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허위 조작정보로 통칭하는 ‘가짜뉴스’ 전문가를 방통위원장에 이어 상임위원으로 선임했다. 올바른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하는 미디어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하지만 방통위는 방송통신 분야 대표적인 규제기관이지 가짜뉴스만 대응하기 위해 만든 부처는 아니다. 방통위는 통신 정책, 방송사간 인수합병(M&A), 지상파 방송사 관련 정책, 개인정보보호, 이용자 보호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김창룡 상임위원 선임이 적절한 것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청, 가짜뉴스 전문가 2명 방통위원으로 전면 배치

청와대는 11일 차관급인 고삼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의 후임으로 김창룡 인제대 교수(신문방송학과)를 선임했다. 9월 가짜뉴스 전문가를 한상혁 위원장을 선임했는데, 이번에도 관련 분야 전문가를 뽑았다.

김창룡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왼쪽)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 방통위 제공
김창룡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왼쪽)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 방통위 제공
방송통신위원회는 총 5명의 방통위원으로 구성된다. 2명은 청와대가 임명하고 여당 1명, 야당 2명 등으로 구성한다. 청와대 몫인 2명의 인사가 모두 가짜뉴스 전문가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창룡 교수는 이낙연 총리와 인연이 깊은 인물이다. 김 교수는 9월 초 ‘당신이 진짜로 믿었던 가짜뉴스’라는 책을 펴냈는데, 이 총리는 이 책을 구입해 주변 공무원들에게 선물로 줬다. 이 총리는 9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짜뉴스로 고민하시는 분들께 일독을 권한다"고 책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책의 머리말을 통해 "가짜뉴스 시대는 미래를 혼란에 빠뜨릴 것이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이 책 외에도 ‘인터뷰, 그 기술과 즐거움(1993)’, ‘보도의 진실, 진실의 오보(1993)’, ‘실천취재보도론(1999)‘, ‘매스컴과 미디어비평(2003)’ 등 다양한 저서를 썼다.

9월부터 방통위원장 직을 수행 중인 한상혁 위원장은 민주언론시민연합, 자유언론실천재단 등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인물이다. 한 위원장은 최근 취임 후 처음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는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며 "가짜뉴스 근절을 위한 팩트체크 민간 단체 관련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방통위원 2명의 임명권을 가진 청와대가 가짜뉴스 전문가를 발탁했다는 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며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 제고 등에서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통위 할 일 많은데…방통위원 5명 중 2명이 가짜뉴스 전문가?

하지만 청와대의 상임위원 인선에 비판적인 시선도 있다. 가짜뉴스 생산과 유통 등에 전문인 인사를 방통위원으로 선임함으로써 방통위가 다루는 다양한 이슈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 현판. / IT조선 DB
방송통신위원회 현판. / IT조선 DB
2014년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취임한 고삼석 상임위원은 미디어는 물론 ICT 분야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9년 초 방통위는 유해사이트 접속을 원천적으로 막는 URL 차단 조치를 취했는데, 당시 고삼석 위원은 ICT 전문가 답게 앞장서서 관련 이슈에 대응하는 등 노력을 했다. IT조선과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의 SNI 필드 차단 방식은 일각에서 제기한 정부 차원의 불법 검열·감청 등 이슈와 관계가 없고, 중국이나 북한이 채택한 방식과 다르다는 점을 기술적으로 상세히 설명했다.

최근 방통위는 인터넷사업자(ISP)와 콘텐츠제공업체(CP) 간 망이용대가 관련 가이드라인 제정을 추진 중이고, 거대 유료방송 기업간 인수합병(M&A) 등 현안으로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관련 분야 경험이 적은 것으로 알려진 김창룡 상임위원이 취임 후 유연하게 해당 이슈에 대응할 수 있을지 불안감이 크다.

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방통위에는 총 5명의 상임위원이 있는데, 청와대가 이 중 과반에 가까운 2명을 가짜뉴스 전문가로 선발했다는 것은 이례적인 결정으로 볼 수 있다"며 "정부는 가짜뉴스에 대한 제대로 된 정의조차 내리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데, 전문가로 알려진 사람만 앉혀 놓는다고 해서 이슈에 대응할 수 있을지 예측이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짜뉴스 차단이 방통위 역할 중 하나인 것은 맞지만, 통신 시장 불공정 규제나 유료방송 사업자간 M&A 등 방통위가 다뤄야 할 당면 현안이 상당하다"며 "청와대에서 많은 고민을 했겠지만, 이번 인사는 지나치게 가짜뉴스에 편향된 인사 아닌가 우려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