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영 과기정통부장관 인터넷기업 대표들과 간담회
업계, ‘예측 불가능한 규제’로 겪는 고통 호소
클라우드와 데이터 우선 정책도 촉구
병역특례와 같은 인센티브도 작동해야
최 장관 "규제 혁신 공감, 기업도 적극 투자해달라"

인터넷산업계가 13일 정부에 서둘러 신사업 규제 문제를 해소해줄 것을 호소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낮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인터넷 기업 대표들과 만나 업계의 애로사항과 개선방향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업계 대표들은 기업 활동을 짓누르는 규제 해결을 요청했고, 최 장관은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등 규제 해소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왼쪽부터) 김기웅 위쿡 대표와 최병우 다날 대표,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최기영 과기부 장관,정상원 이스트소프트 대표,한성숙 네이버 대표,여민수 카카오 대표./과기부 제공
(왼쪽부터) 김기웅 위쿡 대표와 최병우 다날 대표,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최기영 과기부 장관,정상원 이스트소프트 대표,한성숙 네이버 대표,여민수 카카오 대표./과기부 제공
이날 간담회는 최 장관이 주요 인터넷기업 대표들과 함께 기업 투자를 통한 경제 활력 제고, 규제혁신, 민‧관 협력 등 인터넷 업계 현안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간담회에는 한성숙 네이버 대표와 여민수 카카오 대표, 김기웅 위쿡 대표, 정상원 이스트소프트 대표, 최병우 다날 대표,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 등 총 6개 인터넷 기업 대표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인터넷 업계가 당면한 AI, 블록체인 등 신기술 투자, 규제혁신, 민‧관 협력 문제 등 기업애로사항 및 개선방향 등을 중심으로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눴다. 논의 주제는 ▲개발자와 소프트웨어 산업 ▲데이터와 개인정보보호 활용 ▲사회적 책임 문제 ▲공유경제 규제 등 다섯가지로 추려졌다.

기업 속박하는 규제 지양해달라

공유경제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규제 해소 목소리가 특히 컸다. 간담회에서 언급되진 않았지만 최근 불법운행으로 기소돼 논란을 겪고 있는 ‘타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인터넷 기업은 정부에 ‘필요에 따른 규제만을 해달라’며 새 서비스가 정착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새 규제가 부담이 된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만드는 초기 시점에 예측 불가능한 규제가 도입되는 사례가 많다"며 "예측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최 장관은 "급격한 변화보다 기존 서비스 및 산업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조화롭게 발전할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하겠다"며 "공유경제와 같은 새로운 사업 모델과 기존 사업들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클라우드·데이터퍼스트 전략으로 산업 진흥

산업 진흥 전략의 일환으로 ‘클라우드 퍼스트’와 ‘데이터 퍼스트’가 제안되기도 했다. 기업들은 "정부가 국내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우선적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하면 해외 시장 진출에 큰 힘이 되는데 기업 입장에선 여전히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기업들은 특히 데이터 활용에 대한 규제를 과감하게 해소해 기업이 주도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끔 힘써달라고 말했다. 다만 의도적으로 데이터를 방치하거나 유출하는 등 데이터 관리에 소홀한 기업에는 강력한 페널티를 부과하자는 제안이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과정이 몇 차례만 반복되면 기업이 데이터를 활용하는 시스템이 갖춰지는데 아직 이럴만한 법적 토대가 세워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유럽의 개인정보보호규정(GDPR)과 관련해 일본 정부는 포괄적인 승인을 통해 기업들이 유럽에 진출하는 데 힘쓴다. 한국도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기업들의 유럽 시장 진출을 용이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 장관은 이에 대해 "국회에 계류된 데이터3법을 신속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GDPR에 적합한 수준의 개혁으로 우리 기업이 글로벌 시장 진출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개발자에게 인센티브를

개발자와 관련해 이들 기업은 개발자를 국내에 머무르게 하는 유인책 중 하나로 병역특례를 꼽았다. 이어 정부에 병역특례 문제를 적극 지원해달라고 당부했다.

개발자 관련 소프트웨어 전공 학과 정원이 적다는 (정부에서) 지적도 나왔다. 기업들은 "정원 확대에 관심을 가져달라"며 "산업에서 발로 뛰는 기업 관계자가 대학 교수로 겸임하면서 학생과 소통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달라"고 제안했다.

최 장관은 이에 공감하면서 "국방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해 잘 해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 장관은 이날 "최근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민간 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경제활력을 제고해야 한다"며 "정부는 인공지능 등 디지털 신기술 분야에 대규모 예산을 배정하고 인터넷 신산업 분야에 규제혁신을 적극 추진하는 등 업계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탄탄한 경쟁력을 갖고 글로벌 경쟁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국내 인터넷 기업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업계가 신기술 분야에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혁신을 선도하고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