나 최고기술책임자, 이보림 대표, 유재연 이사. / 오시영 기자
포메이커스는 게임 테스트 플랫폼 ‘포메스’를 운영한다. 앱은 아직 베타버전으로,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만나볼 수 있다. 테스트 중인 게임을 이용자에게 큐레이션하면 이를 실제로 즐겨본 이용자가 설문조사와 후기를 남기는 방식이다.

포메이커스는 게임사에 이용자 후기와 설문조사, 각종 수치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제공한다. 테스트 진행 업체는 요금제에 따라 참여자 정보도 함께 받아 원하는 대상 이용자 별로 필터링해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이보림 포메이커스 대표는 "게임을 출시한 후에도 앱마켓 리뷰의 단편적인 의견만 들어서는 이용자 생각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며 "포메이커스는 실제 이용자가 직접 정성을 들여 응답하므로 개선 사항을 파악하기 좋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게임 테스트 플랫폼을 만든 이유에 대해 "한국에서 테스트를 가장 많이 진행하는 분야가 게임이라고 생각했다"며 "실제로 게임사는 물론 게임 이용자도 각종 테스트에 매우 익숙한 집단이다"라고 설명했다.

포메이커스 서비스를 활용하면 지인에게 물었을 때보다 훨씬 정확한 이용자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다. / 오시영 기자
포메이커스 서비스를 활용하면 지인에게 물었을 때보다 훨씬 정확한 이용자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다. / 오시영 기자
포메스는 리워드 앱 구조로 운영하는 앱이다. 게임 테스트에 참여한 이용자에게 일정 금액의 문화상품권을 지급한다.

포메이커스는 테스트에 참여한 이용자 수만큼 수익을 얻는다. 게임사는 FGT를 진행할 때보다 훨씬 적은 금액을 들이고도 게임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어 좋고, 이용자는 게임을 미리 즐겨보고 보상도 얻을 수 있어 일석이조다.

포메이커스는 ‘테스트 수석’ 제도도 운영한다. 후기를 남긴 이용자 중 우수한 사례를 게임사에서 직접 뽑아 테스트 수석·차석으로 임명한다. 게임사는 테스트 수석 선정 이유와 함께 테스트를 진행한 소감을 에필로그 형식으로 남겨 이용자와 소통한다.

이보림 대표는 "거의 논문, 보고서를 쓰듯이 정성을 들여 후기를 남겨주시는 분도 많다"며 "이용자가 성실하게 테스트에 참여할수록 더 많은 보상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테스트 참여자가 실제로 게임을 성실하게 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술도 구현했다"고 덧붙였다.

유재연 이사는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았거나 욕설을 섞어 응답하는 악성 이용자를 필터링해 게임사에게 전달하므로 질 좋은 응답을 받아볼 수 있다"며 "앞으로 이 과정을 전부 자동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테스트가 끝나면 게임사가 직접 우수 이용자를 선정해 ‘테스트 수석’으로 임명한다. / 오시영 기자
테스트가 끝나면 게임사가 직접 우수 이용자를 선정해 ‘테스트 수석’으로 임명한다. / 오시영 기자
이보림 대표, 유재연 이사는 한국에서 유일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 포메이커스의 장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대표는 "양극단만 존재하던 게임 테스트 시장에 다른 한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고 본다"며 "포메스는 저렴한 비용을 들여 게임을 좋아하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가벼운 FGT를 진행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존 방식을 대체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유재연 이사는 "해외에는 미국 업체 ‘유저테스팅’ 등 테스트 플랫폼을 서비스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게임에 특화한 플랫폼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테스트 플랫폼 시장 자체는 매년 성장하는 추세다"라고 설명했다.

이보림 대표에 따르면 생소한 방식의 테스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탓에, 게임사가 실제로 서비스를 이용해보기 전에는 구체적으로 그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워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일단 서비스를 이용한 기업은 대부분 만족한다. 포메이커스의 서비스를 이용한 업계 관계자가 소셜 미디어에 정말 좋은 서비스라고 글을 올리고 이를 본 업계 관계자가 의뢰하는 방식으로 입소문이 퍼진다.

실제로 포메이커스 덕에 도움받은 기업도 많다. 유재연 이사는 "얼마 전에 테스트를 진행한 업체 한곳은 게임 내에서 가끔 뜨는 팝업 광고를 없앨지를 한 달간 결정하지 못했다"며 "테스트를 진행해보니, 팝업 광고가 뜨는 순간 이용자가 게임에서 이탈하고 싶어한다는 데이터를 도출해 순식간에 의사를 결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보림 대표는 "테스트를 통해 게임을 홍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며 "게임사 한곳에서 테스트를 마친 뒤 감사 전화를 통해 ‘테스트 덕에 ‘고래 유저’를 만날 수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포메이커스 구성원은 모두 삼성전자 출신으로 총 4명으로, ‘어벤저스’ 같은 역량을 갖췄다. / 포메이커스 제공
포메이커스 구성원은 모두 삼성전자 출신으로 총 4명으로, ‘어벤저스’ 같은 역량을 갖췄다. / 포메이커스 제공
포메이커스의 구성원은 이 대표를 포함해 총 4명이다. 이들은 전부 삼성전자 출신이다. ‘삼성페이’ 등 기능 개발에 참여한 개발자도 있다. 사내 벤처 프로젝트 C랩 공모전에 참여했을 때부터 게임 테스트 플랫폼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힘을 합쳐왔다. 200팀쯤 중에서 최종 3팀에 선정돼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아 스타트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보림 대표는 "스타트업은 팀워크가 가장 중요하다"며 "우리는 삼성전자 시절부터 함께 가능성을 엿보고 키워온 팀이라 신뢰와 유대를 바탕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포메이커스는 소규모 인원으로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마치 ‘어벤저스’처럼 일해야 했다. 이를테면 이보림 대표는 디자이너 출신이지만 대표를 맡았다. 직접 영업하러 다니고, 각종 행사에서 발표한다. 개발자도 직접 발로 뛰거나, 홍보용 카드뉴스를 만드는 등 다채로운 일을 한다.

5월 플레이엑스포에 참여한 포메이커스 팀의 모습. / 포메이커스 제공
5월 플레이엑스포에 참여한 포메이커스 팀의 모습. / 포메이커스 제공
특히 플레이엑스포, 지스타, BIC 등 각종 게임 행사가 열리면 전시장을 열고 구성원 전원이 현장에서 앱을 홍보하고 이용자를 모은다. 실제 이용자를 직접 찾아가 앱을 사용하면서 불편한 점은 없는지 묻기도 한다.

이보림 대표는 "행사에 나갔을 때는 종이에 앱 모양을 직접 그려 보여주면서 설명하기도 했다"며 "정말 이용자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을 알아내려면 직접 만나는 방법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포메이커스는 게임 업계 관련 지식을 쌓기 위해 노력한다. 스마일게이트 창업 지원 프로그램 ‘오렌지팜’에 입주해 멘토링 등으로 게임 업계 관계자를 계속 만난다. 대학교 게임학과와 MOU를 맺어 게임 테스트에 대해 자문하고, 도움을 받기도 한다.

유재연 이사는 "사업 시작 당시 게임 업계 경력이 없어 걱정의 시선을 받기도 했다"며 "최근 업계와의 접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경험이 없기 때문에 우리만의 참신한 시각, 새 아이디어로 문제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한 강점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앱 포메스는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베타 서비스 중이다. 누적 가입자는 3500명쯤이고, 1주일에 테스트를 2, 3개 정도 유치한다. 인디게임사는 물론, 중소기업, 대형 기업까지도 게임을 테스트하기 위해 포메이커스에 접촉한다.

이보림 대표는 "서비스를 이용해본 게임사가 재사용 의사가 있다고 답하시는 경우가 80~90%쯤 된다"며 "오히려 업체 측에서 너무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냐고 걱정해주시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포메스 앱 실행화면, 해당 앱은 기능, 디자인, 편의성 개선을 거쳐 2020년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 오시영 기자
포메스 앱 실행화면, 해당 앱은 기능, 디자인, 편의성 개선을 거쳐 2020년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 오시영 기자
포메이커스는 베타 서비스를 거쳐 2020년 정식 출시를 바라본다. 정식 출시 시점에는 앱 모양, 기능, 편의성 등을 전면 개편하고, 게임사가 웹 기반에서 체계적으로 의뢰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다.

유재연 이사는 "규모가 커지면 미래에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기술을 앱에 적용해 이용자, 게임사가 모두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생각도 있다"고 설명했다.

포메이커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이보림 대표에 따르면 게임 테스트를 시작으로 미래에는 다채로운 영역 제작자가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는 "‘포메이커스(For Makers)’라는 이름 그대로 무엇인가 만드는 사람이 지속해서 성장하고,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포메이커스 단체 사진. / 포메이커스 제공
포메이커스 단체 사진. / 포메이커스 제공
이 대표와 유 이사는 훗날 포메이커스에서 함께 일할 동료에게도 메시지를 남겼다.

유재연 이사는 "점점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도전적인 사람이라면 우리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며 "다채로운 복지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보림 대표는 "포메이커스는 기본적으로 분위기가 좋고, 스타트업이므로 스스로 원하는 것을 기획하고 실현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는 회사다"며 "구성원이 최대한 역량을 펼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리액션도 좋아 어떤 개그에도 웃어주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