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창업가 ‘무재고·무사입 배송대행 전문셀러’가 각광을 받고 있다. 온라인 유통시장 급성장과 함께 등장했다. 쉽게 표현해 ‘온라인 판로 지원자'다. 제조사를 대신해 지역과 국경을 허문 인터넷망을 통해 국내외 시장에 상품을 판매한다. 핵심은 ‘무재고・무사입’이다. 기존 도매상은 재고를 떠 안고 사업을 한다. 부침이 있다보니 재고처리에 골머리를 앓는다. 배송대행 전문셀러는 다르다. 제조사로부터 상품 자료를 받아 인터넷쇼핑몰에 포장해 올린다. 시스템으로 판매(고객 주문)와 동시에 상품이 제조사 창고에서 고객에게 이동한다. 전문셀러는 물건을 만지지도 관리하지도 않는다. 1인 창업 지원을 위해 전문셀러 양성기관 ‘도매꾹도매매교육센터'를 운영중인 도매꾹 지원으로 성공 전문셀러를 만난다. [편집자주]

‘그동안 멍청한 짓을 했구나.’

지난해 11월 무재고·무사입 전문셀러 비즈니스를 접한 정보근 비케이코퍼레이션 대표가 혼자 내뱉은 말이다. 같은해 4월 번듯한 회사에서 경영관리업무를 맡던 정 대표는 회사에 얽매이는 게 싫어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그리고 시장이 커지는 온라인 유통사업에 뛰어들었다.

정보근 비케이코퍼레이션 대표가 이날 업무를 본 서울 대치동 SETEC 세미나장에서 인터뷰중 운영중인 쇼핑몰을 소개하고 있다./사진 김준배 기자
정보근 비케이코퍼레이션 대표가 이날 업무를 본 서울 대치동 SETEC 세미나장에서 인터뷰중 운영중인 쇼핑몰을 소개하고 있다./사진 김준배 기자
경기도 일산에 25평 규모 창고를 마련했을때만 해도 뜻대로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이후 난관의 연속이었다. 상품 사입 과정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오랜 직장 생활이 몸에 베어 있다보니 재고 확보 과정에서 까다롭게 굴었고 이는 시간만 허비했다. 몇 종 건강식품 사입하는데 무려 3개월이 걸린 것.

판매실적은 더 처참했다. 꼼꼼히 촬영해 온라인쇼핑몰에 올렸으나 판매실적은 전무했다. "나름 팔릴만한 제품을 선별해 올렸으나 3개월 동안 한건도 거래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산골짜기에 멋진 가게를 차린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다."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B2B 오픈마켓 도매꾹에서 운영하는 창업세미나를 알게 됐다.

"재고 없이 유통업을 한다는게 가능한지 궁금했습니다. 수업을 들어보니 그럴 듯 하더라구요."

쌓여 있던 건강식품 일체를 성당에 기부한 그는 3000만원 가량 손해를 ‘수업료’로 생각하고 전문셀러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

유통사업을 고민해서 그런지 첫달인 11월부터 100만원 가량 거래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좋은 경험을 했다. 개당 1000원인 물티슈 20개 세트 가격을 실수로 1000원으로 올린 것. 밤 사이에 20여명이 주문했다. 아침 일찍 확인해 부랴부랴 고객에게 취소 요청을 했다.

"운이 좋았습니다. 20여명 고객 가운데 한명도 화를 내지 않았습니다. 모두 직접 취소를 해줬고 덕분에 저는 고객 클레임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습니다. 사업 초반 좋은 경험을 했죠."

이후 판매액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첫 달인 지난해 11월 100만원에서 12월 300만원, 올 1월 600만원 등 꾸준히 올랐다. 올들어서도 상승세는 이어져 최근에는 월 3000만~4000만원에 달한다.

비수기에도 매출실적은 좋았다. 비결을 물었다.
"꾸준히 연구해야 합니다. 할인율, 마진폭, 옵션 등 이것 저것 테스트하면서 ‘나만의 감’을 익혀야 합니다."

틈새시장을 노려야 한다는 주문도 했다.
"여름철 물놀이 용품은 메이저 업체들이 주도하는 시장입니다. 오히려 겨울에 물놀이 용품을 판매하는게 나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 모든 걸 직접 경험해야 합니다. 남이 추천하는 것은 이미 레드오션 상품이라고 봐야 합니다."

정 대표는 10월부터 강의를 시작했다. 작년 11월 교육을 받고 사업에 뛰어들었으니 거의 1년만이다. 이 사업에 먼저 뛰어든 선배로서 후배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공유하자는 취지다.

비케이코퍼레이션이 운영하는 쇼핑몰 ‘스포럽’ 초기화면/스포럼 사이트 갈무리
비케이코퍼레이션이 운영하는 쇼핑몰 ‘스포럽’ 초기화면/스포럼 사이트 갈무리
정 대표는 전문셀러 사업 만족도가 높았다.

"직장에 다닐때는 모든 시간이 회사에 얽매였었습니다. 지금은 제 시간을 조절합니다. 러시아워를 피해 출근하고 가족과 원할 때 여행을 다닐 수도 있습니다."

정 대표는 예비 사업자들에게 단기간에 성공하는 것은 힘든만큼 꾸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1년 동안은 시행착오를 겪는다고 생각하고 연구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지름길을 찾으려 하면 오히려 오래 못갑니다. 그런 분들이 포기하는 것 같습니다. 1년은 곰처럼 묵묵하게 일하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그러다보면 매출이 늘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