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머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애니메이션 ‘SF서유기 스타징가(SF西遊記スタージンガー)’는 16세기 중국소설 ‘서유기(西遊記)’를 바탕으로 캐릭터를 각색하고 무대를 우주로 옮긴 SF작품이다.
스타징가는 일본에서 마징가Z를 만든 토에이동화(東映動画·현재 토에이 애니메이션)가 만들어 1978년 4월 현지 방영됐다.
한국에서는 ‘오로라 공주와 손오공'이란 제목으로 1980년 1월 소개됐으나, 전두환 정권의 ‘만화 영화 검열 정책'으로 도중에 방영이 중지됐다. 이후 삼화비디오가 1983년 비디오테잎에 담아 애니메이션을 국내 소개했고, 1988년 KBS를 통해 ‘별나라 손오공'이란 제목으로 방영돼 당시 국내 어린이 사이서 인기를 끌었다.
참고로, 소설 SF서유기는 이시카와 작가의 데뷔작이다. 소설은 SF동인지(同人誌) ‘우주진(宇宙塵)’을 통해 연재됐다.
만화가 마쯔모토는 자신의 작품을 애니메이션과 만화책으로 함께 소개하는 ‘미디어믹스'를 지향하나, 스타징가는 만화로 연재하지 않았다. 만화 업계는 마쯔모토가 스타징가를 만화로 만들지 않은 이유가 스케쥴 상의 문제라는 시각이다. 이유는 1970년대 후반 ‘우주전함 야마토'의 폭발적인 인기로 ‘은하철도999’, ‘우주해적 캡틴하록' 등 자신의 작품이 차례차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는 이른바 ‘마쯔모토 붐'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스타징가 만화는 마쯔모토가 아닌 ‘오우타 고사쿠(桜多吾作)’, ‘이케하라 시게토(池原しげと)’의 손을 통해 만화로 그려졌다. 만화는 당시 잡지 ‘모험왕' 등을 통해 연재됐다. 참고로, 오우타는 마징가Z 원작자 ‘나가이 고(永井豪)’가 이끄는 다이내믹프로에 합류해 만화가 활동을 이어갔다. 이케하라는 불타올라라 아서, 록맨 등 인기 애니메이션·게임을 소재로 한 만화 작품을 다수 제작한 인물이다.
스타징가는 마징가Z, 그렌다이저 등 당시 일본을 뒤흔들었던 거대 슈퍼로봇 애니메이션 제작 흐름을 인간 사이즈 히어로 SF애니메이션으로 바꾼 작품이라 평가받는다. 실제로 스타징가 방영이 끝날 무렵, ‘기동전사 건담' 등 보다 사실성을 추구한 리얼로봇 붐과 더불어 많은 인간 히어로 SF작품이 등장했다.
캐릭터 디자인은 ‘스다 마사미(須田正己)’가 맡았다. 스다는 ‘가챠맨(독수리오형제)’, 애니메이션 ‘슬램덩크’ 등에서 작화감독을 맡았던 인물로, 인기작 ‘북두의권' 캐릭터 디자인을 담당한 바 있다.
SF서유기 스타징가 오프닝·엔딩 영상. / 유튜브 제공
삼장법사 여성화의 시초 ‘오로라 공주'
중국고전 서유기는 삼장법사가 천축(天竺)으로 가 경전을 구해온다는 내용을 담았으며, 모험길에 오른 삼장법사를 손오공·저팔계·사오정 3명의 제자가 기상천외의 요마(妖魔)들과 싸우는 81난(難)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달의 공주 ‘오로라'는 나이가 들어 나날이 힘을 잃어가는 대왕성 여왕의 후계자로 지목된다. 대왕성의 여왕은 ‘갤럭시 에너지'라 불리는 힘을 온우주로 방출해 우주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한다. 여왕의 힘이 약해지면 선량한 우주생물이 흉폭한 스페이스 몬스터로 변하고 만다는 것이 이야기의 설정이다.
오로라 공주는 우주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기계의 힘을 빌어 힘을 강화시킨 사이보그 ‘쟌 쿠고(손오공)’, ‘돈 핫카(저팔계)’, ‘사 죠고(사오정)’의 호위를 받으며 험난하고 머나먼 대왕성으로의 모험을 진행한다.
여성판 삼장법사의 ‘원조'로 평가받는 오로라 공주는 대왕성의 모험길에서 연분홍색과 희색이 조화를 이룬 배틀수트로 몸을 감싼다. 공주의 전투복은 짧은 미니스커트와 긴 부츠, 왕관을 연상시키는 헬멧 등의 디자인이 특징이며, 공주의 미모를 배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마쯔모토는 당시 자신의 작품에 ‘스타 시스템'을 채용했는데, 이를 통해 여러 작품에 자신이 창조한 인기 캐릭터를 다수의 작품에 출연시켰다. 애니메이션 업계는 이 스타 시스템이 다른 작품에서 유입된 시청자를 사로잡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한다. 또 은하철도999, 캡틴하록, 1000년 여왕 등 마쯔모토 세계관을 연결시키는 역할도 했다.
전투우주정 ‘스타 크로'와 모선 ‘퀸 코스모스'
스타징가 주인공 쟌 쿠고(손오공)를 비롯한 3명의 사이보그는 각기 저마다의 전투우주선을 가지고 있다. 이들 우주선은 내부에 탑승하는 것이 아닌 스키보드 처럼 조종사가 우주선 위에 올라탄 형태로 탑승한다.
저팔계 돈 핫카의 우주선은 ‘스타 부드'다. 길이 4.5미터 무게 950㎏이며, 속도는 스타 크로의 5분의 1인 100코스모스노트(스타징가 세계의 속도 단위)로 비행한다. 스타 부드는 속도는 느리지만 드릴, 발칸포 등 공격력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사오정 사 죠고의 우주선 ‘스타 캇파'는 길이 4.75미터 무게 1.1톤으로 가장 무겁다. 대신 수중전에 특화됐으며, 백발백중의 명중률을 자랑하는 ‘캇파 미사일'등을 탑재했다.
오로라 공주를 대왕성으로 실어나르는 우주선이자 3대 전투우주정의 모선인 ‘퀸 코스모스'호는 길이 67미터 무게 570톤의 대형 우주선이며, 50코스모스노트의 속도로 우주공간을 항해한다. 우주선에는 무익한 살생을 줄이기 위해 무기가 하나도 탑재돼 있지 않지만, 전투를 피하기 위해 ‘슈퍼워프 항법'을 이용해 순간이동 수준의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