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 블록체인 게임에 등급거부 판정
암호화폐 부정적 기조 블록체인 게임에도 불똥
미국은 블록체인 게임 하나로 연 수천억원 매출
한국 시장 접고 ‘해외 강제 진출’해야 하나 업계 걱정 태산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가 블록체인 게임 개발사 노드브릭이 개발한 게임 ‘인피니티스타’에 등급거부(예정) 판정을 내리자 업계가 술렁였다. 그렇지 않아도 각종 규제에 꽉 막힌 게임 산업계다. 이번 게임위 판정으로 더 후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짙다.

게임위는 지난 8일 인피니티스타에 등급거부(예정)를 결의했다. 게임위는 그러면서도 블록체인 게임물을 상대로 전면적 금지를 선언한 건 아니라고 밝혔다.

게임위가 여지를 남겼지만 업계는 힘이 쭉 빠졌다. 국내서 암호화폐와 NFT(Non Fungible Token·대체불가능한토큰)를 활용한 게임이 사실상 등급거부 판정을 받으면서 블록체인 게임 스타트업이 사실상 해외로 내몰리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노드브릭이 만든 게임 ‘인피니티스타’./노드브릭 제공
노드브릭이 만든 게임 ‘인피니티스타’./노드브릭 제공
암호화폐 연결고리 끊어내는 게임위

인피니티스타는 이더리움 기반 블록체인 게임이다. 암호화폐 이더리움(ETH)으로 게임 재화를 구매할 수 있다. 주요 자산은 NFT다.

NFT란 다른 토큰으로 대체할 수 없는 암호화폐다. 이더리움 발행기준인 ERC-721을 따른다. 사용자 디지털 자산 소유권을 보장하는데 큰 구실을 한다. 게임 아이템 등을 암호화폐로 변환해 이를 다른 사용자와 실제 거래하면서 자산 역할을 할 수 있다.

게임위는 이 같은 시스템을 사행성 조성 행위로 보고 등급거부(예정) 판정을 내렸다.

업계는 울상이다. 게임 이용자에게 보상(리워드)로 블록체인 기반 아이템과 게임머니를 제공하고 여기에 가치를 더해 디지털 자산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국내서 블록체인 게임 문턱이 높기만 하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블록체인 게임 재화 거래소를 구축 중인 한 업계 관계자는 "(인피니티스타의 경우) 게임 안에서 NFT아이템을 암호화폐로 전환할 수 없는데도 등급거부(예정) 판정을 내린 것을 보면 암호화폐와의 연결고리를 끊어내야 한다는 기조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게임머니와 비슷한 성격을 지닌 암호화폐를 직접적으로도, 간접적으로도 활용하지 못하면 블록체인을 굳이 써가면서 게임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글로벌 시장을 공략 중인 한 업계 관계자는 "게임머니는 암호화폐와 비슷한 성격을 지닌다"며 "암호화폐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블록체인 게임 개발에 있어 암호화폐와의 연결고리를 끊어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 동안 일부 게임사는 암호화폐 기반 게임 머니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했다. 취미로만 여기던 게임으로 실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이들 게임 개발사와 유통업체들은 국내 시장은 배제하고 글로벌 시장에만 집중할 수 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조국 등지는 유망 게임사

게임 산업 성장세가 최근 한풀 꺾였다. 외국산 게임 공세와 52시간 근로제, 셧다운제도 등 각종 악재가 한꺼번에 몰린 탓이다. 암호화폐를 활용하는 블록체인 게임 산업은 아예 성장 진입로가 막혔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록체인 게임업계는 규제 탓에 글로벌 시장 진출에만 기대야 한다. 한 블록체인 게임 업계 관계자는 "규제가 블록체인 게임 산업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며 "미국만 해도 암호화폐를 활용하는 블록체인 게임 하나로 연매출 수 천억원을 올린다. 규제 탓에 국내 블록체인 게임사가 한국 탈출을 심각히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블록체인 게임사는 정작 조국에서 관련 게임을 출시조차 하지 못한다는 점에 아쉽다는 목소리를 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등급 거부가 확정된 건 아닌 만큼, 아직은 주시해야 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게임개발사가 정작 국내서 서비스를 펼치지 못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아쉬움이 크며 해외 시장을 공략할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게임위는 8일 게임법 제28조에 따라 인피니티스타가 사행성을 조장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 게임법 제28조에 따르면 게임머니 화폐단위를 한국은행에서 발행하는 화폐단위와 동일하게 하는 등 게임물 내용 구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운영방식 또는 기기 장치 등을 통해 사행성을 조장하지 아니할 것이라고 명시됐다.

게임위는 다만 확대해석을 경계해 달라는 입장이다. 이재홍 게임위 위원장은 "블록체인 기술이 사행성을 조장하는 행위로 이용될 경우에만 제한한다"며 "블록체인 기술을 게임에 접목하는 방향성을 제시해 향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건전한 게임이 많이 출시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