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중소형 거래소는 ‘파산’ 일보직전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사업 다각화 나서
2020년 6월까지 암호화폐 산업 규제 공백 불가피…FATF 권고안 적용만이 해법될까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가 생사기로에 섰다. 중소 암호화폐 거래소는 파산 일보직전이다. 그나마 여력이 있는 곳은 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권고안이 적용될 시점인 2020년 6월까지 ‘버티기’에 돌입했다. 대형 거래소는 중개 수수료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던 데서 벗어나 글로벌 디지털 금융 플랫폼 도약을 목표로 내걸고 신성장동력 찾기에 안간힘을 쓴다.

12일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협소한 이용자 풀을 보유한 중소형 거래소들은 지난해 암호화폐 시장 침체 이후 자금난에 허덕이는 모습이다. 거래량이 좀처럼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중소 거래소 거래량은 따로 집계되는 곳이 없어 정확하게 파악은 어렵지만 업계는 거래량이 제로(0)에 가깝다고 입을 모은다.

./픽사베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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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형 거래소는 ‘버티거나 사라지거나’

국내 중소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 코인제스트는 최근 4달간 원화출금을 막았다. 자금난과 고객이탈 우려가 이유다. 특히 지난해 고객에게 암호화폐 에어드랍(Airdrop, 특정 암호화폐를 보유한 사람에게 투자 비율에 따라 신규 코인 등으로 무상 지급하는 것을 의미)한 것이 발단이다. 정부는 에어드랍 행위에 37억원쯤의 세금을 부과했다. 코인제스트 한 관계자는 "에어드랍 후 세금을 납부하면서 자금난에 봉착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5월 공식 개장한 프릭스빗은 3개월여만에 문을 닫았다. 치열한 암호화폐 거래소 경쟁에 신규 사용자 유치가 원활하지 않았던 것이 이유다. 또 출범 초기 비용 부담이 경영난을 불러왔다.

당시 회사 측은 "운영진이 10개월 남짓 기간동안 무급으로 일했고, 타거래소와 경쟁키 위해 거래소시스템 개발, 다양한 방식의 마케팅 활동 목적으로 상당한 비용을 지출했다"며 "신규 유저를 유치하지 못했고 운영에 미숙한 점이 많았다"고 밝혔다.

여기에 일부 중소 거래소는 올해 초부터 사기, 횡령, 보이스피싱 등 다양한 이유를 들며 파산행진을 이어갔다. 이를 이유로 일각에서는 기획파산을 의심하기도 한다. 기획파산은 특정한 목적을 갖고 의도적으로 행해지는 파산을 의미한다. 고객의 암호화폐를 노리고 거래소를 파산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이에 업계에서는 정부가 방관만 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규제나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라는 요구의 목소리가 높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권고안이 적용되는 2020년 6월만을 목 빠지게 바라보는 이유이자 버티기에 나서는 배경이다. 권고안이 적용되면 그나마 부정적인 인식을 없애고 이용자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상황이 나은 중소 거래소들이 버티기에 나서는 이유다.

하지만 이 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암호화폐 산업 제도화를 위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암호화폐 거래소 등 암호화폐 관련 사업자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해 암호화폐 익명성을 악용한 자금세탁이나 테러자금 조달 행위를 방지하는 법률) 개정안이 국회서 또 보류됐기 때문이다.

국내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최소한의 법 울타리라도 마련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거래가 아예 일어나지 않다보니 내년 6월까지도 사실 버티기 힘든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명확인 은행 계좌를 개설하지 못한 대부분 중소형 거래소들은 수익이 나지 않아 버티기에 돌입한 상태다"라며 "중소형 거래소의 경우, 누가 얼마만큼 버티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형 거래소, 일제히 ‘디지털 금융 플랫폼’ 도약 한 목소리

중소형 거래소 대비 자금 문제가 없는 국내 대형 거래소는 그나마 나은 상황이다. 하지만 줄어든 거래량으로 인해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한다. 단순 거래소 역할에서 더 나아가 디지털 금융 플랫폼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나선 이유다.

국내 거래소 중 디지털 금융 플랫폼으로 포부를 적극 드러낸 곳은 빗썸이다. 빗썸 운영사 ‘비티씨코리아닷컴’은 10월 31일 사명을 ‘빗썸코리아’로 변경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사업을 확장하는 가운데 세계적으로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구축한 빗썸을 사명으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빗썸은 ▲거래사이트 ▲빗썸체인 ▲디지털 자산의 전문 수탁 보관 서비스(커스터디 서비스) ▲블록체인 투자 ▲증권형토큰발행(STO) 및 유통 플랫폼 사업 ▲장외거래시장(OTC) ▲탈중앙화거래사이트 ▲리서치 등 8개 부문으로 구성된 새로운 브랜드 ‘빗썸 패밀리’를 공개했다. 빗썸이 추진해온 사업을 통합해 빗썸만의 고유한 금융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블록체인 전문 기업 ‘두나무’는 최근 삼성증권과 제휴를 맺고 비상장주식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을 내놨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은 매물 등록부터 매매 거래까지 지원하는 통합 거래 플랫폼이다. 삼성증권과 딥서치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이 플랫폼은 비상장 주식 거래의 정보 비대칭성 해소와 거래 안정성 확보, 높은 유통 마진 해소 등을 목표로 한다.

두나무는 내년 상반기 중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블록체인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매도·매수인 신원확인과 명의개서 등 모든 과정을 분산원장 기술 기반으로 자동화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플랫폼 내 거래 가능 주식을 통일주권 미발행 비상장 기업까지 확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