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에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라는 큰 산을 넘었다. 공정위는 조건부 승인을 통해 CJ헬로의 알뜰폰 사업과 관련한 시정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알뜰폰 이슈는 마지막 남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승인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10년간 알뜰폰 활성화 정책에 공을 들여온 과기정통부가 어떤식으로 판단할 지 예측이 어렵다.

공정위는 8일 LG유플러스·CJ헬로,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공이 과기정통부로 넘어가면서 유료방송 M&A 심사 2라운드에 접어든 상황이다. ▲과기정통부 심사보고서 완료 ▲방송통신위원회 사전동의 의견 요청 ▲과기정통부 장·차관 보고 ▲인허가 취득 순으로 정부 인허가 절차가 남았다.

14일 이통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18일부터 LG유플러스·CJ헬로 건에 대한 외부 전문가 합숙 심사를 가진다. 심사에는 일주일쯤 소요된다. 전문가들은 과기정통부의 알뜰폰 정책과 LG유플러스(MNO)의 알뜰폰 인수가 상충하는 부분이 없는지 면밀히 검증할 예정이다.

. / 각 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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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업계는 공정위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알뜰폰 인수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더라도 과기정통부 심사에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에 따른 경쟁제한성을 심사하지만, 과기정통부는 경쟁 정책을 중점 심사하기 때문이다. 알뜰폰 분리매각 조건이 아니라도 분리매각에 상응하는 이용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CJ헬로는 여전히 알뜰폰 시장 점유율 1·2위를 다투는 기업으로, 과기정통부는 공정위가 알뜰폰이 갖는 경쟁 정책적 의미를 간과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며 "과기정통부는 인수 주체가 1위 사업자인지, 3위 사업자인지에 국한하지 않고 알뜰폰 활성화 및 시장 경쟁 저해 여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공정위는 2016년 SK텔레콤과 CJ헬로 기업결합 신청 당시에는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CJ헬로를 인수하면 경쟁제한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3년 전 과기정통부도 SK텔레콤에 2년 내 CJ헬로 알뜰폰 분리매각 방침을 정한 바 있다.

과기정통부 한 관계자는 "공정위의 판단과 별개로 과기정통부의 절차에 따라 심사가 이뤄질 예정이다"며 "알뜰폰 관련 조건에 대한 논의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시에 위치한 과기정통부 본관 모습. / 이진 기자
세종시에 위치한 과기정통부 본관 모습. / 이진 기자
과기정통부는 2010년 9월 알뜰폰 제도를 도입한 후 10년간 가계통신비 절감을 목표로 각종 혜택을 알뜰폰 대표기업 CJ헬로에 제공했다. 매년 이통사의 도매대가를 인하하고, 2012년에는 알뜰폰 사업자에 대한 전파사용료를 3년간 면제하는 등 활성화 정책을 펼쳤다. 2018년 출시한 새 LTE 요금제부터는 종량 도매대가도 인하했다. CJ헬로가 LG유플러스에 인수되면 이같은 정책의 결실을 LG유플러스에 넘겨주는 것과 다름없기에 고심할 수밖에 없다.

1개 이통사, 1개 자회사 알뜰폰 사업자 원칙에 위배한다는 점도 문제다. 과기정통부는 이통사가 복수 자회사로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제한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해왔다. KT는 2014년 복수 자회사(KTIS, KT파워텔)의 알뜰폰 사업 진입을 희망했지만 정부는 KT파워텔의 진입을 불허한바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유료방송 시장은 물론 알뜰폰 시장에 대해 공정위가 판단한 바와 같이 경쟁이 활성화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중소 알뜰폰의 지속적인 사업 성장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지원책 마련으로 알뜰폰 사업자가 향후 이통사에 준하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방송법 제15조 2항에 따라 최다액출자자 등 변경승인을 60일 이내 결과를 통보해야 하며, 최대 30일 연장할 수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18조에 따르면 주식 취득 및 소유 인가는 공정위와 협의를 거쳐 신청일로부터 60일 이내 인가여부를 결정해야 한다.